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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원 Jan 16. 2020

그 밑에서 잘 돼봐야 다 거기서 거기

 거기 위치가 윗물인가요?

조세 모리뉴 감독을 아는 축구 팬들은 그가 완성되거나 검증된 선수들을 기용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알고 있다. 나 또한 이 포르투갈 출신 감독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트레블(리그, 컵대회, 유럽 대항전 3개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을 달성할 때만 해도 그랬다. 이번 글은 그 '알고 있는 것'에 관해 알아보려고 한다. 


카세미루(왼쪽, 사진 출처=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현대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어떻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가

이 일화는 스페인 언론 'AS'에서 카세미루의 데뷔에 관한 기사를 인용하였다.

카세미루는 2013년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레알 마드리드 2군이자 스페인 3부 리그 소속 카스티야로 임대 이적을 하였다. 그는 감독의 첫 번째 선택은 아니었지만 이적한 첫 시즌 치고 괜찮았다. 공중볼 경합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좋은 빠따(킥, 슈팅에 있어 힘을 가졌다는 것을 말한다. 일본어에서 파생된 것은 맞지만 일본어는 명백히 아니다.)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당시 팀 감독이었던 토릴은 이 브라질 미드필더를 불러 '널 누군가가 1군 팀에서 필요로 하니 넌 그들과 함께 훈련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카세미루는 당시 레알 마드리드 1군 팀을 맡고 있었던 모리뉴 감독의 지시로 콜업되어 훈련을 시작했다. 다행히도 빠르고 경기 도중 올바른 결정을 내릴 시간이 적었던 브라질 리그에 반해 스페인의 스타일이 더 적합함을 느꼈다. 그는 훈련 도중 우연히 카랑카 코치가 1군 감독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이 선수 괜찮은 선수예요.' 그러자 모리뉴는 '맞아. 나는 쟤를 알아. 카세미루잖아.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많은 경기를 뛰었잖아.'라고 카세미루에게까지 들리도록 말했다.

21살의 막 1군과 훈련을 가졌던 이 미드필더는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인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리는 라리가 32라운드 레알 베티스와의 경기 명단에 포함된 것을 알게 되었다. 기존 1군 멤버 중 카세미루와 같은 위치에서 뛰던 마이클 에시앙은 부상이었고, 사미 케디라와 사비 알론소는 같은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을 위해 휴식을 가졌다. 팀이 머무를 호텔에서 선수들과 만났을 때는 같은 국적 선수였던 항상 카카와 붙어 다녔다.

카세미루는 스스로 이번 경기에서 5분 정도의 시간으로 데뷔전을 갖거나 벤치에서 홈구장의 열기를 느끼는 것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이 두 가지중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모리뉴 감독은 점심 식사 전 짧은 팀 토크를 가지려 했었고 그는 아침 식사 때 카세미루에게 '카세, 내 방으로 가있어.'라고 얘기했다. 모리뉴 감독은 자신의 방에서 '나는 널 잘 알고 있다. 네가 상파울로에서 100경기를 뛰었던 것도 알아.'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자신의 전술판에 카세미루의 이름이 올려져 있는 것을 보여줬다.

'저를 선발 선수로 내보내시는 겁니까?'라고 어린 브라질 미드필더는 물었고 모리뉴 감독은 '맞아. 넌 많은 경기를 뛰어왔고 넌 좋은 선수다. 침착해. 공을 잡으면 세게 차. 베르나베우는 널 사랑하게 될 거다.'라고 카세미루는 자신의 첫 데뷔를 회상했다. 

