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에 가야 된다. 국밥 먹으러.
애매한 저녁엔 차가 많이 밀린다. 두 시간 정도 걸린다.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느니, 아예 늦게 출발하는 게 좋겠다. 저녁 10:36 출발.
비가 내린다. 차창을 때리는 빗소리가 낭만적이다. 음악 들으며 드라이브하기 좋다. 이 시간에도 거리엔 사람들이 많다.
한 시간쯤 걸려서 도착했다. 오늘의 목적지. 의정부 ‘우리나라’ 국밥.
입장. 실내가 넓다. 낮엔 여기가 꽉 찬다니 어마어마한 규모다. 반도체 조립라인 같기도 하고. 강한 조명 때문인지, 마치 거대 국밥 공장 같은 분위기다.
한 명이라고 하니 아무 데나 앉으란다. 시키는 대로 아무 데나 앉았다.
반찬은 이렇게 준다.
김치, 깍두기를 접시에 덜었다. 김치는 매콤 달콤 쪽이다. 안 맵고 달달한 버전의 명동칼국수 김치 느낌. 배추가 질기면 맛없는데, 여기 약간 질기다. 깍두기는 새콤 쪽이다. 달지 않다.
나왔다.
국물 먼저 맛보자. 한 입 먹어봤다. 우와 강하고 자극적이다. 맵고 짜고 정신없이 혀를 때리는 진한 고기국물. 어? 근데 좀 많이 매운데 이거. 신라면 정도 맵다. 어린이들은 어려울 듯.
시래기가 이렇게 들어있는 장터국밥이다. 3일한우국밥과 흡사하다. 아니, 거의 똑같네.
고기는 이런 게 3~4 조각 정도 들어있다.
바로 밥을 말았다. 얼른 밥알에 국물이 배도록 해야 한다. 뚝배기가 커서 한 번에 한 공기 전부 넣었다.
무가 잘 익어서 부드럽다. 입에 넣으면 녹아 없어진다. 역시 푹 익은 무는 별미다.
보기보다 엄청 뜨겁다. 게다가 좀 많이 맵다. 맵고 뜨겁고 난리 났네. 나는 매운 걸 잘 못 먹는데. 김치가 달아서 같이 먹으니 조금 중화시켜 준다.
계속 술술 들어간다. 잘 못 마시지만 소주 딱 한 잔만 하면 좋겠다. 주변을 둘러보니 테이블마다 소주가 놓여있다. 다들 운전은 누가 하는 거지. 오늘은 참자.
거의 다 먹음.
다 먹었다.
가게 바로 옆 이디야는 자정이 넘었는데도 사람이 가득이다. 국밥 한 그릇 하고, 커피 한 잔 딱 하면 완벽한 한국식 정찬 풀 코스지.
이 늦은 시간에 혼자 와서 커피는 오버 같다. 국밥이 많이 자극적이었는지 시원한 게 땡긴다. 길건너에
편의점이 하나 보인다.
콜라하나 사서 먹는다. 시원하고 좋구나. 새벽 공기가 가볍고 편안하다.
‘우리나라 국밥’.
전형적인 장터국밥 맛이다. 거기에 매운맛을 강화했다. 맵고 짜고 나트륨 많은 자극적인 맛. 국물은 깊고 진하다. 굳이 비슷한 업계에서 비교하자면, 고기의 양이나 질, 국물 맛은 3일한우국밥 쪽이 조금 더 좋다. 게다가 접근성면에서 아무래도 의정부는 국밥 먹으러 오기엔 좀 멀다.
하지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어중간하고 밍밍한 장터국밥보다는 훠얼씬 높은 퀄리티다. 먹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낮에 오면 길 막히니까, 자정 무렵 적적할 때 차를 끌고,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드라이브 겸 와서 뚝딱 먹고 간다면 낭만적이겠다. 국밥과 낭만을 연결 짓는 건 좀 웃기긴 하다만, 아재들에게 국밥이란 영혼의 한끼 아니던가.
짠 음식 맛있게 먹고, 싱거운 소리 그만해야겠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무슨 음악 들으며 가볼까나.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