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5 4.19
디테일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색감이 좋았다. K드라마 특유의 로맨스를 억제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 배경지식과 연령대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2030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현대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할만한 작품이었다.
영화 <서울의 봄>처럼 실존인물과 정확히 매칭되지 않는다. 아마도 정치적 논란을 의식한 듯하다. 이승민(이승만), 장민(장면)을 제외하면 가상의 인물에 가깝다. 예를 들어 조봉암과 박정희를 모티브로 했다는 등장인물조차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였다. 3.15 부정선거의 최인규를 모티브로 한 등장인물이 4.19에 죽는다든지, 5.16 쿠데타가 1961년이 아닌 1960년에 일어나는 등 많은 부분을 각색한 것으로 보인다.
김산의 목표는 '국가재건계획'이다. 드라마 속 국가재건계획은 박정희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틀림없어 보이지만, 이야기가 1960년에서 끝나므로 확실한 것은 없다. 실제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장면 정부에서 기획된 것이 맞다. 하지만 박정희는 장면 정부의 무능함을 이유로 쿠데타를 일으켰기 때문에 딜레마에 빠진다. 이 부분을 두고서 말이 많은데 드라마는 이승만 이후는 거리를 두는 것 같았다.
당시의 어두운 면을 집대성한 캐릭터로 보인다. 현실 속에는 존재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각 분야의 1등 브로커 4~5명이 한 몸에 들어있는 느낌이랄까? 드라마를 보는 내내 삼식이 삼촌의 진심이 궁금했다. 김산을 보며 마지막 바람을 꿈꾸었는지, 아니면 다른 속내가 있었는지. 김산부터 평면적인 캐릭터가 아니어서 마지막 화까지 그들의 속마음을 확신할 수 없었다. 어쩌면 그것이 끝까지 보게 된 원동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역사 드라마 리뷰는 자신감이 없다.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놓치고 지나가는 부분이 많다. 게다가 현대사는 아무리 많이 알아도 찬반이 갈리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당행스러운 점이라면 독서를 시작하며 현대사를 제법 읽었다는 것이다. 독서를 하지 않았다면 '노잼'이라며 키득거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배경지식 없이도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 명작이라지만 최소한의 지식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할리우드 명작이라는 일부 작품이 재미없는 이유는 그 동네 배경지식이 부족해서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현대사를 많이 아는 사람이라면 <삼식이 삼촌>을 더 재미있게 보았을 것이다. 공짜로 쥐어지는 재미와 공부를 통해서 배가된 재미는 다른 매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음악과 미술에 관한 작품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