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생계를 유지할 방안을 찾아야 하는 50대에게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면 배부른 소리라는 반응을 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창의성이란 생각해보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상황에서든 필수적인 요소다. 나는 창의성을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해석한다. 그렇다면 AI로 인해 창의성이 상향 평준화된 이 시대에, AI는 나 같은 50대 백수에게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ChatGPT에 나의 이력서 정보를 입력하자, 대중 강의, 컨설팅, 제안서 작성 등을 프리랜서로 시도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절차까지 안내받았다. 짧은 시간 동안 몇 차례의 문답만으로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고, 보편적이고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알려준 것은 분명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정보들이 나의 실제 행동을 촉진하지는 못했다.
나는 프리랜서 경험이 전무하다. 게다가 50대 프리랜서가 되기로 마음먹은 순간, 바로 일거리가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나를 홍보하기 노력하고, 원하는 협상을 하는 방법을 익히는 등 여러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내 파편적인 지식을 소비자의 입장에서 재정립하기 위해 블로그와 같은 플랫폼에 다수의 글을 게재해야 한다. 초조한 나에게 흐르는 시간은 무겁고, 노력 대비 불확실한 미래는 부담스럽다. 어떤 AI가 이런 문제까지 해결해 줄 수 있을까? AI가 내 인생과 심리를 꿰뚫고, 절대적인 공감을 해주지 않는 한, 해결 방법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즉, 나의 창의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 창의성 발현과 관련된 책들을 연속해서 읽고 있다. 이번에는 ‘몰입이 이끄는 창의성’(자기계발연구소, 스타크북스)을 읽으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었기에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책의 제목은 창의성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실제로는 ‘몰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창의성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몰입’이 가능한 심리적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가끔 단순한 집중이 아닌, 시간의 흐름과 주변의 소란을 의식하지 못하고 작업과 하나가 되는 ‘몰입’ 상태를 경험한다. 이 상태에서는 모든 걱정과 두려움이 사라지고,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며, 최고의 결과를 도출한 후 설명하기 어려운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경험은 자주 오지 않는다. 또한, 몰입을 위한 에너지는 유한하다. 따라서 몰입을 의식적으로 유발하고, 일정 시간 동안 유지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목표에 더 빠르게 도달할 수 있으며, 그 여정 또한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몰입이 일어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내적 요인
우선 뚜렷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목표는 왜 이루어야 하는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 도전적인 요소가 포함되어야 하며, 정해진 기간이 있어야 적극적인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 목표 설정의 기준으로는 SMART 원칙이 있다.
Specific(구체적인)
Measurable(측정 가능한)
Achievable(성취 가능한)
Relevant(관련성 있는)
Time-bound(기한이 정해져 있는)
또한, 충분한 수면, 건강한 몸 상태, 긍정적인 심리 상태도 중요한 내적 요인이다.
외적 요인
몰입을 방해하는 환경을 제거해야 한다. 소음이 적고, 적절한 조도와 온도, 깨끗한 공기 질, 시선 차단이 가능한 공간이 필요하다. 나는 주로 안방의 이동식 책상에서 작업하는데, 문 앞에 배치되어 있어 거실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방해를 받았다. 또한, 방을 들락거리는 아이들과 시선이 자주 마주쳐 집중이 흐트러지곤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책상을 창쪽으로 이동시키고 칸막이를 설치한 결과, 거실의 소음과 아이들의 간섭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었다. 다만, 주변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새로운 문제로 부각되었다. 그런데 책에서 권장한 ‘노이즈 캔슬링’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해보니 소음이 ‘화이트 노이즈’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 경험을 통해 블루투스 이어폰이 몰입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자주 애용하게 되었다.
몰입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내면에서 일어나는 염려와 걱정이다. 이 책에서는 부정적인 의문을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여러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나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짧은 시간 동안 결과에 대한 부정적 예견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것이었다.
결과에 대한 걱정은 작업에 전념하는 데 불필요한 요소다. 우리는 이것들을 영구히 제거할 수는 없지만, 5분 정도 짧은 시간 동안 무시하고 작업에 집중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5분 집중 - 5분 휴식 - 20분 집중 - 5분 휴식과 같은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집중 시간을 늘려갔다. 이렇게 작은 성과가 쌓이며 긍정적인 피드백이 발생했고, 이는 작업 결과에 대한 기대를 점점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 어느 순간부터 1~2시간 이상 집중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작업에 몰입하는 동안 걱정과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을 체감했다.
몰입의 최적 상태에서는 자기 비판이 사라지고,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지 않게 되며, 작업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행복감과 긍정적인 피드백은 몰입을 지속하는 원동력이 된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1시간 또는 1시간 30분이상 이상 앉아 있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몰입이 잘 되더라도 중간중간 일어나서 몸을 풀어야 하며,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도 좋다. 몰입할 때 사용하는 집중 에너지는 빠르게 소진되기 때문에, 적절한 휴식 없이는 금세 방전될 수 있다. 또한, 하루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한 가지 작업에 몰입하면 다음 날 같은 작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지는 경험을 했다. 특히 늦은 밤에나 새벽까지 작업을 하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몰입의 효과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만이 아니다. 몰입 상태나 몰입이 끝난 상태에서도 깊은 통찰이 생기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이와 같은 내용은 책에도 기술된 것이지만, 스스로 몰입 훈련을 하는 중에 여러번 직접 체험하는 기회가 있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뇌의 신경 연결이 강화되는 신경가소성이 발생해, 창의적 사고가 더욱 활성화된다.
나는 그동안 미래를 걱정하고 고민하게 되면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반대의 사고를 하게 되었다. 몰입을 통해 이런 부정적 감정을 줄이면서 시간 대비 작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더 나은 나를 만들고, 더 나은 노년을 준비하는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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