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는 고등학교를 예능계인 '밴나이스' (performing art school)로 갔다. LA 교육구에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양한 특목 프로그램이 있다. 집주소에 따라 진학하는 학교를 'home school'이라고 한다. 특정한 분야에 초점을 맞추는 특목 학교는 주소지와 상관없이 입학이 가능하다. 영재 프로그램을 제외한 남어지 특목 프로그램은 시험 없이 원서를 내서 진학할 수 있는데, 원하는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1-2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세미는 매년 학교에서 올리는 연극 공연에 출연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당분간 대학에 진학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이미 UC계열의 학교와 주립대학에서 입학허가를 받아 놓고 있었다. 나는 세웅이 일을 한번 경험했던 터라 굳이 강요해서 대학에 보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대신 대학에 가지 않으면 용돈은 네가 벌어서 써야 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아이들 넷은 운전을 할 수 있고 취업이 가능한 만 16세 이후에는 모두 아르바이트를 했다. 나는 아이들의 책값과 자동차 보험료만 내주었고, 차에 넣는 기름과 용돈은 모두 스스로 벌어서 썼다.
유일하게 세일이에게만 새 차를 사 주었다. 대학에 들어가면 차를 사 준다고 했었는데, 그것도 미루어 대학 2학년이 될 때까지 차가 없었다. 내가 부담해야 할 학비를 융자금으로 대치하고 그 돈으로 새 차의 할부금을 내어 주기로 하고 차를 샀다. 남은 할부금은 졸업 후 돈을 벌어서 냈다.
세웅이가 운전면허를 받을 무렵에는 큰 누이동생이 타던 차를 선뜻 주어 그 차를 타고 다녔고, 세환이는 10년이나 된 집에 있던 낡은 어코드를 물려받았다. 세미는 주행거리가 10만 마일을 넘은 현대차를 타고 다녔다.
세미는 파트타임으로 2년제 대학을 들락거리며 연기수업을 계속했다. 대학에서도 가끔 연극에 출연하기도 했고, 광고 등을 찍기도 했다. '스타와 함께 춤을' (Dancing with the Stars)이라는 프로에 출연을 하기도 했고, 가수 '쌰키라'를 따라 영국에 공연을 다니 오기도 했으며, 'ihop' 광고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3년 만에 다시 학업을 계속하겠으니 학비만 보태달라고 했다. 2년제 대학의 학비는 얼마 되지 않는다. 1년 반 만에 주립대학 '노스릿지'에 편입해서 졸업을 하더니, 전액 장학금으로 US 샌디에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연극 영화 석사학위를 받았다. 4남매 중 가장 높은 학력의 소유자가 되었다.
세일이는 대학을 졸업한 후 잠시 워싱턴 주에서 축구학교의 코치를 하다가 나의 권유로 주 공무원 시험을 보고 내가 근무하던 산재보험기금에 들어왔다. 아버지의 그늘 밑에 있다는 인상을 받는 것이 싫었는지 얼마 후 은행감독국으로 자리를 옮겨 갔다. 공인회계사 (CPA) 시험에 합격한 후에는 공무원을 그만두고 신용조합 (credit union)으로 이직하여 지금은 CFO 다. 형만 한 아우가 없다고 했던가. 늘 동생들에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다. 세미가 대학원에 다니는 동안 아파트 월세를 내주었다.
세웅이는 아이를 임신한 여자 친구를 따라 베이커스 필드로 가서 자리를 잡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꿈꾸어 오던 경찰이 되었다.
UCLA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했던 세환이는 제약회사의 연구원이 되었다. UCLA에서 만난 여자 친구와 결혼하여 지금은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다. 예의 바른 아이다. 한 달에 한두 번씩 나의 퇴근 시간에 맞추어 안부전화를 한다.
세미는 교회에서 만나 5-6년 동안 연애를 했던 자인이와 결혼을 하여 LA에 살고 있다. 지금도 연극과 드라마 등에 출연하며 대스타의 꿈을 키우고 있다. 가끔 꽃다발을 사들고 세미가 출연하는 연극을 보러 간다.
최근에 세미가 출연했던 미투와 신앙을 주제로 한 연극 '맨 오브 갓'의 한 장면. 왼쪽부터 로이 봉타마(전도사), 캐서린 고(경화), 서선희(사만다), 미셸 센렌 앙(젠), 샌디 누엔(미미) (왼쪽에서 두 번째가 세미다)
세미의 인터뷰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