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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Jul 04. 2024

윤아가 착한 이유는 이뻐서?

- 사후 편향

소녀시대 윤아

 <소녀시대 윤아가 착한 이유>라는 주제가 화제였던 때가 있었다. 출처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용은 기억하고 있다. 윤아는 어렸을 때부터 이뻤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늘 친절했을 것이고, 윤아의 눈에는 세상이 아름다워 보여서 구김 없는 성격을 갖게 됐다는 주장이었다. 요즘이라면 예민한 반응도 있었겠지만 당시에는 팬들의 주접 정도로 인식됐다.


 성격이 경험에 종속된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상관관계는 있지만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는다. 화목한 가정에서도 모난 씨앗은 발아한다. 이쁘고 못된 사람도 많다. 경험 세계관을 맹신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며 차별이다. 윤아에 관한 주장에는 악의적인 속내도 있었을 것이다. "윤아는 천성이 착하지 않은데 이쁘게 태어나서 착할 수밖에 없는 거야."


(좌) 소녀시대 윤아, (우) 영화 엑시트 홍보 포스터, 윤아, 조정석


사후 편향

 뇌과학과 심리학이 발전하며 인간 행동 패턴을 증명하고 있다. 대다수의 연구는 인간의 오류를 지적한다. 확증편향, 사후편향, 인지부조화, 기억보정, 방어기제 등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런 사람들이 문제야! 나처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지!" 안타깝게도 연구결과는 성격 결함에 관한 것이 아니다.


 <소녀시대 윤아가 착한 이유>는 사후 비례 편향의 일종이다. 이쁜데 착한 사람이 등장했고(사후), 기존의 사례보다 월등해서(비례), 뇌는 그에 맞는 추론(편향)을 하는 것이다. 큰 사건에는 그것에 부합하는 원인이 있어야만 뇌가 불편해하지 않는다. 음모론에서 자주 보이는 증상이다.


 그럼에도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는 추론이 꽤나 합리적으로 보였고 뇌는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례를 떠올리면 도움이 된다. 윤아만큼 이쁘고 착한 연예인의 과거 사진을 보면 주변 사람이 친절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외모가 많다.


 "그래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잡초 같은 유혹이다. 뇌가 하는 짓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정답이 공개된 후에 원인을 끼워 맞추는 것이다. 윤아가 착하고 이쁜 연예인이라는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윤아 어린이를 보고 "이쁘고 착한 아가씨가 되겠구나~!" 하는 것은 추론은커녕 인기 있는 덕담도 아니다.


 오류를 벗어나는 방법은 있다. 확증 편향 실험에서 드러났듯 개별적인 조치를 취하면 된다. 남녀의 뇌는 차이가 없다는 정보가 제공된 후 여학생들의 수학 시험 점수가 상승했다. 흑인의 IQ 테스트가 불공정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흑인의 성적이 개선됐다. 이 글을 통해서 윤아가 착한 이유 추론이 얼마나 빈약하지 알게 된 사람은 기존의 편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쉽게도 개별적인 사안에 한정된다. 우리 스스로 뇌의 프로세스를 바꿀 수는 없다. 현명한 사람의 정의는 개별적 조치를 타인보다 많이 수집한 것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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