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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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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Jan 17. 2018

인천 앞바다의 사이다

이 아침에...

이제 살아온 날보다는 남은 날이 적은 나이가 되었다.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막연히 행복이란 무지개를 좇아 살아온 것이 아닌가 싶다.

 

사전에 찾아보니 행복이란 “만족스러운 상태”라고 쓰여있다. 다른 말로 바꾸면 근심이나 걱정이 없고 편안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남은 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남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책도 읽어보며 얻은 결론은 대충 다음과 같다.

 

용서하고 잊어버려라. 내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들은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손해보고 상처받은 일들은 세월이 지나도 잘 잊히지 않는다. 가끔 생각나면 마치 어제 일 같아 피가 거꾸로 치솟고 가슴이 뛴다. 내가 이런 옛 생각에 밤잠을 설칠 때, 내게 손해를 끼치고 상처를 주었던 이들은 진작에 그 일들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쿨쿨 잘 자고 있을 것이다. 결국 나만 지금도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용서하고 잊는 것이 최선이다. 그들을 용서하고 잊으며 혹시 살아오며 내가 상처를 주었던 이들도 나를 용서하고 잊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나를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 차라리 미국에 이민 오지 말았어야 할 것을, 그때 그 사업에 손을 대지 말았어야 할 것을, 이 인간에게 시집을 오지 말고 그 사람과 결혼을 했었더라면 등등의 생각을 버려야 한다. 살아오며 저지른 나의 실수를 용서하고 잊어야 한다.

 

비교하지 말자. 세상사라는 것이 모두 상대적이다. 이 세상에는 나보다 못한 사람도 많으며 그들은 나를 보고 부러워한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고 늘 나보다 나은 사람만 올려다보고 살면 결코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없다. 남의 집 아이는 좋은 대학에 들어갔는데, 옆집 남편은 연봉이 10만 달러가 넘는다는데 등등의 생각은 결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

 

사업체가 하나인 사람은 한 가지 걱정만 하며 지내면 그만이지만 여기저기 사업을 벌여놓은 사람은 그 수만큼 많은 걱정을 하게 마련이다. 박봉에 시달리는 내가 1-2천 달러가 모자라 걱정을 할 때, 부자는 10-20만 달러를 걱정하고 있다.

 

여름날 저녁 말리부 바닷가에게 공짜로 바라보는 일몰이나 호화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일몰이나 아름답기는 마찬가지다. 어디서 바라보느냐 보다는 누구와 함께 보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버려라. 쓰지 않는 물건은 버려야 한다. 벽장에 걸려있는 입지 않는 옷들은 과감히 버리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며 살이 올라 더 이상 맞지 않는 옷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다이어트에 대한 스트레스에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아이들과 함께 살며 늘어났던 살림들은 자녀들이 모두 성장해서 자립한 지금 더 이상 우리에게 필요치 않다. 치워버리고 나와 배우자 두 사람에게 필요한 살림으로 줄이면 치울 것도 줄어들고 공간도 넓어져 편안해질 수 있다.

 

오늘 하고 싶은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행복이란 찾아서 어디에 넣어두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다. 오늘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제의 추억과 내일의 기대만이 있을 뿐이다. 보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오늘 찾아보고 사 먹자. 누가 아는가 혹시 내게 내일이 찾아오지 않을지.

 

내가 행복해야 내 가족이 행복해지고 이웃이 행복해질 수 있다. 행복한 사람에게는 주위 사람들에게 관대하며 아량을 베풀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둥둥 떠 다녀도 컵이 없으면 못 마신다고 했던가. 행복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둥둥 떠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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