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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복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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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맘 Jan 12. 2019

대박. 이게 첫 월급이라니?

드디어 나도 직장인으로서 첫 월급을 받게 되었다.


월급을 받기 전에 나는 수많은 기대와 부픈 꿈을 안고 있었다.


그 전까지는 높은 등록금에 학자금 대출에 매달 나가는 생활비 등으로 나는 지출만 할 줄 알지 소득을 창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얼른 취업해서 돈을 벌고 싶었다.


'월급 들어오면 뭘 할까?'


'일단 뽐나게 차부터 사고.. 동생도 챙기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예쁜 옷도 사볼까?'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더군다나 은행원 월급인데'

나는 이미 부자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고 고대하던 첫 월급날이 다가왔다.


급여 통장에 찍힌 금액을 보고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잠시동안 나는 얼어있었다.


내 눈을 의심했고, 내 귀를 의심했고

'여긴 현실이 아니고 지금 꿈꾸는 중일거야'

라며 현실을 부정했다.


하.지.만.

현실이었다.


그 시기에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기업, 금융권의 기존 직원들의 연봉은 그대로 둔 채, 신입직원들의 연봉을 20프로로 대폭 삭감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신입직원과 기존 직원의 연봉차이는 천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취업준비할 때, 신입직원의 초봉을 삭감한다고 논의가 된다고는 했지만

이렇게 결정이 되고, 금액이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내가 꿈꿨던 은행원의 고액연봉에 대한 기대는 첫 월급을 받은 순간부터

쨍그랑 깨져버렸다.

재테크에서 소위 말하는 통장쪼개기는 커녕 진짜 통장을 쪼갤 판이었다.


내부 규정이라 금액을 정확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세금이 빠지고 통장에 찍힌 금액은 1인가구 기준 생활비보다 몇 십만원이 더 들어온 금액이었다.


이미 차는 물건너 갔고, 가족도 넉넉하게 챙길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내가 자취하는 원룸의 30만원 월세와 생활비, 데이트 비용을 내고 나면 잔고는 금세 바닥이 났다. 말 그대로 1인이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이었다.


월급이 들어온 날, 사내 메신저는 난리가 났다. 당시 200여명이 넘는 동기들은 첫 월급을 받고 나처럼 당혹스러워했고, 여기 저기 분노의 메신저가 날라왔다.


은행에 취업했다고 했을 때, 가족 친척들은 안정된 직장과 높은 연봉을 얘기하며 무척 좋아하셨고, 모두 내 월급을 은연중에 궁금해하셨다.

취업을 해서도 학생때처럼 가난(?)하게 생활하는 나를 보며 가족들은 의아해 여기긴 했지만 내가 취업을 한 것만으로도 기뻐했기에 더는 묻지 않았다.


은행에서 모출납으로 있던 나는 매일 10억원의 현금을 세었고, 손에는 CD기에 넣을 만원짜리 돈다발을 수시로 들고 다녔다. 고객에게는 수천만원의 예금을 해주고 수천만원의 대출을 해주었지만 정작. 내 호주머니는 텅텅 비어있었다.


하지만 그 충격도 잠시, 나는 다시 정신없이 반복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직 신입이긴 하지만, 나를 기억해주고 나를 찾아오는 고객들이 있어 조금씩 업무에 대해 뿌듯함을 느끼던 중이었다.

물론 다양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중에는 정말 좋은 손님들도 많았다.


그리고 난 이미 내 자신을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나는 매일 10억을 보는 사람이야~'


비록 내 호주머니는 비어있을지언정.

 

1년 후, 삭감된 신입직원의 연봉은 다행스럽게도 다시 정상화되었다.


Http://blog.naver.com/tjehddus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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