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새 물건에 관심이 없어졌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 한들 따끈따끈한 신상품의 느낌이 나는 순간 가지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내 마음을 끄는 것은 한 때 열렬히 사랑받았던 것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사랑스러운 것들이다. 클래식의 가치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요즘은 옛날에도 좋았고, 지금 봐도 좋고, 앞으로도 좋을 그런 제품들만 찾게 된다. 제 아무리 신상품이 좋아 봤자 옛날 사람들의 사랑까지 받아 봤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오래된 물건이 가진 품위는 바로 그 차이에서 나온다.
내 방엔 30년 전에 생산된 Kawai 피아노가 있고, 평소 사무실에서 가장 자주 틀어놓는 음반은 나보다 나이가 스물여섯 살이나 많은 1956년 발매 초반이다. 그리고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언젠가는 클래식 벤츠 W108을 타고 다니는 게 꿈이다.
물론 오래된 물건들도 단점은 있다. 무엇보다 관리가 중요하다 보니 신제품들보다 정성껏 섬세하게 사랑해주지 않으면 자칫 한 때 사랑받았던 구닥다리 퇴물로 전락해버리기 쉽다. 오래된 물건의 가치는 '품위'에 있기 때문에 '품위 유지'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닦고 분칠 해준만큼 빛을 발한다.
문득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주위에 오래된 물건들은 점점 많아지는데 오래된 사람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누군가를 만나는 일보다 하나둘씩 떠나보내는 일이 많아져 버렸다. 물건처럼 사람도 오래되면 될수록 아껴 주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지난 몇 년 간 디지털에서 아날로그 취향으로 넘어간 것도 모자라 자꾸 옛날 것에만 마음이 가길래 이것도 일종의 ‘퇴행’인가 싶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결국 마음 씀씀이를 배우는 과정인가 싶다. 오래도록 누군가의 곁을 지켜주었던 것들, 그러나 지금은 잊혀버린 것들이 내내 마음에 밟힌다.
여기저기 온통 새 것임을 자랑하는 세상. 이제는 내가 오래도록 아껴준 것들을 자랑할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그러면 아마도 세상의 모든 버려지는 것들이 마음을 좀 덜 다칠 것이다. 물건도, 사람도.
이동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