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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영 Jul 10. 2019

오래된 한글 간판 사진집 <버리지 않는 마음>

2011년도부터 7년 동안 기록한 130 롤의 필름, 5천여 장의 사진들

어언 7년 동안 출근과 퇴근으로 시간의 변화를 느끼는 일상을 살았다. 동시에 7년 동안 천천히 오래된 한글간판들을 필름에 담아왔다. 주로 휴일을 이용해 사진을 찍었고, 2년 전부터는 비교적 작은 필름 카메라인 콘탁스 T2를 늘 들고 다녔다. 회사 일과 병행하다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작업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왜 사진을 찍는지 친구들과 동료들에게 말하며 생각들이 정리되고 그 사이 내가 느낄 정도로 사진을 찍는 태도가 달라졌기에, 내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특별하다’는 말이 ‘수려하다, 다른 것보다 뛰어나다’는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특별하다’는 말은 ‘고유하다, 유일하다’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특별함은 고유한 존재 자체에서 오는 것이기에, 유일무이한 한글 간판 자체가 바로 특별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 버리지 않는 마음 292 Page 중에서 -




처음엔 멀리서 도시 속 간판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았다. 정면 사진, 클로즈업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가게 사장님들께 미리 여쭤보아야 했고, ‘어떻게 나를 설명할까, 어떻게 이 프로젝트를 설명할까’ 고민하며 가게 주위를 빙빙 돌기만 했던 날도 있었다. 기자도 아니고, 사진작가도 아니고, 예정된 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공부하는 학생도 아니고, 나를 설명할 단어를 찾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용기가 없어 그냥 돌아갔다가 너무 사진을 찍고 싶어서 다른 날 다시 찾아오기를 여러 번 했다. 가게 주변을 서성이며 ‘나는 왜 사진을 찍을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내게만 의미 있는 일은 아닐까? 꼭 찍어야 할까?’ 물으며, 스스로 사진을 찍는 태도를 정의해보았다.



내게 사진이란, “가치 있다" 고 말하는 것이었다. 유명한 사람이나 큰 사건은 기록하는 사람이 많지만, 보통의 사람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경복궁은 건축 시작 연도부터 완공 시기, 화재와 복원 모든 과정이 기록되어 있지만, 추억이 가득한 슈퍼, 문방구, 약국 등은 동네 사람들의 기억 속에만 남는 것이 안타까웠다. 무엇보다 기록하고 말하지 않으니,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쉬웠다. 사장님들께 가게 간판이 아름답다고 말씀드리자, 이게 뭐가 예쁘냐고 볼품없다고 말씀하셨다. “오래된 한글간판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글씨이자, 도시의 관점에서 보면 오랜 시간이 조각한 작품 같아요. 그리고 사장님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동네를 가장 잘 아는 문화해설사이시잖아요.” 사장님이 가게에서 보낸 시간들이 가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오래된 가게 간판들은 어떤 상품을 파는지 가보지 않고서는 명확하게 알 수 없고, '럭키 수퍼, 럭키 마트', '영진 설비, 영진 마트'처럼 같은 이름이 사용되는 등 차별화된 브랜드 네이밍은 없다. 하지만 이미 손님들에게 신뢰받고 있는 느낌이 든다.... 오래된 한글 간판 사진을 찍으며 누누이 드는 생각은 간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애정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이다. 간판은 아름다운 사람들의 흔적이었다. - 버리지 않는 마음 108 Page 중에서 -




오래된 가게 사장님들께 사진을 찍어도 될지 양해를 구하고 궁금한 점을 물으며 어느덧, 가게 밖이 아니라 안에 들어와 있는 나를 발견했다. 어떤 대답이든 들을 준비를 하고, 시간이 되실 때를 기다려 조심히 여쭤봤다. 타고난 달변가가 아닌 이상 매일 반복되는 일에 대한 의미를 정의하거나 특별한 추억을 꼽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사장님들은 “내 집이니 그냥 하는 거죠. 놀면 뭐해요.” 하며 짧게 말씀하셨지만, 잘 정돈된 가게와 찾아오는 손님들과의 대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의미를 찾지 않아도, 의미 있는 인생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성실하게 일해오신 사장님들의 삶이야말로 가치 있어요. 사장님들의 정성이 담겨서, 오래된 간판이 작품이 되었어요."라고 존경을 표하고 싶었다. 



