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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유니크 Nov 30. 2021

테라스 하우스 - 도시남녀

하트 시그널 보다 나는 왜 이걸 더 좋아할까?

일본 예능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순 관찰 리얼리티.

넷플릭스 시리즈 <테라스 하우스 - 도시남녀>


<왜 보게 됐을까?>


하트 시그널, 환승 연애, 머니 캐처, 나는 솔로 등 리얼 연애 프로그램에 환장하는 시청자로서 누가  더 내 스타일이라느니, 누가 더 잘났느니, 팀원분들과 얘기하던 중에 이 모든 것이 테라스 하우스가 원조라는 말을 듣고 정주행 시작. (역시 무에서 유는 나오지 않는 걸까? 원조는 과연 어떨까?)


테라스 하우스는 일본의 청춘 남녀들이 '테라스 하우스'라는 곳에서 함께 공동생활을 하며 서로에 대해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성장하는 시리즈물이다.


각설. 보면서 느낀 점 정리. 콘텐츠 제작자로서 항상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들과 함께.


<내가 왜 좋아했을까?>


1) 꿈을 좇는 출연진   

우리나라 연애 버라이어티와는 다르게 정말 순수하게 꿈을 좇는, 서툴지만 어쩌면 더욱 빛나는 청춘들의 출연. (예를 들어, 야구 선수 지망생, 목수, 소방관이 되고 싶은, 건축가, 발레리나 등)


우리나라는 왜? 고급 외제차를 모는 사람들만 혹은 엄청난 외모와 탄탄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만 나오는 걸까? (23살 토익 준비생 (무직) → 하트 시궁창) 이런 유머가 돌 정도니 ㅠㅠ 23살의 토익 준비생이 왜 시궁창이야? 자기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더욱 빛날 수 도 있는데..라고 말하는 29살의 시궁창.


후에, 인스타그램으로 출연진들의 미래를 따라가 보았을 때, 출연 당시 스스로의 입으로 말했던 꿈들이 이루어진 모습들을 보며 굉장히 스고이 하다 라는 생각을 함. (역시 인생은 드라마야). 나무 위키에 들어가서 이들의 인스타그램으로 현재 모습을 염탐하는 것도 재밌다. ㅎㅎ.. 2015년 예능이라 어른 같았는데 나보다 어린 사람들도 있어서 충격 :) 나 나이 많이 먹었구나?


2) 사람에 대한 탐구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배경을 가진 사람이 나온다. (혼혈인 분들도 많이 나옴) 한 공간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것이다 보니 정말 많이 싸우는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나츠미' 자기 밖에 모르는 '나츠미'. 그 이름 세글자 '나츠미'

그중에서 '나츠미'의 자기밖에 모르는 생각과 적반하장의 태도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진짜 미간 찌푸리면서 살짝 어이없다는 웃음을 쳤을 때 진짜 꿀밤 한 대 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 (스포라 말을 아끼니 꼭 이 명 장면을 놓치지 마시라!)

"잘 안 풀릴 때가 오히려 더 재밌어지거든요" 라는 명언을 날린 한다 유토씨.

'한다 유토' 같은 경우 이런 사람이 실존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완벽한 매력을 가진 사람. 테라스 하우스에 입주해 생활하며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스타그램 팔로우 완료..) 건축가를 꿈꾸는 엘리트. 테라스하우스 내에 일어난 모든 똥을 굉장히 현명한 방법으로 치우곤 하는 그의 능력에 박수, 만세 삼창을.


