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이 서는 선수

"확실한" 사람이 되는 것도 성공의 한 가지 방법입니다.

by 김동수

#계산이 서는 사람 #예측가능성 #불확실성


"XXX 선수는 계산이 서는 선수기 때문에 감독으로서 참 도움을 많이 받는 친구입니다."


스포츠, 특히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말이다. 9이닝 무실점 완봉과 5이닝 5실점을 무작위로 반복하는 선발 투수 A는 매 경기 7이닝 3실점을 찍어주는 선발 투수 B보다 방어율은 좋다 (A: 3.21, B: 3.86). 하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들쭉 날쭉한 A보다는 항상 일정한 B가 시즌을 운용하는 데 있어서 훨씬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어찌 되었든 타자들이 4점을 득점할 찬스를 만들어내고 8회와 9회 2이닝만 막아줄 불펜 투수들을 고민하면 되는, 경기를 준비하는 "계산"을 쉽게 해주는 선수이니까. 설령 타자들이 4점을 내지 못하거나 불펜 투수들이 블론세이브를 하게 되더라도, 다음 경기에서는 역시 첫 7이닝에 대해서는 큰 고민할 필요 없이 똑같이 준비하면 된다는 점은 감독의 입장에서는 아주 행복한 환경일 것이다.


"계산이 선다"라는 점은 사업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사업 과정에서의 합리적 의사 결정은 수익의 정확한 계산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하루에 200인 분을 파는 고깃집에서 1인 분 당 2,000 원의 수익을 예상했으나 실제 수익은 10%가 적은 1인 분 당 1,800 원 이었다 하자. 이를 한 달 (30일)로 환산하면 예상보다 120만 원이 적은 수익을 기록하는 것이며, 120 만 원 월급의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생 한 명을 쓸 수 있느냐 없느냐 수준의 문제가 된다. 이보다 더 큰 규모의 경우 이 10%의 오차는 아르바이트 생 한 명이 아니라 고깃집 한 달 월세의 수준의 문제가 될 수 있으며, 만일 더 큰 규모의 사업이라면 이 10%의 오차는 회사의 존폐까지도 결정할 수 있는 큰 수준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혹자는 수익을 10%나 잘못 예측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그리 쉽게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고깃집에서 우리가 고기와 함께 즐겨 먹는 쌈야채를 생각해보자. 쌈야채 비용은 쉽게 비중을 줄이기도 어렵고 비용 상승을 미리 대비하기도 어려운 핵심적인 변동 비용이다. 고기를 먹으러 오는 손님들은 야채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쌈야채를 덜 먹어주지는 않으며 (쉽게 비중을 줄이기 어려움), 쌈야채는 신선 식품이라 쌀 때 미리 왕창 사놓고 보관하고 있을 수도 없기에 (비용 상승을 미리 대비하기도 어려움), 야채 가격이 오를 때마다 고스란히 수익의 악화를 불러온다. 문제는 상추, 배추, 깻잎, 파, 고추, 마늘 등의 야채 가격은 작황에 따라 시시 때때로 변화가 심하며 정확히 얼마나 변할지 미리 알기 어려운 항목이라는 점이다. 이번 달에 쌈야채 비용이 1인 분 당 500 원이었다고 해서, 다음 달에 똑같이 500 원이라는 보장이 없다. 즉, 쌈야채 비용은 고깃집 사장님들이 그 오차가 얼마나 될지 쉬이 알 수 없는, 수익을 정확하게 "계산"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며, 이러한 요인은 고깃집뿐만 아니라 어떤 업종이든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 "계산"이란 개념은 보다 정확하게 정의한다면 예측가능성(predictability)을 의미한다. 나쁜 일이 발생하더라도 미리 그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면, 우리는 대책을 마련하여 대비를 할 수 있다. 만약 고깃집 사장님이 다음 달 상추 가격이 단위 당 100 원씩 오를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면, 그만큼 수익의 감소에 대한 대책 - 예를 들어, 상추 대신 깻잎이나 배추를 늘리는 등 - 을 마련하여 대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예측을 할 수 없기에 쌈야채 비용은 "계산이 서지 않는" 항목이 된다.


이처럼 계산이 어려운 문제에 대해 일반적으로 우리는 미리 "보험"을 들어 계산이 쉬운 문제로 변화시켜 대처한다. 쌈야채 가격이 얼마나 인상될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수익에서 일정 부분 야채 가격 인상에 대한 대비로 적립을 해둘 수 있으며, 대형 사업자의 경우에는 미리 야채 농가 혹은 수입업자와의 안정적인 장기 계약을 통해서 쌈야채 비용 자체를 통제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보험은 그 자체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지만, 그 비용을 통해 수익의 예측가능성을 향상할 수 있다면, 예측 오차로 야기되는 잘못된 의사 결정을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 가치가 충분하다.


하지만, 계산이 서지 않는 항목이 "사람"인 경우에는 어떨까? 다시 처음의 야구 선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우리의 선발 투수가 B가 아니라 A라면, 아마 대부분의 감독들은 A가 5이닝 5실점을 할 것을 대비하여 여러 중간 투수들을 준비시킬 것이며, 보다 많은 득점을 위해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보다는 타격이 훌륭한 선수들로 타선을 꾸릴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매 경기 "보험"을 들어 투수 A의 계산이 서지 않는 부분을 대처하는 것도 단기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장기적으로는 매 경기 보험을 준비하기보다는 B와 같은 투수로 "대체"를 (물론 그런 선수가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하는 편이 더 나은 선택지가 된다.


계산이 서지 않는 사람을 계산이 서는 사람으로 "대체"를 고려하는 일은 비단 스포츠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예를 들어, 빠릿빠릿한 일처리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종종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직원이 있다면, 그 직원을 보조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꼼꼼한 사람을 붙이는 "보험"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처방일 뿐이며, 장기적으로 생각한다면 조금은 일처리가 느리더라도 확실한 사람으로 "대체"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인력 구성 방안이 될 수 있다.


물론 "대체"가 절대적인 선택은 아니다. A의 성과를 대체할 수 있는 B와 같은 투수가 늘 존재할 수는 없으며, 대체 불가능한 재능을 가진 직원이라면 그 직원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감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쉬운 비유를 들어보면,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수비에 기여하지 않는다 하여 다른 선수로 대체하는 멍청한 축구 감독은 없다. 하지만 분야를 막론하고 그런 대체 불가능한 재능을 타고나는 것은 드문 경우이며,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능력을 갖추기보다는 실수 없이 계산이 확실히 서는 믿을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 더 효과적으로 가치를 높이는 길이 될 수 있다.


본인 만의 특별한 장점이 없다고 실망하지 말자. 실수 없이 맡은 일을 "확실히" 하는 것, 그 자체로도 훌륭한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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