흔히들 간판을 새롭게 만들거나 바꿀 때에 주인의 노력이 들어간다고 생각하겠지만, 간판을 그대로 유지하고 굳이 바꾸지 않는 데에도 주인의 결단과 애정이 필요하다. … 나는 얼마나 가치가 있고 중요한지 많은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오랜 시간이 대신할 수 있다고 믿는다. - 버리지 않는 마음 40 Page 중에서 -




오래된 한글 간판들은 나에게 도시를 읽는 새로운 ‘시각'을 주었다. "도시의 역사를 간직한 나이테", "변하지 않는 이정표", "폰트가 생기기 전에 만들어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글씨", "유독 많은 빨간 간판" 등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킨 한글 간판들을 통해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와 도시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글자가 떨어지고 칠이 벗겨져도 버리지 않는 마음, 아무리 작고 낡아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배웠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는 2007년부터 11년째, 한글간판 사진을 찍은 지는 7년째 첫 사진집을 발간하게 되었다. 이제는 책을 보여드리며 사진을 찍는 이유를 말할 수 있어 행복하다.






오래된 한글 간판 사진집 <버리지 않는 마음> 정보


- 저자: 장혜영 / 출판사: CLOSER

- 사이즈: 153*198mm / 페이지: 572p

- 출간일: 2018년 9월 1쇄 초판 발행

21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국어와 영어 2개의 언어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책 정보 보러 가기


열심히 만든 책인 만큼, 많은 분들에게 읽히길 바라며 <버리지 않는 마음> 사진집을 만나실 수 있는 곳들을 알려드립니다. 


<온라인 판매처>

아쉽게도, 온라인 판매처의 재고가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 매력적인 독립 서점 17곳 >

아쉽게도, <버리지 않는 마음> 책은 모두 판매되어 절판되었습니다.


- 서울 8곳

1) 이라선(서촌) 서울 종로구 효자로 7길 5 1층

(재고가 없습니다.)

2) 오브젝트(홍대)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35길 13 

(재고가 없습니다.)

3) 1984(홍대) 서울 마포구 동교로 194 혜원빌딩 1층

(재고가 없습니다.)

4) 별책부록(이태원) 서울 용산구 신흥로16길 7 1층

(재고가 없습니다.)

5) 노말에이(을지로) 서울 중구 을지로 121-1 2층

(재고가 없습니다.)

6) 스토리지북앤필름(해방촌) 서울 용산구 신흥로 115-1

(재고가 없습니다.)
7) 초판서점(후암동) 서울 용산구 두텁바위로 94-1 1층

(재고가 없습니다.)

8) 대륙서점(상도동) 서울 동작구 성대로 40 1층

(재고가 없습니다.)


- 지역 9곳

9) 마을상점 생활관(안산)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이동공원로 35 1층

(재고가 없습니다.)

10) 달팽이책방(포항)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10번길 32

(재고가 없습니다.)

11) 더폴락(대구) 대구광역시 중구 북성로 103-1 1층

(재고가 없습니다.)

12) 책방무사(제주)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수시로10번길 3

(재고가 없습니다.)

13) 샵메이커즈(부산) 부산광역시 금정구 부산대학로64번길 120 1층

(재고가 없습니다.)

14) 새한서점(단양) 충청북도 단양군 적성면 현곡본길 46-106

(재고가 없습니다.)

15) 카프카의밤(부산) 부산광역시 연제구 고분로191번길 20 1층

(재고가 없습니다.)

16) 커뮤널테이블(부산)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면 삼성2길 3

(재고가 없습니다.)

17) 동아서점(속초) 강원도 속초시 수복로 108

(재고가 없습니다.)


책방이라기보다 문화 공간에 가까운, 매력적인 17곳의 독립 서점에서 <버리지 않는 마음>을 구입하시면, 특별 선물도 함께 드립니다:) 책에 수록된 오래된 한글 간판 글씨들로 스티커를 만들었는데요. 한정 수량으로 책을 구입하신 분들께 선물하고 있으니까요. 가까운 지역 서점을 찾아 주세요! 감사합니다!


* 재고가 상이할 수 있으니 구입하시기 전에 서점에 연락을 하신 후, 방문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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