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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맛의 기억

블루보틀 이야기 - 셋

맛의 기억

by 고동운 Don Ko

두 번째 커피는 'Giant Steps' 다. 우간다와 수마트라 산 원두를 섞었다고 하는데 처음 것과 달리 신맛은 없고 쓴 맛이 조금 더 강하다.


커피콩은 전기 그라인더에 갈아 쓰곤 했는데, 핸드드립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손으로 가는 수동 그라인더를 샀다. 수동 그라인더도 크기와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다양한데, 간편해 보이는 저렴한 것으로 샀다. 역시 물건은 가격대로 간다. 그라인더를 손에 쥐고 가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내가 한 번, 아내가 한 번, 손으로 갈아 본 후 내린 결론은, 다시 전기 그라인더로 복귀. 수동 그라인더는 캠핑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테이블에 올려놓고 쓰는 무게가 좀 나가는 것으로 샀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런 것은 비싸다.


핸드드립을 맛 본 후 내린 결론은, 역시 커피는 핸드드립이 맛있다는 것이다. 커피 메이커로 만드는 커피는 한 주전자가 모두 같은 맛이지만 핸드드립은 각자의 취향에 맞추어 커피를 만들 수 있다. 커피가 진하다 싶으면 물을 조금 더 부어 내리면 된다.


내쉬빌에 출장을 다녀오느라 친구들과 커피 마시는 일이 늦어졌다. 금요일 저녁 우리 집에 모였다. 저녁은 호엽 씨가 사 온 인 앤 아웃 햄버거로 해결하고 남자 셋은 TV 앞에, 여자 셋은 식탁 앞에 모였다. 다저스 야구를 보기 위해 모인 것이다.


일전에 호엽 씨네가 캐나다 여행을 다녀오며 나와 스테파노에게 모자를 선물했었는데, 아내는 내쉬빌 여행에서 사 온 BBQ 소스와 티셔츠를 와이프들에게 선물했다.


5회가 끝날 무렵 아내가 커피를 만들었다. 그날 사람들은 모두 커피를 마시기는 했지만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온통 다저스 게임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승차가 좀 많이 나기는 하지만 콜로라도 록키스는 같은 조 2위 팀이며 금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다저스와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팀이다. 2대 2로 팽팽하던 게임은 9회 말 맷 베티의 2점 끝내기 홈런으로 끝이 났다. 역시 야구는 드라마다. 어느 누가 이렇게 멋진 각본을 쓸 수 있으랴. 맷 베티는 마이너리그 출신이다. 얼마 전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가 그날 다시 올라왔는데 홈런을 친 것이다.


이어진 토요일과 일요일 경기에서도 다저스는 신인 선수들의 끝내기 홈런으로 싹쓸이 승리를 하며 팬들에게 짜릿함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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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커피 Giant Steps과 핸드 그라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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