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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총각 Dec 31. 2020

왜 독립출판을 하려고 하시나요?

나의 독립출판 이야기.

왜 독립출판을 하려고 하시나요?


출판 자체도 쉽지 않은데, 왜 독립출판을 하려고 하시는 건가요?



(바쁜 사람은 스크롤을 쭉 내려 구분선 아래부터 보길 바랍니다)



인간은 다양한 욕구가 있다.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존경의 욕구 그리고 자아실현의 욕구. 아마 독립출판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가 강한 분들이 아닐까 추측이 된다. 물론 아닌 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다. 나는 관종이다. ^_^


2년 전으로 돌아가 본다. 2년 전 나는 국내배낭여행을 했다. (내가 어떤 여행을 했는지 궁금한 분들은 이 글을 읽고 아래 남겨놓은 링크로 들어가 보길 바란다) 약 5개월간의 배낭여행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진로까지 바꿔놓았으니 말이다. 여행을 하며 느꼈던 다양한 경험들을 혼자 가지고 있기엔 아쉽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여행 중 우연히 독립서점을 운영하시는 분을 만났다. 그전까지는 독립서점, 독립출판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나는 그분이 운영하시는 독립서점을 구경하면서 다양한 독립출판 서적을 살펴보았고, 그분이 독립출판에 대해 알려주셨다. 그리고 그때 나는 느꼈다. 



'그래, 이거다.'



그전까지 저는 책은 무조건 출판사를 통해야만 나올 수 있다고 알고 있었고, 사실 책이 어떻게 유통되는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독립출판을 알게 된 순간, 나는 바로 독립출판을 하기로 결심했다.


주어진 틀에 맞춰진 생활을 싫어하는 나에게 독립출판은 안성맞춤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니까. 나는 나만의 이야기를 나만의 방식으로 쓰고 싶었고, 그 누군가의 간섭도 받기 싫었다. 그래서 여행이 끝나자마자 독립출판을 목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글을 쓰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글을 제대로 써본 적도 없고, 머릿속에서 맴도는 말을 글로 표현하기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나마 내가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브런치에 글을 올렸을 때 즉각 나타나는 반응이었다. 어딘가에 노출이 됐는지, 운이 좋게도 쓰는 글마다 조회수가 잘 나왔다. 



글을 쓰고 보는 조회수는 마약과도 같았다. (물론 마약을 해보진 않았지만) 새로고침 할 때마다 올라가 있는 조회수는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만약 글을 쓸 때마다 이런 반응이 없었다면 글을 쓰는 재미가 없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독립출판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브런치에 꼭 글을 써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나, 조회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글 쓰기 속도 역시 더뎌졌다. 게다가 취업을 하면서 일을 핑계로 글 작업은 점점 더 멀어져 갔다. 늦어진 글 작업은 2년 만에 겨우 마무리됐다. 글만 쓰면 책을 만드는 일은 쉬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제부터 진짜 독립출판이 시작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독립출판을 위해 준비물을 준비한 것이었다. 난생처음 써보는 인디자인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준비한 글들을 사진과 함께 차곡차곡 정리했다. 그리고 내 나름대로 내지와 외지 디자인을 했다. 디자인 전공이 아니기에 굉장히 허접한 모습이지만, 내가 원하던 모습이었다. 



샘플을 완성하여 만들어보았다. 영롱한 모습이다. 이걸 내가 했다니 믿기지 않았다. 이제 샘플을 들고 밖으로 책 사진을 찍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찍은 책 사진, 책 소개글과 함께 텀블벅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출판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함이었다. 크라우드펀딩에서 그냥 책만 보내는 경우는 없었다. 그래서 나도 리워드 라는걸 만들고 홍보했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응원과 후원을 해주셨다. 감사했다. 비록 허접하지만 남들 하는 건 다 해보고 싶어서 ISBN을 신청하기로 했다.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하다고 해서 난생처음으로 시청에 찾아가 사업자등록을 했다. 그렇게 정식으로 ISBN을 발급받고, 펀딩이 끝나기 전 최종본 책을 만들기 위해 계속 수정하고 수정했다. 


독립출판으로 만드는 책이 크라우드펀딩 없이 진행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내 책을 세상에 처음 알리고,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이 과정에서 내가 생각한 최소한의 모금액을 잘 선정해야 하고, 책의 단가와 리워드의 단가 그리고 택배비와 수수료까지 생각할게 생각보다 많았다. 머리가 아팠지만, 돈이 없는 나에게는 꼭 필요한 수순이었다. 아무리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적자를 내면서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여하튼 성공적인 크라우드펀딩이 마무리되었다. 펀딩 이후에도 의외로 많은 주문이 들어와서 초판을 모두 팔 수 있었다. 나의 애초 계획은 '100권만이라도 잘 팔아보자'였는데, 크라우드펀딩이 내 예상보다 잘 됐다. 그래도 책이 남아서 가지고 있는 건 싫어서 230부를 뽑았다.(내 나름 여유 있게 뽑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굉장히 적은 숫자였다.


