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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총각 Aug 21. 2020

월급은 나를 게으르게 만든다.

그래서 퇴사한다.

나는 게으르다.


주변에서는 "너가 게으르다고?"라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나는 정말 게으르다.


일단 주변인의 반응을 설명하자면, 겉으로 보여지는 내 삶이 굉장히 바빠 보였기 때문이다. 학교를 다니면서는 아르바이트를 쉰 적이 없었고, 학생회장에도 나가고, 휴학을 이후 돈을 벌어 워홀도 다녀오고, 해외배낭여행도 하고, 국내배낭여행도 하고... 하고 싶은 게 많아서 한시도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내가 "나는 게으른 사람이야"라고 말하면 잘 안 믿는 눈치다. 하지만, 나는 누워있는 걸 가장 좋아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뒹굴 누워서 티비보는게 가장 좋다. 그런 내가 이런저런 활동을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생각을 해보니 나는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면서 희열을 느꼈던 것 같다. 비록 몸은 힘들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얻게 되는 다양한 경험들이 나의 삶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으름을 이겨내고 도전을 즐겼던 것 같다.


나에겐 취직도 하나의 도전이었을지 모르겠다. 나의 진로를 바꾼 국내배낭여행 이후, 나는 내가 앞으로 가려고 하는 길과 같은 방향성을 지닌 회사에 취직했다.(나의 첫 사회생활이었다) 그렇게 회사에 들어가 많은 것들을 배우며 나 스스로의 스펙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었다. 추후 나만의 일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회사에 있는 동안 이 회사가 내 것이라고 생각하며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통장에 월급이 쌓여갈수록, 도전적이었던 나의 삶은 점점 에너지를 잃어갔고, 내 안에 숨 쉬던 '게으름'이라는 녀석이 꾸물꾸물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의 삶에서 더 이상의 도전은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월급날이 되면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은 그동안 풍요롭지 못했던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만 같았다.


'월급 생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그렇게 점점 무의미한 시간들이 흘러갔다. 열정 넘치던 회사생활도 점점 중간만 가려고 했고, 그저 쉬는 날이 오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렇다고 쉬는 날에 뭐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뒹굴뒹굴 누워서 티비보기' 그게 다였다. 통장에 돈은 쌓여가고 있지만, 점점 나를 잃어가는 기분이었다. 하려고 했던 사업은 그저 머릿속으로만 구상하고 있었고, 자기 계발도 없었으며,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올리겠다고 다짐했던 나는 브런치에 자주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저 시간이 흐르며 통장에 쌓여가는 돈만 바라봤다. 주식을 하며 어떻게 돈을 불릴지 고민하고, 쉬는 날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궁리만 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왜 이 회사에 들어왔고, 무엇을 위해 집을 떠나 지방으로 왔는지 생각하게 되었다.(내 집은 인천이고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경상북도 경주다) 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무모하고 도전적이었던 나는 이제 없었다. 나는 나 자신을 되찾고 싶었다. 안락함에 취해 게으름 속에서 사는 나를 돌려놓고 싶었다. 그래서 퇴사를 결심했다.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기로 결심한 것이다.


"갑자기? 퇴사를 하겠다고?"


팀장님이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잘 지내는 줄만 알았던 내가 갑자기 퇴사를 한다고 하니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시국이 시국인지라, 이런 어려운 상황에 회사를 나가겠다고 하니 놀람보다는 걱정을 해주셨다.


"이 시국에 괜찮겠어?"


"음... 지금이 아니면 못 나갈 거 같아요."


그렇게 퇴사는 결정되었고, 이제 나는 나만의 일을 준비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의 안락함은 없다. 쉬는 날의 행복도 없을 것이고, 월급의 달콤함도 없을 것이다.


하... 나도 참 대책 없는 놈이다. 그래도 일단 그만두면 살기 위해 뭐든 하지 않을까?


후련함과 걱정이 교차되는 요즘, 몇 달이 지난 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나의 퇴사를 자축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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