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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Jun 29. 2024

전라도 경상도의 지역감정 공부

- 경제와 이주

지역감정의 시작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군정-이승만-박정희 시절은 여촌야도(與村野都)가 대세였다. (보수는 농촌, 진보는 도시로 이해하면 쉽다.) 단편적인 예로 총선과 대선에서 공화당과 박정희는 서울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 60년대 초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전라도와 경상도의 정치분열은 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6대 대통령 선거부터 표심의 구도가 '남북'에서 '동서'로 변하기 시작했다.


(좌) 5대 대통령 선거 현황, (우) 6대 대통령 선거 현황


 우선 인재 등용의 차별이 있었다. 과거 서북 지방(평안도) 차별이 홍경래의 난으로 연결된 감성과 유사하다. 박정희 정권의 핵심인 공화당과 육사 출신은 경상도 태생이 많았다. 고향후배 챙겨주며 선거구다리 하나 만들어 것이 누군가에겐 차별로 보였을 것이고, 이후 경부고속도로 착공과 대구, 부산, 마산, 울산의 성장은 실제로 지역 경제불균형을 가져왔다. 선거운동에서 지역색을 강조하는 풍토는 7대 대통령 선거부터 본격화되었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감정은 복잡한 같지만 어쨌든 시작은 경제발전의 불균형분명해 보인다.


(좌) 7대 대통령 선거, (우) 22대 총선. 2024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동서로 나뉜다.


서로의 상황 차이

 나는 전라북도 태생인데 19살까지 눈앞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처음 만난 경상도 출신은 부산에서 온 수학 선생님이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이주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사실이다. 겪어볼 기회가 없으니 비난도 칭찬도 할 수가 없었다. 어른들의 입에서도 '경상도 놈들'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광주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최소한 전주, 익산, 군산 위주의 전라북도에서는 경상도의 향기를 찾기 어려웠다.


 부산에는 전주비빔밥이 흔하지만 나는 20살이 넘어서까지 돼지 국밥을 몰랐다. 25살에 부산에 살면서 처음으로 돼지국밥을 먹었다. 생각해 보면 간단한 이유였다. 일자리와 공장이 경상도에 많았기 때문에 직장이든 생계든 전라도에서 경상도로 이주하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걔 중에는 굴러 들어간 돌이 박힌 돌을 빼내고 사건 사고도 일으켰을 것이다.


경부고속도로 -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이게 맞는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보는 외국인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외국인 노동자가 나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외부인의 사건 사고는 눈에 띄기 마련이고 편견이 형성되기 쉽다. 반면 우리 쪽에서 동남아나 연변 등으로 이주하는 노동자는 적기 때문에 건너편은 별다른 이슈가 없다.


 과거의 한일 관계는 위의 상황과 반대였다. 일본으로 건너간 많은 한국인은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 반면 한국으로 들어온 일본인은 소수였다. 이러한 불균형을 두고 "한국인이 문제다!"라고 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최근 불거진 일본인 관광객의 사건 사고에 대한 한국인의 반응을 보면 지역감정이 얼마나 단순한지 알 수 있다. 공격과 반격의 차이일 뿐 그 순환은 어느 곳이나 같다. 갈등의 골은 지속성, 즉 반복된 경험에서 더욱 깊어진다.


 경상도에 정착하는 전라도 사람이 많아지며 지역감정은 일상으로 스며들었을 것이다. 층간소음을 항의하러 위층에 갔더니 전라도 출신 사람이었고, 출근길 보복 운전을 했던 사람도 전라도 출신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이 누적되며 "역시 전라도 출신은 문제가 많아!"라는 확신이 강화되었을 것이다. 반면 전라도 쪽에서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세월이 흐르며 통계인지 편견인지 모를 것들이 모여서 증거로 인식되었을 확률이 높다.



개인적인 체감

 인터넷 공간에서 체감하는 지역감정 공세는 경상도 쪽이 강했다. 경상도를 혐오하는 전라도 사람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일단 경상도의 인구는 전라도의 2배다. 때문에 공격력도 2배다. 위에서 언급했듯 전라도에 산다면 경상도 출신과의 접촉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선제공격의 명분이 적다. 그래서 경상도를 향한 전라도의 공격은 '반격'이 많아 보였다.


전라도 경상도 인구 비교 - 행정안전부


 인터넷에서 노골적인 공세를 느끼기 시작한 시점은 노무현 정권 이후 일간베스트(일베)의 유명세부터였다. 이후의 공세는 전라도에서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강화되었으며 신안 염전 노예 사건에 이르러서 절정에 도달한 듯 보였다. '전라디언', '그 지역' 같은 단어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최근의 양상은 흥미로운 방향으로 가고 있다. 밀양 사건의 재조명과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원인으로 보이는데, 경상도를 향한 비판이 증가하고 있다. 애들 싸움 같지만 어쨌든 명분은 중요한 법이다. "전라디언 그 지역! 염전!"이라고 조롱하는 댓글에는 "밀양-대구-"라는 대댓글이 달린다. 언뜻 보면 혐오의 확산 같아 보이지만 의외로 균형이 갖춰지는 형국이다. 대중여론은 도저히 예측할 수가 없다.



현실 분석

 20대 중반에 부산에서 1년을 살았다. 직업 교육을 받으러 갔었는데 내가 속한 반은 부산 토박이가 90%를 넘었고 전라도 출신은 나밖에 없었다. 부산에 살면서 식당, 지하철, 관공서 어디에서도 차별받지 않았다. 내심 전라도를 꺼려하는 사람은 있었겠지만 적어도 직접적인 차별은 없었다. 현실은 인터넷과 달랐다.


 사람은 특정한 사건을 겪거나 목격하면 본능적으로 그에 맞는 증거를 찾는다. 사후편향이라 불리는 이것은 일반적인 성격 차이와 질투, 분노 또는 경쟁의 파편을 지역감정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사후편향은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동일하게 발생하며 확증편향만큼 벗어나기 어렵다. "내가 그 지역 출신이라 당했어!", "쟤는 그 지역 출신이라 문제가 많아!" 추가로 사투리와 기질 차이가 만들어 낸 오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부류는 도저히 설득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에 대한 악마화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조부모 세대부터 꾸준히 주입된 지역감정은 신앙에 가깝다. 그들은 사건 사고 뉴스를 마주하면 가장 먼저 범인의 출신지를 확인한다. 그들은 음모론을 추종하는 부류와 닮아있다. 음모론을 지탱하는 힘은 증거와 경험인데 지역감정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의 신념은 강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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