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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n 21. 2024

땀땀, 곱창이 잔뜩 들어간 얼큰한 국물을 찾고 있나요?


곱창전골을 좋아하는데, 보통 1인분만 판매하진 않으니 나는 늘 대체제를 찾아다닌다. 화목순대국도 그 일환이었다. 곱창전골을 대신할 메뉴가 바로 강남역 맛집 골목에 있다.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땀땀’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조금 걸어가면 된다


실내는 아기자기하고 깔끔하다. 나는 늘 그렇듯 1인석으로 안내받았다.


곱창 쌀국수는 맵기를 선택할 수 있는데 아마 0~3단계 정도로 나뉘어 있다. 나는 매운 걸 잘 못 먹어서 1단계를 주문했다. 0단계는 진라면 순한 맛 수준이라서 제외했다. 1단계는 신라면 맵기라니까 가능할 것 같았다. (사실 이것도 좀 떨림)


반찬은 별거 없다. 양파와 고추 초무침.


이건 무슨 차일까, 모르겠네. 근데 시원하고 고소해서 좋더라.


나왔다. 매운 곱창 쌀국수(1단계)

첫인상은 ‘푸짐하다.’

그나저나 위에 고추가 많은데, 괜찮겠지?


국물은 마라에서 오는 얼얼한 매운맛이 아니라, 고추 자체에서 나오는 깔끔한 매콤함에 가깝다. 국물에 기름기가 많다. 아무래도 곱창이 기름지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막 느끼한 국물은 아니다. 깔끔하고 매콤한 기름기? 가 신선하다.


숙주나물을 잔뜩 넣어서 마음에 든다. 아삭아삭하다.


면은 넓은 면, 난 이런 면의 식감이 마음에 들더라. 면이 뚝뚝 끊기지 않고 탱글 하다. 반죽을 잘 한 건지, 좋은 면을 사서 쓰는 건지, 아무튼 훌륭하다.


곱창 자체의 기름기 때문에 매운맛이 많이 중화되는 느낌이다.


1단계지만 메뉴에 쓰여 있는 ‘신라면’ 정도의 맵기는 아니었다. 적당히 맛있게 매운 정도.


곱창이 쫄깃하고 고소하다. 질 낮은 곱창은 질겅질겅 질긴데, 이건 부드럽고 고급진 식감이다.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좋은 곱창’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땅콩을 넣어주는 것. 이런 디테일이 가게를 잊지 못하게 한다.


양이 꽤 많다.


매콤할 땐, 양파 초절임을 먹는다. 새콤달콤하다.


곱창과 면을 한 번에 올려 먹는다. 부드러운 면과 쫄깃한 곱창이 입 안에서 잘 어우러진다.


다 먹은 것 같던 국물 속에서 곱창이 계속 나온다. 보물찾기 같다.


원래 국물을 잘 남기지 않지만, 기름기가 많아서 다 먹긴 좀 부담스럽다. (맛은 있다. 오해 마시길.)

완료


곱창이 들어간 메뉴를 찾아다니는 나로선, 가장 이상향에 근접한 메뉴다. 매콤하면서, 국물이 있으면서, 곱창까지 듬뿍 들어간 국수라니. 이런 메뉴가 또 있을까 싶다.


여긴 당연히 대기가 길다. 웨이팅은 감안하고 방문해야 할 텐데 의외로 회전율이 좋아서 ‘생각보다 빠르게’ 입장할 수 있다.


곱창 쌀국수 말고도 자신 있는 메뉴가 많은 것 같던데, 여럿이 함께 방문한다면 다양한 메뉴를 즐겨볼 수도 있겠다.


남기고 온 저 얼큰한 국물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아, 공깃밥을 시켜서 말아먹을걸 그랬구나’ 하는 후회가 살짝 든다. 에잉.


괜찮다. 다음에 도전해 보지 뭐. 전전긍긍하지 않고 느긋히 기다리면 기회는 언제든 또 온다. 그게 인생이다. 먹다 남기고 온 쌀국수 국물에도 개똥철학은 존재하는구나. 웃긴다. 아무튼.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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