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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l 01. 2024

탑골순대국, 용인 전통의 순댓국 노포를 찾았다


오늘은 '용인'이다. 여기에 전통의 순댓국집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무슨, 도장 깨기 같은 도입 문장이구나) 도착해 보니 25년이나 된 노포.


바로 '탑골 순대국'

용인에 탑골? 매치가 쉽지 않은 단어 조합이지만 맛만 있으면 됐지 뭐.


입구로 들어가니, 주방에서 고기를 썰고 있다.


이렇게 썰은 고기를 펼쳐놓았다.


실내는 꽤 넓다. 옆에 2호 점도 있으니, 붐비는 시간에도 회전은 빠를 것 같다.


밑반찬은 김치, 깍두기, 양파.


간과 허파를 기본 찬으로 준다. 해남순대국같네.


허파는 부드럽고 간은 카스테라처럼 녹는다. 맨날 차갑고 딱딱한 분식집 간만 먹다가, 이렇게 따뜻하고 부드러운 간을 만나니, 고급진 음식을 대접받는 기분이다.


나왔다. 순댓국. 이렇게 끓을 일인가. 팔팔 끓는 걸 넘어 거의 기화하는 중인 것 같다.


한 입 먹어보니 아무 맛이 안 난다. 진하고 꾸덕한 느낌은 아니고 오히려 맑고 투명한 곰탕 쪽이다.


새우젓, 소금, 후추, 다대기로 색칠을 한다.


국물이 완성 됐다.

매콤하고 짭짤한 감칠맛이 돋보인다. 약수순대국에 가깝다. 끈적하지 않아서 속이 편안하다.


건더기가 적당히 들어있다.


순대는 이런 식이다. 공장순대, 당면순대 아님.


고기가 알맞은 사이즈다. 이장우 순댓국처럼 작지도 않고, 약수순대국 처럼 크지도 않다. 적당한 크기의

고기가 씹기에 좋다.


순대에 새우젓도 올려서 먹는다.


근데, 밥이 질다.

아…..


안타깝다. 이럼 안되는데.


일단 말았다.


밥이 질어서, 죽(?) 비슷한 식감이 올라온다. 국물이 묘하게 걸쭉해졌다. 아쉽다.


겉절이가 맛있다.


고기랑 밥알이 섞여 올라온다.


양파를 된장에 찍어서 고기의 느끼함을 잡는다.


다양한 고기가 계속 나온다.


다 먹었다.

완료


국밥은 이름처럼 '밥'이 매우 중요하다. 결국 밥을 말아먹을 수밖에 없는 메뉴인데, 국물에 떡처럼 진밥이 들어가면 국물이 탁해지고, 밥알의 식감이 마치 '죽'처럼 흐물흐물해진다. 그래서, 살짝 꼬들밥에 가까운 탄탄한 식감이 말아먹기엔 좋은 밥이라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라면에 말아먹기 좋은 밥'이라는 제품도 나왔겠는가.

https://www.yna.co.kr/view/AKR20160512037100030


탑골순대국은 밥을 제외하고선 아주 좋았다. 내가 선호하는 맑고 가벼운 국물, 다양한 부위의 고기들까지 순댓국이 가져야 할 기본 소양들을 알맞게 갖추었다.


밥이라는 게 잘 되는 날도 있고, 잘 안 되는 날도 있는 거다. 나는 우연히 잘 안 되는 날에 방문한 것일 뿐. 인생이란 게 마냥 좋은 우연만 겹치는 건 아니다. 이런 날도 있지. 다음에 방문할 가게에서는 알맞은 밥을 만나길 기대해 본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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