책이 부족했다. 펀딩 전 이걸 다 못 팔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책이 부족하다니... 처음부터 많이 뽑았으면 이런 걱정을 안 했을 텐데... 처음 인쇄할 때 500부 정도 할 걸...(근데 그때는 돈이 없었다)

한 번에 500부를 인쇄하는 것과 200부 1번, 300부 1번 이렇게 나눠서 인쇄하는 건 가격이 다르다. 생각보다 차이가 많이 난다. (당연히 500부 한 번에 인쇄하는 게 싸다)



다행히, 친구 중에 출판사에 다니는 친구가 있어 연락을 해봤더니, 인쇄하는 곳을 연결시켜 줄 수 있다고 했다. (진작 연락을 할걸 그랬다. 역시 인맥이 중요하다그런데 그때 무슨 생각이었는지, 사실 200부 정도만 더 있으면 됐는데, 큰 가격차이가 없는 것 같아서 500부를 추가 주문했다. 물론 친구의 도움으로 500부를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인쇄했지만, 500부는 오버였다.


며칠이 지난 지금, 이제 내가 살고 있는 원룸 베란다에 책이 가득 싸여있다. 물론 1000부 이상 판매하는 사람들에겐 '뭐 500부 가지고 저러나' 싶겠지만, 나에겐 저게 다 돈이다. 내 돈이 내 베란다에서 잠자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도 열심히 팔아야 한다. 


그래서 각종 독립서점에 이메일을 보낸다. '나의 책이 이런 매력을 가졌습니다. 입고 부탁드립니다!' 지금도 각종 서점에 끊임없이 연락을 하고 있다. 아직도 많이 남았다. 지인들에게도 연락을 한다. '잘 지내니? 잘 지내세요? 저 책을 써봤어요.' 흠... 마치 다단계 같다. 그래도 어쩌겠나. 팔아야 한다.




자, 이게 나의 독립출판 과정이다. 글이 길다고 생각하지 마라. 많이 줄인 거다. 그만큼 독립출판은 생각보다 어렵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어렵다기보단 할 일이 굉장히 많다. 글쓰기 작업, 교정 교열, 내지 외지 디자인, 크라우드펀딩 진행, 출판사 등록, 영업 등 생각보다 할게 많다. 그리고 약간의 전문성도 필요하다. 물론 요즘은 디자인이나 교정 교열 등 돈을 주면 다 해주긴 한다.(이럴 땐 돈이 최고인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돈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다했다. 그만큼 시간이 들어간 거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었냐고? 아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내 돈은 내 베란다에서 자고 있다. 물론 악착같이 팔고 홍보를 열심히 해서 팔 수만 있다면 좋다. 그런데 사실 나는 조금 지치기도 했다. 모든 게 처음이었던 나에게는 독립출판의 길이 생각보다 길고 험난했다.


그러니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꼭 독립출판이어야 하는지. 책을 쓰고 싶은 이유가 다양하겠지만, 단순히 나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면, 굳이 독립출판이 아니어도 출판사를 통해 출간하는 것도 추천한다.(물론 나는 이 방법을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나는 독립출판이어야 한다고? 말리지 않는다. 왜냐면 나도 그랬으니까. 힘들지만 확실한 매력은 있다. 모든 걸 여정을 완수했을 때 성취감은 정말 높은 편인 것 같다. 나도 베란다에 고이 잠들고 있는 책들을 모두 팔면 더 높은 성취감에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이 글을 잘 읽었다면, 내 책을 사주기바란ㄷ... 가 아니고.(습관성 구걸이다. 미안하다)


두서없이 글을 썼지만, 독립출판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고 독립출판에 대한 생각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진심이다. 잘 생각해보고 차근차근 준비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 독립출판에 대한 내용을 꾸준히 올려볼 테니, 내 책을 사ㅈ...(또 그런다. 미안하다) 작지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아래에 여러 링크를 올려놓을 테니 궁금한 사람들은 들어가 보길 바란다.


그럼 다음 시간에...



링크1. 2018년, 필자가 했던 국내배낭여행

 

링크2. 텀블벅 크라우드 진행했던 내용


링크3. 내 책을 사주길 바란다. (클릭하면 복이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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