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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시맘 May 01. 2024

당신의 사생활 관심 없어요!!!

우리 다 같이 사람이 됩시다!

오랜만에 토요일에 갖는 나의 자유 시간.

아침 조용한 미장원에서 소중한 혼자만의 시간을 책과 함께하려고 하는 순간.


다른 고객이 미장원에 입장한다. 역시 토요일이라서 손님들이 없는 게 이상한 건데. 그래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조용함은 있겠기로 했다.


역시, 내가 너무 큰 꿈을 꾸었다.


들어온 손님이 내 건너편에 앉는 순간, 이 고요한 정적을 깨트리는 아주 크게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손님이 전화 통화 버튼을 누르는 순간 평화로운 공간이 한순간에 전쟁터가 되었다.


“여보세요. 응, 나 미장원, 머리 하러 왔지. 조금 일찍 와서 앉아 있어. 넌 뭐 하는데 전화해 줘서 고마워”를 시작으로 30분 이상을 단어 하나하나마다 또박또박 크게 말하면서 통화를 한다. 누가 있든지 말든지 자기 통화를 듣든 말든지 아무런 상관없이 쩌렁쩌렁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재미도 없는 알고 싶지도 않은 통화를 일부러 들어야 했던 고문 같은 시간.


이 소중한 자유 시간을 몇 주 전부터 기대했었는데 나의 독서 시간은 이렇게 생전 처음 보는 사람으로 인해 자동으로 끝이 낫다.


어쩜 저렇게 할 말이 많을까. 전화기 너머 있는 상대방의 말을 듣는 시간보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두 배다. 이게 대화인지 독백인지.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의 목소리도 듣기 싫은 하이톤. 전화 통화 내용도 정말 알고 싶지 않은 남의 자잘한 사생활 이야기.


통화가 얼마나 신났는지 목소리는 흥분되고 통화가 길어질수록 통화 내용은 더 못 들어주는 주제로 향한다. 최근 다녀온 여행지를 시작해서 직장생활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까지. 굳이 그런 전화 통화를 미장원에 와서 해야 하는 건가. 그 공간에 같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모두 원하지 않는 남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왜 내가 생판 모르는 사람의 스케줄, 가족 관계, 뭘 먹었는지 알아야 합니까.

난 조용히 내 삶을 살고 싶습니다. 나의 소중한 시간을 방해 말아주세요. 전화 통화 하시고 싶으시면 조용히 나가시던가 목소리의 볼륨을 줄여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어서 울고 싶어질 지경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남의 배려는 없는 세상.


어떻게든 나의 분노를 삭이려고 노력한다. 이상한 사람 때문에 괜히 열받고 스트레스받으면 내 손해이기에. 참을 수 있는 한계에 점점 다가오는 순간.


드디어…

전화 통화가 종료되고 소음에서 해방이 되었다고 기뻐하는 순간, 또 다른 수다 시작. 이제는 헤어디자인 선생님과 이어지는 후속 편.


머리가 지긋지긋하다. 앞에 앉은 수다쟁이가 내 머리를 망치로 두드리는 것 같은 두통.


더 이상 조용히 독서 있을 수 없는 일. 책에 집중이 안 돼서 읽은 문장을 몇 번을 읽었는지. 시간 낭비. 감정 낭비라 생각돼서 책은 접고 핸드폰을 봤다. 끝나지 않는 미장원의 빌런 수다 타임. 중간마다 울리는 핸드폰 소리와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소리까지 합쳐서 소음의 끝판왕을 만든다.


그래, 이건 내 잘못이지. 내가 미장원에서 독서하겠다는 어마한 계획을 세웠던 내가 잘못이지. 참 죄송스럽군. 안이한 생각으로 내가 빌런 고객을 배려 못 했네. 떠드시는 것은 빌런 고객님의 자유인데.


그래도 이 소음의 괴로움을 나도 어쩔 수 없다.

언제 나 집에 갈 수 있니. 시계만 보면서 하염없이 기다린다. 이 시끄러운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게. 그냥 머리고 뭐고, 다 뜯어버리고 나가고 싶다. 울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


제발 우리 서로 좀 배려해요. 나에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뭘 하시던지 난 당신이 관심 없어요.


당신이 뭘 먹든지, 어제 뭘 했는지 난 정말 당신 사생활에 관심이 없어요!


우리 다 같이 사람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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