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미래의 내가 이 글을 본다면.
죽을까 생각했다.
정말 죽을 생각이 드니. 죽을까?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죽자.라는 마침표만 남았다.
처음으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우리집 복도가 순식간에 좁아지고.
나는 어느새 회색머리가 희끗희끗 난 우리 아빠를 붙잡고 처음으로 무릎을 꿇고 빌었다.
제발 살려달라고.
솔직히 말하면. 죽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진 않았다.
아니. 각자의 삶의 비극의 정도를 모르니. 그 비극의 무게가 합당하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죽음의 충동을 정말 겪어보니. 그게 합당하고 자시고 저울질 할 필요도 없었다.
누군가에겐 충분한 무게가 아니어도 누군가에게는 죽음을 결정하기 충분한 무게가 된다.
그때는 눈앞의 가족도 중요하지 않고.
당장 이 상황을 벗어나는게 최선의 목표이므로.
당장 가장 가까운 창문밖에 눈에 보이지 않았다.
다행인지 뭔지. 나는 뛰어내리 않았고. 부모님과 동생과 강아지가 있었다.
그날은 엄마랑 동생이 나와 같이 잤다. 우리집 강아지도.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냥 기록용으로 쓰는거지. 누가 읽을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혹시. 내가 결국 죽지 않고. 운이 좋게 계속 나아가다보면.
훗날 이 글도. 누군가에게. 아니 나에게. 위로가 될까 싶어서.
그냥 남겨본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야기로 희망을 주는 사람이었는데.
지금 내가 썼던 모든 글들이 가소로워보였다.
그 어떤 위로도 도움이 안되고.
그런 글을 썼던 과거의 나를 보니. 비웃음이 나왔다.
여태의 나는 운이 드럽게 좋았구나. 운이 드럽게 좋아서.
온 주제에. 누가 누구에게 희망을 '준다'는 표현을 하는가.
종종 내 글을 읽은 사람들중에 그럼 디엠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긴 했다.
"작가님의 이야기는 너무 운이 좋은거 같아서. 정말 동화같아서.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멀게 느껴져요.'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그땐 그게 나의 여태 노력을 부정당하는것 같아 속상했는데.
지금 내 모든게 부서지니.
참.
그래 노력이야 누구든 하지. 그 노력과 운이 만나야지.
여태 나는 그냥 누구나 하는 디폴트값의 노력에. 운을 잘만나 여기까지 왔구나. 싶다.
근데. 그렇게 죽음과 자해의 충동을 한달 넘게 겪고.
지금도 사실.. 잘 모르겠는데.
꼬라지를 보아하니 내가 당장은 죽지는 않을거 같고.. 근데 이렇게 계속 살면. 소위 내가 생각하는 ' 실패한 인생'이 될것이 확실했다. 내가 혐오하는 인생을 살바에는 죽는게 나을거 같은데.
근데 어차피 죽을거면.
딱 한번만. 더 해보려고.
내가 이런 정말 극단적인 위기에서도.
그런 별이네. 낭만이네. 사명이네.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모르겠는데.
어차피 안되면 죽기로 결심한거.
한번 해보려고.
어차피 안되면 죽을거잖아?
라고 생각하니. 한번 그럼 해봐야지. 싶었다.
그래서 잊기 전에 이 글을 남긴다.
누가 언제 어디서 볼 지 모르지만.
만약 안보더라도.
만약 살아남은 미래의 내가 이 글을 본다면.
그 미래의 나는 분명. 죽을것 같은 노력으로 살아낸 나일테니.
이글을 읽으며 위로가 되길 바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