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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총각 May 14. 2020

수도권을 떠나다.

지옥철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니, 마치 길고 길었던 꿈을 꾼 느낌이었다. 나는 다시 백수가 되어있었고, 따뜻했던 계절도 어느덧 서늘한 가을로 변화하고 있었다. 


5개월간 시골 농촌을 다니며 농사&농촌의 문제점을 느꼈던 나는, 앞으로 농산물과 관련된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여행 일정을 예정보다 조금 일찍 끝내고 올라온 이유 역시, 일해보고 싶은 회사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여행 도중 만났던 어느 이장님의 소개로 알게 된 스타트업 회사였는데, 내가 느꼈던 '농산물 판로의 문제점'을 색다르게 해결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여행 말미에 회사 대표님께 이메일을 보냈고, 감사하게도 대표님과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대표님을 찾아갔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동영씨"


야외에서 나를 기다리시던 대표님은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대표님은 나에게 짧은 시간이었지만 회사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직원을 채용하는 일은 여러모로 부담이 되었고, 내가 어떤 역량을 가진 사람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기에,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또한,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도 의논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그렇게 대표님과의 첫 번째 만남 이후, 두 번의 만남이 더 있었지만, 아쉽게도 이 회사와는 인연이 되지는 못했다.


대표님은 나에게 기회를 주시려고 했지만, 회사의 여러 가지 사정상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물론 직장생활 한번 해보지 않고, 그저 의욕만으로 열심히 일하겠다는 나의 스펙도 마음에 걸렸을지 모른다. 생전 처음으로 일하고 싶은 회사가 생겼다는 사실에 마음이 두근거렸었는데, 그게 잘 안되니 마음이 다시 붕 뜬 느낌이었다. 여하튼 나는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했다. 


'나 혼자 일을 시작해볼까?'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많은 것들을 혼자 해왔지만, 일(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니 뭐부터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어디가 되었든 농산물과 관련된 회사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며칠간 인터넷을 뒤져가며 일해보고 싶은 회사를 찾기 시작했다. 집이 인천이다 보니, 주로 수도권에 위치한 회사를 찾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농산물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된다면, 굳이 수도권에서 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오히려 지방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몇 개월간 시골 농촌을 돌아다니다 수도권으로 올라오니 왠지 모르게 갑갑한 마음이 들었었다. 내가 어떻게 이런 답답한 도시에서 살았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도시는 편리하고 화려했지만, 나에게 안정감을 주진 못했다.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수도권을 떠나, 자연의 색이 포근하게 맞이해주는 한적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단계적 귀촌을 하기로 생각했고, 며칠 뒤 이러한 생각이 '결심'으로 바뀌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이날은 약속이 있어 서울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약속을 끝내고,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는데. 아뿔싸. 퇴근시간이었다. 서울의 지옥철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왜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을 지옥철이라 부르는지. 나는 집으로 가는 7호선 지하철에 올라탔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기 위해, 꽉 찬 지하철 안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더 이상 사람이 들어올 공간이 없을 것 같았지만,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꾸역꾸역 계속 들어왔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몸은 곧추서있었고, 다음 역에서 문이 열릴 때마다 내 몸은 더욱더 찌그러져갔다. 만약 내가 원했던 스타트업 회사에 다녔다면, 이런 식으로 왕복 3시간이 넘는 거리를 다녔어야 했을텐데,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건 아니야... 뭐가 됐던 일단 수도권을 벗어나 보자'


그렇게 나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수도권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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