더불어, 이들 역시 시청자가 자신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보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화면 안에서는 거짓말로 함께 사는 사람들을 속이고 화면 밖에서는 서로 몰래 키스까지 해버리는 아주. 지극하게 현실적인. 자극적인. 장면도 나온다. (거짓말의 끝은 늘 좋지 않지만)


3) 인트로 및 일본 데이트 장소   

오프닝에 나이와 자기소개가 나오는 그 포인트가 우리나라와 매우 흡사했다. (청춘 남녀에게 잘 어울리는 BGM과 밝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출연진들의 짧은 소개 영상) 더불어 일본 장소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 많은 장면들이 데이트 장소 혹은 명소로 소개되는데 실제 일본 20대들의 데이트 명소는 저기구나, 우리나라랑은 이렇게 다르구나. 하.. 여행 마렵네 하고 계속 봤다. (라면 박물관도 재밌어 보였음)


4) 일본어에 대한 매력   

사실 일본어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는데, 한다 씨의 중저음 목소리의 악센트와 여성 출연진들의 일본 특유의 상냥한 말투를 보며 나도 모르게 따라 하고 있었음. 우리나라와 비슷한 발음들이 있어서 오.. 이거는 우리나라랑 똑같네? 얘들도 한자 모르면 못 읽네? 하는 것도 느낄 수 있었음 (ex. 기묘한 삼각관계는 우리나라랑 발음이 아주 똑같다!)


5) 패널들의 재치 있는 입담과 상황극   

환승 연애와 아주 비슷한 패널들의 구도. 패널들도 매력이 넘친다.
테라스 하우스 패널 '야마사토 료타'라 말하고 아이오 유우 남편이라고 읽는다.

출연진 외모와 행동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과 조롱 그리고 위트 감각. 오히려 패널들 장면이 더욱 웃긴 경우가 많았음. 그중 야마사토 료타(= 아오이 유우 남편)의 입담이 단연코 최고. 선을 넘지 않는 아슬아슬한 19 드립을 치는 게 아재인 입장에서는 취저.


<무엇이 다를까?>   


1) 합숙 기간

짧으면 몇 주, 길면 한 달 정도 제한된 공간에서 촬영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몇십 주간 혹은 1년 정도의 긴 촬영 기간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계속 풀이 섞이고 분위기와 공기의 흐름이 바뀐다.


2) 졸업

졸업이라는 특이한 시스템이 있는데, 이곳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었거나, 못 이루었거나 혹은 밖에 나가서 자신의 꿈에 더 집중하고자 할 결심을 내렸을 때 졸업을 한다. 그러면 새로운 멤버가 다시 들어와 풀을 형성하는 규칙. 흔히 우리는 출연자 이탈이 없이 추가가 되는 '메기'라는 멤버가 있는 반면, 기존 사람이 나가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야 하는 점이 새로웠다.


3) 약간의 실시간

하트 시그널은 촬영 이후 비밀유지계약(자세히는 모르지만) 비슷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프로그램 공개 전에 누설하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모든 출연진들은 방송 이후 자신의 모습을 봐야 한다. (좋든 싫든 주위 사람들과)


그러나, 테라스 하우스는 내가 느끼기에 2-3주의 간격으로 출연자 본인 방영분을 함께 보는 장면이 나오는  매우 신선했다.  방송을 통해 그간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있을 거고 상대방의 마음이 어땠는지 시청자의 입장에서 확인도 가능할 테니깐. 실시간으로 자신에 대한 악플과  좋은 평들을   있다는 점도.


이 점은 출연진에게 신선했을 거 같다. 아니다. 오히려 안 좋을 수도 있을까? 왜냐면, 주위의 반응 때문에 자신의 마음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다거나 흔들린다거나 욕을 먹지 않기 위해 연기한다거나? 할 수 도 있을 거 같으니.


<끝으로>


테라스 하우스는 연애물이 아니다. 그렇기에 청춘남녀들의 꿈과 사랑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아주 날것으로 보여주는 일본 예능의 특유의 모습을 보여준다. 30분 단위의 짧은 러닝타임으로 간단하게 점심 먹으면서 보기에 좋은 콘텐츠. 아직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본 사람들이 있다면 댓글 많이 남겨주시라. 이걸로 한바탕 수다를 또 떨다가 새로운 콘텐츠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p.s. 넷플릭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기사화되길 원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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