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로 포장된 지옥의 길
선의로 시작된 법
나는 이 법안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놀랐다.
표면적으로는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법이다.
하지만 조금만 뒤집어 보면,
그 법은 임차인을 단기적으로만 보호하고
장기적으로는 시장 전체를 멈추게 만드는 법이었다.
임대차보호법 3+3+3,
즉 3년 계약 + 3년 계약갱신 + 3년 계약갱신,
총 9년간의 임차 거주를 보장한다는 이 법은
듣기엔 따뜻하지만, 시장에는 냉기만 남긴다.
여러분이 임대인이라면,
지금 같은 불확실한 시대에
누군가에게 9년을 빌려줄 수 있겠는가?
토지거래 허가제, 보유세 인상, 금리 고착, 인플레이션.
이 모든 제도적 리스크 속에서 ‘9년 묶임’은 공포다.
결국 거래가 멈춘다.
전세를 낀 주택은 매매가 불가능해지고,
임차인이 있으면 허가가 나지 않으니
매도자도, 매수자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때 시장은 조용히 얼어붙는다.
시장의 역설 — 보호는 곧 고립
이 법이 시행되면 단기적으로는 임차인에게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역설이 시작된다.
매매 가능한 집에는 임차인이 없어야 하므로
공급의 문이 닫힌다.
그 결과, 임차인 스스로가
“살고 싶은 곳에서는 절대 집을 구할 수 없는 구조”로 몰린다.
시장에 남는 것은
오랫동안 매도 의사가 없는 다주택자의 물건뿐이다.
그들은 여유가 있으니 싸게 빌려줄 이유가 없다.
결국 임차료는 시장의 원리대로 오르고,
가장 약한 사람들이 그 부담을 짊어진다.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화가 가속된다.
이제 부동산은 실물 자산이 아니라
금융 수익률로 평가되는 상품이 된다.
공실조차 가치가 생긴다.
“싸게 임대하느니 차라리 비워두겠다.”
그 말이 현실이 된다.
공공임대의 착시
정부는 대안으로 공공임대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겉으로는 싱가포르의 HDB 모델을 닮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구조는 다르다.
우리는 토지를 소유한 민간국가,
인구 5천만 명의 산업국가다.
싱가포르처럼 국가가 모든 땅을 관리할 수 없다.
그래서 공공임대는 결국
유럽, 일본, 미국이 걸었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처음엔 신혼부부, 청년, 노년층이 섞여 들어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노후화가 시작되고
세금 부담이 커진 국가는 점차 손을 뗀다.
그때 외국인 이민자와 불법 체류자가 유입되고,
공공임대는 ‘위험한 구역’으로 낙인찍힌다.
학군이 무너지고, 중산층은 빠져나간다.
이로써 도시는 계층별로 분리된 지도가 된다.
비싼 월세, 안전의 가격
사람들은 이제 비싼 월세를 낸다.
그것은 단순한 임차료가 아니라
‘안전에 대한 비용’이다.
아이의 학군, 동네의 치안,
그리고 낙인 없는 삶을 사기 위한 최소한의 선택.
공공임대가 슬럼화될수록
민간임대는 프리미엄화된다.
부동산 시장은 더 이상
“집값의 문제”가 아니라
“계층의 문제”로 변한다.
선의로 포장된 길, 그 끝은 어디인가
정부는 주거 안정을 원했다.
하지만 그 선의는 시장을 왜곡시켰고,
그 왜곡은 세대 간의 단절로 이어진다.
나는 자산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리고 세 딸의 아버지로서 불안하다.
이 법이 나에게 손해를 주어서가 아니다.
내 아이들이 살아갈 다음 세대의 시장이 사라질까 봐다.
“선의로 포장된 길은 지옥으로 향한다.”
나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그 길 위에 서 있지 않기를 바란다.
맺으며
나는 이 글이 틀렸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 ‘그때 괜한 걱정을 했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 구조와 제도 흐름을 보면
그 불안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높다.
나는 부동산 투자를 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누군가의 부모로서
시장과 세대를 동시에 지키는 제도를 바란다.
조금 덜 가진다고 해서 내 인생이 바뀌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 아이들의 세상이 닫히는 것만은 막고 싶다.
그것이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