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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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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Aug 05. 2019

류현진과 사이영상

이 아침에...

요즘 한국 언론의 스포츠면에는 #류현진이 강력한 ‘사이영상(Cy Young award)’ 후보라는 기사가 자주 등장한다. 과거 4년 연속 (1992-1995년)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브레이브스’의 ‘매덕스’와 비교하기도 한다.

 

한인 선수라고는 메이저 리그에 3-4명 밖에 없고 게다가 큰 부상을 딛고 재기하여 전문가들도 예상 못한 활약을 하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하지만, 때 이른 설레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박찬호 때 한차례 경험했던 일이다. 그가 선발 출전하는 날이면 5-6천 명의 한인 관중들이 구장에 왔다가 박찬호가 마운드를 내려오면 썰물 빠지듯이 서둘러 구장을 빠져나가곤 했었다. 야구는 개인경기가 아니며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다. 개인의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팀의 승리에 기여하지 않는 통계는 별 의미가 없다.


승부와 상관없는 때 홈런을 펑펑 날리는 것보다는 승부처에서 안타나 희생타로 타점을 올리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다.


우리 집은 ‘다저스’ 팬이다. 다저스 중계방송을 빠트리지 않고 본다. 그중 아내가 가장 충실한 팬이다. 조카 녀석들은 오며 가며 1-2 회를 보고, 난 점수 차이가 많이 나면 방에 들어가 책을 보거나 바둑을 둔다. 아내만 끈기 있게 자리를 지킨다. 아내의 박수소리를 듣고 대충 스코어를 짐작한다. 손뼉을 한 번 치며 “아~” 하는 탄식을 내면 다저스가 실점을 한 것이며, 손뼉을 연속으로 치며 소리를 지르면 다저스가 찬스를 잡은 것이다.

 

아내의 함성을 듣고 침실의 TV를 켜면 영락없이 다저스가 역전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아내 덕에 몇 차례 9회 말 역전승의 감격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저녁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도 다저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나는 LA 타임스에 실린 다저스 관련 기사를 정리해서 들려주고 아이들은 SNS에서 보고 들은 소식을 전해준다. 때로는 로버츠 감독의 선수 기용을 두고 격하게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가끔은 류현진이 등판하는 날 이웃 친구들과 모여서 함께 보기도 한다. 스포츠는 여럿이 함께 보면 더 재미있다. 야구는 적당히 잡담과 간식을 나누며 여유롭게 볼 수 있어 좋다. ‘하이파이브’ 도 하고, 감격스러운 역전의 순간에는 포옹도 할 수 있다.


지금의 페이스를 잘 유지하면 류현진의 사이영상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승수나 평균 자책점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팀의 승리와 공헌도다. 매덕스가 4년 연속 #사이영상을 받았을 때, 브레이브스는 두 번 (92, 95년)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었고 95년에는 우승을 차지했었다. #커쇼도 3번이나 사이영상을 수상했지만 팀은 같은 기간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는 유독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하다.


류현진이 부상 없이 남은 시즌을 잘 마치고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바란다. 금년으로 계약기간이 끝나는 그는 박찬호처럼 타주로 가지 말고 LA에 계속 남아 내년 시즌에도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물해 주기 바란다.


(*내가 이 원고를 미주 중앙일보에 보내고 이틀 후 류현진은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시즌은 길다. 6개월에 걸쳐 162 게임을 치러야 한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보내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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