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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윤 Feb 10. 2019

21세기 산수화의 재창안 –황인기와 디지털 산수화

한국의 고유성과 디지털 픽셀의 융합

전통과 디지털의 만남

21세기 산수화 - 황인기


    고고한 선, 차분한 여백, 침착한 필치. 천 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연만큼이나, ‘산수화’ 장르의 특성은 우리에게 친숙합니다. 그렇다면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의 작가들은 이 오랜 전통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요?      

    1951년 충주 태생의 황인기는 ‘디지털 산수화’로 이름을 알린 중견작가로서, 산수화의 새로운 해석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그는 서울대 응용물리학과를 중퇴하고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 이후 도미하여 프랫 인스티튜트 대학원에서 학업을 이어갔습니다. 10여 년의 이민 생활을 마치고 1986년에 귀국한 작가는 전통 산수화 이미지를 디지털 픽셀로 전환하여 확대한 화면에 리벳, 실리콘, 플라스틱 레고, 크리스털 등을 부착하는 작업을 발전시켰습니다. 크리스털을 활용한 <오래된 바람- 금강내산 2>에서도 볼 수 있듯이, 붓 자국을 대체하는 오브제의 물성은 신선한 촉각과 공감각을 낳습니다. 

황인기, <오래된 바람- 금강내산 2>

    이러한 작업방식을 바탕으로 하여 작가는 1990년 송은 문화재 단상, 1996년 선미술상, 199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등 다양한 상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2004년 앤디 워홀 재단 레지던시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던 그는 지난 2017년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하며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전시 이력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전(1997), 성곡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2005), 광주비엔날레(2006) 등이 있습니다.

황인기, <오래된 바람- 산수>

    이처럼 이미지를 재구축하여 매체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그의 작업에서는 대상 이미지의 선택, 수공 작업, 전환된 매체의 배열 방식 또한 중요한 축이 됩니다. 즉, 화면에 밀도와 깊이가 추가되면서 서양의 풍경화와는 또 다른 맥락의 ‘재현’이 이루어집니다. 작가는 동양의 사고와 전통의 어법을 통해 서구 모더니즘의 관습으로부터 탈피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는데요, 이에 <몽유도원도>, <무이구곡도>, <금강전도>, <인왕제색도> 등의 산수화가 현대적 어법으로 재해석되었습니다. 

황인기, <몽유-몽유>

    그중 대표작으로는 <몽유-몽유>를 꼽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황인기는 한국 전통을 계승하는 산수화에 디지털 픽셀이라는 현대적 언어를 융합시키는 것은 물론, 매체적 실험의 노력을 규모로 구현해냈습니다. 이로 인해 가까이에서는 강한 물성이 느껴지고, 멀리 서는 그 매체들이 이루어내는 형상이 부각되지요. 각 픽셀이 새로운 재료로 대체되는 기계적 작업을 통해 기존에 존재하던 평면의 회화는 거대한 입체적 구조로 재구성됩니다.

황인기, <오래된 바람 1102>

    전통을 다루되, 이전의 것에 천착하지 않은 황인기는 감상자의 감각을 다방면으로 깨워 산수화의 개념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입체의 형태로 태어나 또 다른 차원을 얻게 된 작품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우리가 알고 있던 미술의 틀이 하나씩 깨지며 확장되는 순간을 지켜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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