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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n 19. 2024

이남장(서초), 45년 전통의 설렁탕 노포


설렁탕 집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그깟 고기 국물이 다 똑같지 뭐?


천만의 말씀. 설렁탕이야말로 깊은 내공이 깃들지 않으면 오래 살아남기 힘든 메뉴다. 설렁탕은 마니아 층이 탄탄하고, 맛 감별사 어르신들의 비교 분석이 날카로운 음식이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가게를 이어올 정도라면 어느 정도 검증된 설렁탕이 아닐까? 오늘 찾아갈 45년 전통의 ‘이남장‘이 바로 그런 가게다.

’45년 전통‘ 글자가 큼지막하다. 자부심의 발로?


실내는 오래된 노포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그렇다고 위생이 부족하진 않다. 그랬다면 이렇게 오래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기본 반찬은 김치뿐이다.

설렁탕에는 김치면 충분하다.

하지만, 그만큼 김치가 중요하다.


나왔다.

숟가락이 꽂혀 나온다.

툭, 하고 나오는 모습이 꼭 화목순대국 같네.


뽀얀 국물이 아름답다.

한 입 맛봤더니, 너무 고소해서 우유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토렴식. 소면과 밥이 이미 들어있다.


고기는 한우를 쓴다고 한다.

쫄깃하다. 소고기 특유의 향긋한 고소함이 진하다.


영동 설렁탕에서 질 낮은 소면에 호되게 당했던 터라 걱정이 컸는데,

이남장 소면은 적당히 쫄깃하고 맛있었다.


김치에 고기도 같이.

역시 설렁탕집은 김치가 중요하다.


소면이 숟가락에 따라 올라온다.

밥알과 소면이 함께 어우러진 식감이 좋다.


깍두기도 잘 익어 감칠맛이 좋다.


한우가 듬뿍 들어있다.

일반 설렁탕인데도 고기 양이 제법 된다.


김치 올려서도 한 입.


그냥도 한 입.


김치 국물이 많이 짜지 않다.

그대로 퍼 먹어도 새콤달콤 맛있다.


설거지한 거 아닙니다. 발우공양 끝낸 그릇 같네.

완료


여기가 노포임을 알려주는 식탁의 뚝배기 자국.

얼마나 많은 뜨거운 뚝배기들이 이 탁자에 올려놓아 졌기에 이렇게 자국이 남았을까.

어설픈 레트로 인테리어보다 이런 게 진짜 노포의 흔적이지.


간단하다.

설렁탕 먹고 싶을 때 그냥 이남장에 가면 된다.


고민 안 해도 되고, 친구에게 소개해도 욕먹지 않는 스테디 셀러다. 신선 설렁탕이나, 신촌 설렁탕, 한촌 설렁탕 처럼 체인점이라 지점도 여기저기 많다. 얼마나 좋은가. 이렇게 질 좋고 수준 높은 설렁탕을 편히 즐길 수 있다는 게. 맛있다. 앞으로도 종종 찾아야겠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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