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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윤 Apr 01. 2018

한국 미술사의 흐름을 느끼다

<서울대학교 미술관 소장품 100선 展>

서울대학교 미술관, 일명 MoA(Museum of Art Seoul National University)에 다녀왔습니다. MoA는 현재 총 660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보유하고 있어요. 특히 2018년 4월 29일까지는 개관 20주년을 맞이해서 미술관 보유 작품 중 한국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100점의 작품을 엄선하여 공개하는 특별전을 진행 중이에요.



전시장 내부에는 따로 굳즈를 판매하는 곳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그림들이 깔끔하게 배치되어 있었어요. 특히 동선을 따라 걸으며 작품을 한 점 한 점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도록 계단과 벽의 구조를 활용한 기획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학내에 있다 보니 관객이 많이 붐비지 않는다는 점,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관객을 위해 전문가가 1:1로 도슨트(작품 설명 및 해설)를 해준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전시는 층을 따라 이동하는 동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작품의 특성에 따라 전시된 공간이 분리되어 있었어요. 크게 추상화와 반추상화, 구상화, 3가지 갈래로 나누어져 있었고, 각각을 벽으로 구분하여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추상, 반추상화 파트에서는 전문가가 들려주는 도슨트의 역할이 중요했어요. 관객의 생각과 실제 작가의 생각을 비교해보는 과정을 거치면서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풍부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작품을 감상하면서 느낌이 좋았던 그림들을 한번 모아봤어요.


서양식 추상 표현에 한국의 선을 그어 동서양의 조화를 꾀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대한민국 내각제 시절 ‘장면 총리’의 친동생이 그린 작품이라고 하네요.


물감을 수없이 바르고 말리고 가르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이 수행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남아낸 <균열>이라는 작품입니다.


춤을 추는 사람들을 선으로 묘사한 작품입니다. 사람 간의 친밀함이 드러나 있다고 하는데.. 저는 처음 보고 균열이 일어난 느낌을 받았었어요. 역시 추상화는 어렵습니다.


밤색과 푸른색을 섞어 만든 검은색을 활용했다고 해요. 이는 오대산의 나무를 보고 우연히 불교적 의미를 떠올린 작가의 영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하네요.


이 외에도 아래에 나열된 작품들이 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모두 내로라하는 국내 작가들의 작품인데, 큰 의미 없이 그린 듯한 느낌을 주면서도 가까이서 살펴보면 세밀한 붓 터치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뛰어난 작품들이었어요.


단순하면서도
깊은 의미가 담긴 작품들입니다.



그리고 이응로 작가, 장욱진 작가, 김창열 작가 등 기라성 같은 작가들의 작품이 나열되어 있어 한국 미술사를 자연스럽게 공부하게 되는 거 같아요.

특히 이데올로기 문제로 인해 입국마저 거부되었지만, 지금은 충청남도 홍성에 호를 딴 도로까지 있다는 이응로 작가의 이야기는 MoA의 도슨트가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던 이야기라 더욱 신선했습니다.


먹으로 동화적 느낌을 살려내는 장욱진 작가.


전 세계적인 물방울 아트의 대가, 김창열 작가의 대작도 한쪽 벽면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전시된 총 100점의 작품 가운데 딱 5점만 외국 작가의 작품이에요. 그만큼 한국의 미술사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외국 작가들의 작품

전시의 동선은 3층에서 지하로 이어지는데요. 그 길목에 사진작가들의 작품도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오래되어 갈라진 비누를 촬영한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사진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비누 사진


전시의 마지막에 놓여 있는 작품은 김병기 작가의 <신라 토기의 시간과 공간>입니다. 김병기 작가는 ‘상파울루 비엔날레’ 한국 대표 커미셔너 및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추상미술의 대가라고 해요.

도슨트에 따르면 <신라 토기의 시간과 공간>에서는 수직과 수평의 선이 가볍게 중첩되어 있으며, 여러 선의 집합을 통해 분할된 화면을 표현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작품 상단부를 가로지르는 가는 선의 집단은 신라 토기라는 전통적 모티프를 연상시키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원색 사각형들의 가지런한 배치로 기하학적인 심상과 선의 조화 또한 꾀하고 있다고 하네요.

사실 도슨트를 들으면서도 작가의 의도가 잘 와 닿지 않을 만큼 어려운 표현의 연속이었지만 거장의 작품세계를 슬쩍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점 자체가 매력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김병기 작, 신라 토기의 시간과 공간, 1993년




한국의 미적 감각이 충만한 <서울대학교 미술관 소장품 100선>은 다음과 같은 점이 매력적인 전시입니다.


 1. 한국 최고의 작가들이 한 곳에 모여있습니다.

 2. 학내에 있어 관객이 적어 집중력 있는 감상이 가능합니다.

 3. 추상과 반추상, 구상화를 구분하여 전시한 동선 기획이 매우 깔끔합니다.

 4. 굳즈 판매 등 부가적인 요소 없이 작품 자체에 집중한 전시입니다.


마지막으로 1시간 동안 총 11 작품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전문가 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전시 정보
서울대학교 미술관
02-2123-3340
2018년 2월 1일-2018년 4월 29일
10:00-18:00

**관람요금
일반 3,000원
어린이, 청소년 2,000원
서울대 구성원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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