※P.S : 조세 모리뉴 감독은 이외에도 2012-13 시즌 팀에서 가장 어린 선수들 중 한 명이었던 라파엘 바란을 중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주전이었던 페페와 라모스는 각각 부상, 징계로 못 나오고 있었던 것도 감독의 결정에 도움이 됐다. 그리고 그는 코파 델 레이(스페인의 컵대회) 4강 1차전이자 엘 클라시코(바르셀로나와의 경기를 뜻한다.)에서 혼자 수비, 공격을 다 하였다. 바란의 골로 레알 마드리는 그 경기에서 비겼다. 캄 노우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호날두의 2골, 바란이 1차전과 비슷한 헤더를 넣으면서 바르셀로나를 주저앉혔다. 
바란은 프랑스의 국가대표팀 중심 수비수로 출전해 월드컵 우승을 달성했고 레알 마드리드에서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3 연속 우승을 했다. 하지만 그의 나이는 아직 26살에 불과하다. 우리는 바란이 은퇴할 때 다른 어떤 수비수들보다 우승을 많이 달성한 수비수로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 스콧 맥토미니(현재 부상 중)를 데뷔시켰으며 첼시에서는 하드웨어 괴물 커트 주마를 데뷔시켰다.(첼시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190cm, 95kg으로 기록되어있다.)

리버풀과의 리그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른 자펫 탕강가(사진 출처=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얘는 어떠세요?

지난주 화요일에 있었던 감독과 유스 출신 선수와의 짧은 대화를 먼저 읽어보자. 

'너 뛰고 싶어?' / '네'

'안 무섭겠어?' / '아뇨, 전혀요.'

프리미어리그 첫 데뷔전을, 그것도 압도적 1위를 달리는 리버풀을 상대로 치렀지만 자펫 탕강가의 등장은 토트넘의 당연한 패배보다 더 주목받았다. 모리뉴 감독은 선발 명단이 오픈된 후 인터뷰에서 그를 기용한 이유를 밝혔다. '사디오 마네와 모하메드 살라를 저지할 수 있는 속도'였다. 1999년생의 어린 수비수는 경기 초반 그냥 골대로 들어가는 공에 자신의 몸을 던져 수비했으며 사디오 마네를 오른쪽(전반)에서 모하메드 살라를 왼쪽(후반)에서 상대했다. 그들이 편하게 공을 잡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수비를 했고 뒷공간 커버를 빠른 속도로 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이 유스 출신 선수가 몸을 던져 공을 바깥으로 내보내고, 사이드에서 상대를 제치고 드리블을 할 때면 팬들은 그에게 Big cheer을 주었다. 카세미루가 베르나베우에서 그랬던 것처럼 탕강가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자신을 팬들이 사랑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한 번 잘한 것으로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탕강가보다 먼저 유스로부터 데뷔했던 해리 윙크스는 몇 년 전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 경기에서 루카 모드리치와 토니 크로스라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들을 상대했다. 윙크스는 마치 이니에스타처럼 공을 상대 사이에서 잘 지켜냈으며 팀에게 안정성을 주었고, 좋은 전진 패스를 넣어주었다. 경기 전에는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들이 토트넘의 어린 선수들을 어떻게 요리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후에는 그들을 격파한 토트넘의 젊음들에게 그것이 바뀌어있었다. 하지만 지금 윙크스는 공을 잡고 도는 팽이, 팀 선수가 골을 넣으면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직관 팬으로 전락했다...

탕강가가 토트넘의 전설적인 수비수 레들리 킹과 같은 팀을 상대로 리그 데뷔전을 치렀다는 것에 많은 팬들은 흥분하고 있다. 현재 가장 잘하는 공격수들을 상대로 겁먹지 않는 대담함, 80분이 넘어서도 수비수들을 제쳐 터치라인 드리블을 할 수 있는 체력은 오래전 킹이 보여줬던 모습과 유사하다. 팬들은 킹이 나오는 경기라면 무조건 승점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과연 현재 토트넘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수비수토트넘의 팬들에게 믿음을 있는 선수가 있을까? 스쿼드 속에서 자신을 증명할 수 있을까? 

※P.S : 모리뉴 감독이 토트넘의 헤드 코치로 부임하고 난 후, 토트넘의 매우 유망한 공격수 트로이 패럿(17세)이 리그 데뷔전을 가졌으며(패럿은 손흥민이 원더골을 넣은 번리와의 경기에서 데뷔전을 가졌다. 감독은 손흥민에게 가서 패럿에게 데뷔 기념 매치볼을 양보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러니 창정이형 모리뉴한테 뻑이 가지..) 탕강가의 데뷔 그리고 데니스 커킨(17세) 또한 처음으로 1군 스쿼드에 합류하였다. 어차피 갖다 버린 시즌, 유스들에게 기회 좀 많이 주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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