명함을 만들었다.

새 출발

by Dongri

KOWIN LA 강연을 위한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6월 말.

갑자기 강연장에 명함을 가져가고 싶어졌다.

다음날 아침 LA행 비행기를 탈 때 새로 만든 명함을 가져갈 수 있을까?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간절한 바람으로 바뀌면서 내 마음은 다급해졌다.

그렇게 계획했던 일들을 싹 미룬 채, 30분 만에 캔바 작업을 후다닥 한 다음 Fedex로 온라인 주문을 넣고, 바로 길을 나섰다. 문 닫기 전에 무조건 픽업해야 한다!




직장에서 받았던 명함이 아닌, 내 손으로 만든 명함은 처음이다.

여러모로 부족한 명함이었지만, 새 명함을 받아 든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평소의 신중한 내가 이렇게 즉흥적으로 행동하다니, 스스로도 놀라웠다.

몇 년 전부터 주변에서 명함부터 만들라고 했었는데도,

부담되고 어색해서 거부해 왔었는데..

이 감정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이제 직장을 내려놓을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 봐야 할까? 아니면,

이제 세상 밖으로 한발 더 내딛을 자신감이 좀 생겼다고 봐야 할까?

비행기 안에서도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어느새 LA 공항에 도착했다.



새로 만든 명함은 정작 강연장에선 꺼내놓지도 못했다.

그래도 괜찮다. 앞으로 쓸 일은 계속 생길 거니까.

따로 만난 친한 지인들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마치 처음 받은 상장을 자랑하는 아이처럼 들뜬 마음으로 보여주었다.

가족들 특히 남편에게 전한 이 명함은, 커리어 전환을 하겠다는 선전포고였다.



다니는 직장이나 직급을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나 스스로를 어떻게 소개하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한 지 만 5년 만에 얻은 결실이다.

뿌듯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고, 새로운 의지가 더 샘솟는 것 같기도 하다.

어설픈 명함이 볼수록 마음에 든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시작이 중요하다.


혹시 당신도 미뤄왔던 '그 첫걸음'이 있다면, 오늘 한 번 용기를 내보는 건 어떨까.

명함 한 장이 내게 준 변화처럼,

작은 시작이 예상보다 큰 힘이 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