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그리고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대출이라는 단어는 묘하게
사람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누군가는 보기만 해도 무서워 떨고,
누군가는 레버리지라고 표현하며
부자들의 비밀병기라고 말한다.
대출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대출을 무조건 좋은 것으로 찬양하는 시선,
두 극단이 늘 공존한다.
하지만 나는 이 둘 중 어느 쪽도
100%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출은 그 자체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단지 ‘도구’이며,
도구는 언제나 그것을 쥔 사람의
손과 의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뿐이다.
그래서 오늘 이야기는
대출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그 시선 뒤에 숨어 있는 원리와 구조,
그리고 그 구조를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과거에 부동산, 주식, 채권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
그 세 가지 자산을 연결하는 고리는
결국 자본의 흐름이었고,
그중에서도 대출은 사실 채권적 성격을 갖는다.
채권은 ‘돈을 빌려준 사람’의 관점이고,
대출은 ‘돈을 빌린 사람’의 관점이다.
둘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누군가는 “나 이만큼 빌려줬으니까
돌려줘.”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나 이만큼 빌렸으니까
갚아야지.”라고 말하는 것뿐이다.
그러니 대출은 나쁜 것도 아니고,
‘빚’이라는 단어 자체가 인생을
망치는 저주도 아니다.
문제는 어디에 쓰느냐,
그리고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다.
나는 주식에 대출을 쓰지 않는다
주식 이야기를 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한다.
“아니, 레버리지 좋아한다며?
왜 주식에서는 안 써?”
나는 주식에 대출을 쓰지 않는다.
딱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주식은 이미 레버리지가
걸려 있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대출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
매출이 아무리 잘 나와도,
재고는 빚이다.
직원 월급도 빚이다.
미래의 돈을 기대하며
현재 비용을 쓰는 것이 사업이다.
세상에 순수 현금으로만
운영되는 회사는 없다고 봐도 된다.
자산을 사고, 공장을 짓고,
인력을 확충하고, 신사업을 기획하고,
이 모든 것에 이미 금융 레버리지가 담겨 있다.
그런데 여기에 내가 추가로
개인 레버리지를 더 얹는다면?
나는 그건 하이-리스크라고 생각한다.
주식은 이미 기업이 알아서
대출의 구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현금으로만 투자한다.
그것이 나에게는 훨씬 더 건강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동산에서
나는 대출을 ‘항상’ 쓴다
부동산은 다르다.
나는 부동산을 살 때
대출이 없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리고 최대한
대출을 갚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이 크게 놀란다.
“대출을 갚지 않으려고 한다고요?”
그러나 그 이유는
사실 굉장히 간단하다.
인플레이션의 속도가 대출
이자보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라면,
대출은 시간이 갈수록
‘가벼워지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오늘 1억의 무게와
10년 뒤 1억의 무게는 절대 같지 않다.
물가는 오르고, 화폐는 녹고,
현금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이 흐름 안에서 보면 ‘빚’은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서
실질적으로 가벼워지는 재미있는 구조다.
모기지의 어원: 죽음의 서약?
여기서 잠깐, 단어 하나로 위트를 좀 얹어보자.
Mortgage(모기지)는 프랑스어에서 왔다.
morte(몰트)는 ‘죽음’이고,
gage(가쥬)는 ‘서약’ 또는 ‘보증’을 의미한다.
합치면 ‘죽을 때까지 갚는 서약.’
이걸 처음 들으면 소름 돋을 수도 있다.
“뭐야, 나 죽을 때까지 갚으라고 만든 제도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단어에 숨어 있는 의미가 하나 더 있다.
죽을 때까지 갚을 만큼
시간이 길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 동안
화폐 가치가 녹는다는 것.
결국 이 구조는 장기적으로는
우리 편이 되기도 한다.
국가는 왜 빚을 갚지 않는가
나는 가끔 젊은 사람들한테
농담처럼 말한다.
“투자 어떻게 해야 되냐고?
그냥 국가가 하는 방법 따라 해라.”
왜냐하면 국가는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그리고 자기들이 피해 보지 않으려고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부채 활용법은 두 가지다.
빚으로 빚을 돌려 막는다.
(부채 리파이낸싱)
시간을 길게 끌어서 빚의 실질 가치를 없앤다.
(인플레이션)
이 두 가지는 절대
부정적이기만 한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냉정하고
현실적인 기술이다.
개인도 부동산을 운영할 때는
이 두 가지 개념을 충분히 배울 수 있다.
결국 답은 '세금’이다
국가는 명목세만 걷는 것이 아니다.
물가를 올려 세금을 간접적으로 걷는다.
이게 인플레이션이라는 녹는 기술이다.
우리 자산의 실질 가치는 줄고,
국가는 결과적으로 부채 부담을 덜어낸다.
똑같이 개인도 부동산 대출을 활용하면
시간이 흐르면서 대출 원금의 실질 가치를 줄이고,
자산의 가격은 인플레이션에 따라 올라가며,
즉 시간이 우리 편이 된다.
은행은 이 구조를 누구보다 정확히 안다.
그래서 절대 자기 돈으로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예금자의 돈, 중앙은행의 돈,
국가 시스템을 통해 돈을 빌려주고,
그 중간에서 수수료를 가져간다.
이 시스템은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하면 꽤나 재밌는 구조다.
그래서 대출은 ‘기술’이다
대출은 잘 쓰면 인생을 바꾸는 기술이고,
못 쓰면 인생을 흔드는 기술이다.
그리고 나는 레버리지를 단순히
“돈을 빌리는 기술”로 보지 않는다.
레버리지의 본질은 작은 힘으로
큰 결과를 얻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도 레버리지다.
한 사람이 평생 모은 노하우를
몇 시간 만에 그대로 옮겨 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시간도 레버리지이고,
사람도 레버리지이고,
내 경험, 선택, 판단 모두 레버리지다.
결국 중요한 건 단 하나다.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
도구를 쓰기 전에
도구를 들고 있는 ‘나’라는 사람이 흔들리면
그 어떤 기술도 소용없다.
대출도 마찬가지다.
도망칠 필요도 없고,
무조건 사랑할 필요도 없다.
그저 충분히 이해하고,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 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