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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Aug 31. 2020

저 별은 뉘 별인가

일상에서...

8월의 마지막 날이다. 하루가 지나 9월이 되면, 가을이 시작될 것이다. 해는 어느새 남쪽으로 많이 기울었고, 한낮에는 덥지만 이른 아침 문밖에 나가보면 제법 서늘하기도 하다. 아내의 텃밭에서 무성하게 자라던 호박과 토마토도 이제 끝물이다. 잎은 누렇게 퇴색되었고 소출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때가 되니 계절은 어김없이 제 자리를 찾아온다. 


주말 오후 우연히 KBS World 방송을 보니 가요무대를 하고 있다. 7080 가수들이 나왔는데, 머리는 검게 물들였지만,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누군가 내 모습을 보면 같은 생각을 하겠지.


우리 딸보다도 어려 보이는 성악가가 나와 이병기 시인의 시 “별”을 노래한다.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 어느 게요

잠자코 호올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속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데, 갑자기 서글픈 생각이 든다.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내가 알고 있는 가수들은 이제 가요무대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내 나이도 이제 가을 하고도 낙엽이 떨어지는 늦가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비록 길이에 차이는 있을 망정 모두 나름의 사이클을 다 하면 소진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나도 그중 하나라는 것은 늘 잊고 지낸다. 내가 알던 사람들의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을 발견하면 그제사 지나온 길을 깨닫곤 한다.


봄에 시작한 코로나는 언제 끝이 날는지 짐작도 할 수 없고, 과연 내 살아생전에 그 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2020년 8월은 이렇게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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