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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문화생활 Nov 26. 2021

<영화> 시빌 액션 - 사법체제의 모순과 진실

지역주민을 위하여 대기업과 환경소송을 벌이는 변호사 이야기 

 

Woburn 사건은 미국 매사추세추주에 있는 소도시로 보스턴에서 12마일 북쪽에 있는 Woburn에서 발생한 수질오염으로 다수의 어린이가 희귀한 백혈명으로 사망한 사건의 원인으로 공해 기업체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Anderson v. W. R. Grace 사건으로 알려져 있는 이 사건은 미국 영화 ‘시빌 액션(Civil Action)’의 배경이 되었다. 


1979년, 미국 매사추세추주에 위치한 작은 마을 이스트 워번에서 산업폐기물에 의한 생수 오염이 발견된다. 그리고 그 마을의 백혈병 사망률이 증가하게 된다. 백혈병으로 아들을 잃은 앤 앤더슨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비극에 대해 공식적 책임소재를 묻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을에 위치한 대기업 베아스트리 푸즈(Beastrice Foods)와 W.R.Grace 사의 공장 폐기물이 그 원인임을 의심하게 된다. 개인상해 소송전담 변호사였던 잰 슐리츠먼의 법률 사무소와 보스턴의 대규모 법률사무소의 검사 제롬 패처와 윌리엄 치즈먼이 Beastrice Foods와 W.R.Grace&C.o 사의 변호를 맡게 된다. 패처는 막대한 배상금 문제가 걸린 케이스를 진행시키기보다는 합의금으로 사건을 종결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앤 앤더슨은 돈보다는 제대로 된 책임규명을 원한다고 해서 ‘쉽게 가려고 하는’ 잰과 그의 동료 변호사를 곤란하게 한다. 


한편, 잰의 법률 사무소는 마을 주민 대부분이 Beastrice Foods사의 직원이었던 까닭에 증인을 내세우는 데 불리했고 과학적인 증거자료 수집 때문에 이미 파산 직전에 가있던 상태였다. 승산이 안 보이는 케이스에 지친 잰의 동료들은 더 이상 못하겠다며 잰의 곁을 떠난다. 그리고 패처는 잰에게 계속 케이스를 포기하도록 설득한다. 워번의 오염된 시냇가의 물을 바라보던 잰은 이 케이스의 숨겨진 사실을 알게 되고 이제 그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이 한 케이스에 모든 것을 건다.


이처럼 영화는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 변호사의 이야기이다.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은 진실을 밝히려고 하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막대한 돈이 필요했다. 토양오염과 수질오염에 관한 과학적인 증명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문제의 화학물질이 백혈병 및 그 밖의 질병이 원인이라고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였기 때문이다. 또한 소시민과 대기업과의 싸움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진실? 그게 법과 무슨 상관인가? 아직까지도 법원이 진실과 관계없단 거 모르겠나. 진실 비슷한 거에만 가도 성공한 거야”라는 상대 변호사의 대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것과 소송의 결과가 별개라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다. 


영화는 극적인 요소가 없다. 순전히 실화를 다루고 있다. 실화를 통해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법적 정의보다는 타협을 통한 수임료만을 챙기기에만 급급한 전문 변호사들의 모습을 통해 사법체제에 대한 모순과 법조인의 양심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건을 맡은 뒤로 돈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동료 변호사들과 주인공이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결국 양 측이 합의서에 동의했고, 변호사 비는 일반적으로 40%로 규정되어 있지만 잰의 제안대로 28%로 계산, 총 2백 2십만 달러와 조사비로 회사에서 충당한 비용이 3백 5십만 달러를 충당했다. 그리고 800달러에서 이를 제외한 돈을 각 가정 당 3십7만5천 달러를 배당했다. 유가족에 대한 보상액을 늘리기 위해 변호사 비용을 승소액을 낮췄다. 그러나 앤 앤더슨은 ‘돈에는 관심 없다. 아들을 죽게 한 사람들의 사과를 원한다’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나는 잰과 동료 변호사들의 대처가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법정에 대한 룰은 잘 모르지만 의문점이 하나 들었다. “왜 변호사 선임비와 조사비는 앤더슨과 같은 원고가 대지 않는 것인가?”하는 점이다. 동료 변호사와 주인공만이 소송을 위한 돈을 마련했다. 소송으로 인해 모든 재산을 잃은 잰과 그의 동료들에게 ‘그까짓 돈으로 위안을 삼으라니’라고 말하던 앤 앤더슨의 주장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백혈병으로 자녀를 잃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잘나가던 변호사였던 잰을 최악의 상황까지 내몰린 것에 대한 대안은 없는지 궁금했다. 


또 영화를 통해 미국 민사소송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고와 잰을 제외하고는 진실 발견에 대해 관심이 없다. 또한 원고와 피고 양측 변호인의 타협과 흥정을 벌이는 절차가 부패되어 있었다. 일반의 인식을 뒤집기 위한 대형 소송에서 이기려면 은행 대출을 받아가며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야 하고, 변호사 비용으로 승소 금액의 40% 정도를 받아내야 수지를 맞추어야 한다. 변호사는 100% 수입을 획득하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영화를 통해 환경소송에 있어 일반 민사소송과 정부의 법집행 소송의 차이점을 배울 수 있었다. 민사소송은 대등한 당사자로서 환경오염과 피해 발생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고 피고 측의 귀책사유를 입증할 수 있어야 승소할 수 있다. 하지만 법집행 소송은 정부(EPA)가 원고가 되어 환경 오염자에게 정화비용을 부담시키는 환경보호법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민사소송에서 원고 측이 패소했지만 이 사건은 미국 환경청으로 넘어가자 사태가 반전된다. 1990년대 들어 정부가 강력한 환경보호법을 무기로 기업들이 증거를 고의적으로 은폐한 것을 근거 삼아 폐기물 정화비용으로 6940만 달러를 추징하였다. 이 사건은 뉴잉글랜드 지방에서 가장 어렵고 값비싼 환경사건으로 기록된다. 잰은 빛을 청산하는데 수년이 걸렸고 이후에 환경 전문 법률 사무소를 개업하여 톰리버와 뉴저지 등 오염지역에서 소송을 진행한다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렸다.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노력은 힘들었고, 단순히 사과를 바라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 회의감을 느꼈다. 그저 힘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들에게 사과다운 사과도 받지 못하고 돈으로 무마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지만, 미국 환경청으로 사건이 넘어간 후에 사건이 해결되었다는 점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처럼 기업과 힘없는 사람들 간의 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피해를 입었지만 사과를 받기는커녕 돈으로 무마하려고 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내가 ‘잰’처럼 모든 것을 잃어가면서 피해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이 사회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돈이 있고 권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것이 '법'이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같이 시민의 평등에 대해 관대한 나라에서 법 또한 강자의 편이라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영화는 많은 것을 시사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재판 진행, 치열한 법정 공방, 배심원 제도, 변호사 사이, 변호사와 판사의 관계 등 미국 법조인에 대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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