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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Apr 03. 2024

농민백암순대,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농민백암순대는 시청 근처에서 근무할 때 북창동 지점에서 먹어봤으니, 그게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당시엔 이 정도 인기는 아니었는데, 여기가 왜 이렇게 맛집이 된 건지 모르겠다.


잘 모르겠으면?

직접 확인해야 한다. 가봐야지.


11:40에 도착했는데 벌써 대기가 이렇다.


여기에 인원수와 이름을 써넣고 기다리면 된다.

아직 본격적인 점심시간 전인데도, 대기자가 많다.


오케이, 얼마나 기다리는지 해봅시다.


기다리면서 두리번거리다가 영업시간을 확인했는데, 와, 심지어 영업시간도 짧다.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무고, 방문일인 오늘(토요일)은 오후 3시까지만 영업한다. (조금 늦게 왔으면 대기고 뭐고 못 먹을 뻔)


원래 희소한 게 더 가치 있는 법이다. 허니버터감자칩이 그랬듯.


12:30 입장한다. 40분 대기했다.

무언가를 먹으려고 이렇게 기다려본 건 오랜만이다.


사장님? 매니저? 직책은 잘 모르겠지만, 그 남자 직원 분의 친절이 인상 깊다. 이렇게 정신없이 바쁜데 웃으며 응대할 수 있다니. 이건 장인의 영역이다. 친절만으로도 재방문 의사가 있다.

매장 내부


앉자마자 후다닥 밑반찬이 세팅된다.


나왔다. 부글부글 끓는다.  

너무 끓어서 렌즈에 김이 서렸다. 국밥이 조금 진정하길 기다린다.

워워 진정해


이제 됐구만. 적당히 들어간 파가 보기에 좋다.


나올 때부터 얼큰한 모양새다. 손님이 다진 양념을 풀어서 맵게 만드는 방식이 아니다. 좋다. 이러면 다진 양념이 국물 온도를 낮추지 않아서, 뜨거운 기운이 오래가기 때문이다.


고기가 가득 차 있다. 국물보다 건더기가 더 많은 건가 싶다.

가득가득


부추를 넣는다.


고기는 새우젓에 찍어먹으면 좋다.

여기는 밍밍한 새우젓이 아니라 맵고 짜게 양념을 했다.


이것이 바로 백암순대구나. 만나서 반갑다.


건더기 먼저 열심히 먹는다.


밥은 반만 말았다.

밥알이 국물을 모두 흡수하면 안 된다.


깍두기에 양념이 잘 되었고, 적당히 익었다. 새우젓처럼 깍두기도 심심하지 않은 맛이다.

국물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양념이 세다.

역시 짠 게 맛있다.


보기에만 얼큰하고 실제로는 맵지 않은 '신의주'와 달리,

'백암'은 보이는 것처럼 진하고 얼큰한 맛이다.

굳이 말하자면 청와옥 쪽에 가깝다. 청와옥에 다시 한번 가서 국물을 비교해 봐야겠다.

진한 국물


점점 줄어드는 게 안타깝다.


다 먹었다.

완료


대기가 길고, 웬만해선 먹기 힘들다는 소문에 ‘그 정도 인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먹어보니 과연 명불허전이다. 여긴 진짜다.


진하고 깊은, 거기에 적당히 자극적인 맛이 손님을 불러 모으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하지만 짠 게 맛있다) 거기에 직원의 상냥하고 친절한 응대까지 더해져, 재방문하고 싶은 맛집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매일 찾아서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한 시간 대기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나는 그런 성격이 아니다.

아무도 모르는 이런 국밥집을 더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숨겨진 보물을 찾는 재미가 있지 않겠는가.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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