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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Jul 14. 2018

술에 젖고, 마리화나에 취하고

이 아침에...

지난 주말 다저스 구장을 찾아 ”Dead and Company” 콘서트를 보고 왔다.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생각하게 만든 콘서트였다.

  

평소 다저스 구장에서는 다양한 인종의 관객을 볼 수 있다. 남가주 인구분포가 그대로 반영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날 콘서트 장을 찾은 관객들은 백인 위주였다. 라티노와 흑인은 가물에 콩나기로 섞여 있고, 동양인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반전시위와 마리화나로 젊은 시절을 보냈을 성싶은 자유로운 영혼의 모습을 한 50-60대와 신세대 젊은이들, 그리고 다수의 동성애자들이 보였다. 아마도 밴드의 음악성이 백인 성향에 맞는 탓이 아니었나 싶다.

 

다인종, 다민족 국가인 미국이 안고 가야 하는 인종 간의 벽이다. 밴드를 두고도 이렇게 극명하게 갈리는데, 정치와 가치관의 차이를 두고는 그 골이 얼마나 깊을 것인가. 여기에 빈부 간의 갈등까지 더 해지면 그 사이는 더 넓어질 것이다. 

   

기호용 마리화나의 사용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담배 종이로 싸서 만든 마리화나, 전자 담배 안에 넣어 피우는 마리화나, 파이프에 넣어 피우는 마이화나 등 다양한 형태의 마리화나를 온갖 연령대의 사람들이 마구 피워대고 있었다.

     

콘서트 장의 불빛이 객석을 비출 때면 사방에서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마리화나 연기로 볼 수 있었다. 앞에서 옆에서 하도 피워대기에 근처에 있던 행사요원에게 물어보니 피워도 된단다. 기호용 마리화나가 합법화되긴 했지만 공공장소에서 피우는 일은 금지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마도 콘서트 장사를 하기 위해서 눈감아 주기로 한 모양이다. 피우는 자의 자유는 보장되고, 안 피우자의 권리는 무시되는 장면이다.

   

실제로 전에 다저스 구장에서 야구를 하던 날은 앞 줄에서 마리화나 냄새가 나자 안전요원들이 개를 데리고 나타나 냄새나는 곳을 추적, 마리화나를 피우던 젊은이를 적발하여 경고를 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미국 젊은이들의 무질서함에 크게 놀랐다. 먹고 마시던 것을 앉았던 자리 근처에 버리는 것은 물론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버리고 갔다. 우리가 앉았던 옆자리가 비어 있었는데, 콘서트가 끝날 무렵에는 사람들이 오가며 잠시 앉았다 버리고 간 먹다 남은 핫도그, 맥주와 콜라 등으로 지저분해져 있었다.


무질서는 콘서트가 끝나고도 계속되었다. 주차요원들의 안내에 따라 사람들이 질서 있게 길을 건너고 나면 한 무리의 차들이 나가고, 다시 사람들이 길을 건너는  순서로 정리가 되어야 빨리 나갈 수 있는데, 술과 마리화나에 취한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이리저리 끼어드는 바람에 차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콘서트 장에서 질서를 지킬 줄 모르는 이들이 직장이나 사회에서는 정직하게 질서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로마도 결국은 시민들의 도덕 불감증으로 망했다고 하는데, 미국의 미래가 걱정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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