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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원 Dec 17. 2019

최근 경기 4승 1패 3뇌절

마음 80%, '얘네가 돈 받으며 축구하는 애들이 맞나 물어보고 싶어'

토트넘은 최근 5경기 4승 1패로 모리뉴 감독이 온 뒤 팀의 분위기를 잘 만들어나가고 있다. 어느덧 첼시와의 승점은 3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며 다가오는 경기에서 직접 맞붙는다.(이 경기로 순위가 바뀔 수가 있기 때문에 승점 6점짜리 경기라고 한다. 그리고 모리뉴 더비, 런던 더비라고도 부를 수 있다.)

스퍼스는 최근 PL 11경기 동안 패하지 않았던 울버햄튼을 상대로 아주 힘겹게 승리를 거뒀다. 베르통언(Super Jan)의 셀레브레이션이 지루한 경기에 지쳐 졸게 만든 나를 깨웠다. 그러나 경기에서 나를 깨우는 요인은 그의 골 말고도 많았다. 오늘은 그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베르통언의 라스트 골 이후 슈퍼맨 셀레브레이션 (사진 출처=토트넘 Youtube)


뇌절

나뭇잎 마을 최고의 카피닌자 카카시와 그에게 기술을 전수받은 사스케가 뇌절을 쓴다면 뇌절 토트넘 마을엔 산체스와 오리에 그리고 다이어가 있다.

뇌절수비 1 다빈손 산체스 (사진 출처=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어젯밤 경기 중 전반에 나왔던 가슴 트래핑 실수(같은 편인 무사 시소코가 찬 공이었다. 그의 패스가 투박했던 것은 사실이다.)로 상대 공격수에게 소유권 내줬던 순간은 '다음 글은 어떤 소재가 좋을까'고민하는 나에게 큰 선물이 됐다.

다빈손 산체스가 토트넘의 져지를 들고 사진 찍을 때만 해도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배우 이드리스 엘바(아스가르드의 헤임달)를 닮았으며 포체티노의 눈을 믿었다. 또한 믿고 쓰는 네덜란드 리그의 명문팀 아약스산이었기 때문이다.(믿고 죽 쑤는 쓰는 네덜란드 리그 득점왕 출신 얀센은 잊도록 하자.) 같은 팀에서 활동했었던 선배들이 센트럴 하프(Centre Half, 중앙 수비수)를 맡고 있으니 잘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다.

콜롬비아의 젊은 국가대표 수비수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한 경기에서 모두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팬들이 베르통언의 떨어진 주력에 대한 걱정을 잊게 해 줄 수 있는 속도를 가졌고, 젠틀하게 수비하는 벨기에 듀오와는 달리 전투적이고 정확한 태클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경합이 붙는 상대가 누구든 몸싸움을 주저하지 않으며 가끔 보여주는 탈압박은 '이 X끼가 이걸?'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러나 그는 패스와 드리블을 할 때마다 베르통언을 그리워하게 만들며 경기 중 실수인지 판단인지 모를 위험한 결정을 내리곤 한다. 공격수에게 정확하게 보내는 레이저를 쏘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토비 알더베이럴트가 있으니. 그런데 조금만 중, 장거리로 패스를 보낸다 싶으면 상대 발 앞에 있다.


뇌절수비 2 세르주 오리에 (사진 출처=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산체스 옆이라고, 새로 온 감독이 자기 공격시켜줬다고 두세 골 좀 넣고 괜찮게 하는 것 같아 보이더니 또이또이다. 어제 경기에서 도대체 공 잘 빼앗아놓고 왜 다시 상대 압박이 심한 지역으로 들어가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케인이 오픈패스로 잘 전환하여 열어준 것을 그냥 퍼다가 상대 골문 뒤 관중들에게 가져다주는 것은 하.. 트리피어가 가면 다 될 줄 알았는데 오리에가 있었다. 이것만 있을까. 팀의 최근 5경기 유일한 패배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상대 골키퍼 다비드 헤아와 경기 중에 하던 캐치볼얘가 공을 잡을 때마다 생각난다.

다행히 제일 걱정했던 동료들과 갈등, 멘탈부분에서의 문제는 없었다.(포체티노 감독은 2017년 여름 이적한 오리에에게 '사고 치면 죽여버릴 거야.'라고 이야기했다. 심지어 모리뉴 감독도 최근에 '네가 지난 감독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를 엿 먹일 수 있다는 생각은 실수다.'라고 했다.) 그러나 본인이 가지고 있던 정확한 킥력, 공격 전개 능력 또한 같이 없어졌다. 경기를 보면서도 '얘가 지금 잘하는 게 뭐가 있지.' 하며 봐도 찾을 수 없다. 일단 모리뉴 감독이 온 후로 선수들에게 전보다 제한적인 역할만 부여하는 것에 오리에는 혜택을 받았다. 이는 1) 높은 지역에서 공격을 가담하여 득점하는 것, 2) 그가 실수로 공을 뺏기더라도 팀의 수비 지역이 아닌 상대방 지역에서 일으키기 때문에 위험이 적어진다는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최근 경기에서도 루카스 모우라가 공을 잡으면 부리나케 앞으로 뛰어 상대 수비를 유인하려던 오리에를 볼 수 있었다. 포르투갈 감독이 주문하는 전술을 수행하는 것에 오리에가 지금 후보들 중에 가장 적합한 것은 맞지만 그는 빨리 자신의 장점을 찾아야 한다. 정말 이러다가는 토비 몸에서 사리가 나올 것 같다.


호카게

호카게 에릭 다이어 (사진 출처=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뇌절 토트넘 마을에 상급닌자 산체스와 오리에가 상급닌자라면 에릭 다이어는 호카게다. 그는 전반 35분밖에 되지 않았는데 가슴에 양 손을 대고 뛰고 있더라. 군대에서 3km 구보를 처음 하며 내 심장이 터지는 것 아닌가 하며 뛰던 그때처럼 말이다.(살을 왜 안 빼는 거지?)

모리뉴 감독은 다이어의 오랜 팬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을 할 때부터 그를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라고 생각해왔고, 경기가 끝나고 둘이 귓속말을 주고받던 것이 포착되기도 했었다.(그는 부모님의 직업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포르투갈에서 자랐기 때문에 포르투갈어를 구사할 줄 안다.) 현재 그는 모리뉴 감독 밑에서 1경기를 빼고 전부 선발 출전하고 있다.

다이어의 가장 장점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다는 것이다. 토트넘에 그는 우측면 수비수를 하기도 했었고, 중앙 수비수 그리고 전진해있는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현재 전술적 이유로 우측면 수비수를 가는 선수는 다이어가 아니라 무사 시소코다. 토트넘의 빛이다.) 이제는 제발 하나만이라도 잘했으면 좋겠다. 중앙 수비수로 나온 경기에서는 패스미스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온 자리에서는 패스미스에 더해 뒤에서 들어오는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공을 뺏겨서 역습을 당한다. 가장 큰 문제는 그가 수행할 수 있는 두 역할은 현재 팀에 가장 필요한 자리라는 것이다. 안정적으로 공을 지키고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하는 역할인데 주위 선수들에게 부담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 머리를 길러야 한다. 머리를 기르고 저 이상한 수염을 잘라야 한다. 스킨헤드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머리를 길러야 한다. 안 돼. 네 머리 받아줄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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