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가족과 여행을 왔다. 이럴 때 재밌는 것 하나 도전 해본다면 좋겠다. 새로운 환경에서 색다른 시도는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과 신선한 경험을 남겨줄 것이다. 뭘 할 수 있을까. 유행이 좀 지났지만 점보라면 챌린지 한 번 해보자. 맛없으면 어쩌지? 에이, 뭐 어때 재미로 해보는 거지.
편의점으로 가, 점보 도시락 라면을 하나 사 왔다.
짜잔, 오늘의 도전.
'오모리 점보 도시락'!!!
라면을 개봉하니 뭐가 좀 많다. 건더기 스프가 두 봉지, 큰 분말스프가 한 봉지 들어있다. 김치찌개 라면이라서 김치스프도 따로 들어있네.
사진에 비교가 될 만한 걸 같이 놓고 찍어야 되는데, 그냥 찍어서 사이즈 가늠이 안되네 ㅜ (챌린지 경험이 없어서)
일반 스프 2배도 넘는 크기다.
매뉴얼이 친절하다.
난생처음 라면 조리 매뉴얼을 정독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뭐든지 매뉴얼을 잘 읽는 게 중요하다.
면이 8개 들어있다. 이러면 8인분이라고 봐도 되나.
우리는 초등학생 2명 포함 총 6명인데. 가능하겠지?
건더기와 분말스프를 넣는다.
뜨거운 물 2리터를 부어야 한다. 메뉴얼에는 2.2리터라고 되어있지만, 물을 살짝 조금 넣으면 더 맛있다. 왜냐면 짜니까. 짠게 맛있다.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서 큰 냄비에 모았다. 이걸 컵라면 용기에 부어 넣어야 하는데, 냄비가 뜨겁고 크고 무겁다. 국자로 퍼 넣으려니 하세월이고.
그때 친구가 말했다. “나 뜨거운 거 잘 참아”
그는 터프하게 냄비를 들고 조심스럽게 물을 부어 넣었다. 성공. 믿음직스럽다.
동봉된 김치는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넣으라고 한다. 매뉴얼에 그렇게 쓰여있다. 1분 20초 데워 넣었다. 전체 크기에 비해 김치 양이 앙증맞다. 그래도 명색이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인데, 조금 더 넣어주시지.
뚜껑을 닫고 기다린다.
옆에 있는 거 숟가락 아니라 큰 국자입니다.
꼬들파가 많아서 빨리 개봉했다.
뚜껑을 열었더니, 진한 밀가루 향이 확 올라온다.
면이 어마어마하다.
라면 앞에서 위축되다니, 남자답지 않다.
그나저나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도전!
다들 열심히 앞접시에 퍼 나른다.
김치찌게 맛이 난다.
생각보다 맛있다. 긍적적인 신호다.
어쩐지 금방 다 먹을 것 같다.(모자라면 어쩌지?)
지치지 말고!
할 수 있다!
다들 말 수가 적어진다.
..........
젓가락질이 느려진다.
좀처럼 화끈하게 퍼가는 사람이 없다.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고 피한다.
갑자기 초등학생 친구들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조용히 자리를 뜬다.
‘어..어디 가니..?’
괜찮다.
도전에 의미가 있으니까.ㅋㅋㅋㅋㅋ
도전 종료.
여섯 명이 먹었는데 이만큼 남겼다.
역시 어렵구나 챌린지란 건.
나는 유투버는 못하겠다.
저걸 혼자 다 먹어야 조회수가 나올 테니까 말이다.
도전은 실패였지만, 뭐 어때.
재미있었으면 됐지.
아이들에겐 좋은 추억이 됐을 테고, 덕분에 우리는 웃고 떠들었다.
그러니 나에겐 성공이다.
웃는 놈이 승자다.
인생은 그런 것 아니겠는가?
오늘도 잘 웃고,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