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서 Jul 02. 2024

가나돈까스의 집, 돈가스와 풋고추 그 환상의 조합


돈가스가 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경양식’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기 때문에, 격식 차려 제대로 먹은 느낌도 나고, 고기가 주재료라 배도 든든하다. 식사를 대충 때우지 않았다는 기분이 들면서도, 가격이 그리 크게 비싼 건 아니라 마음도 편하다.


어릴 적 엄마손 잡고 시장에 따라가 얻어먹던 아련한 추억의 노스탤지어까지, 감성을 자극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이래저래 나 같은 사람에겐 고마운 메뉴다.


돈가스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서울 시내에 아직 방문할 가게가 많이 남아있다는 게 즐겁고 행복하다. 오늘 방문할 곳은 기사식당 ’가나 돈까스의 집‘


가게는 지하에 있다. 내려가는 계단 벽에 이런 것들이 잔뜩 걸려있다. 여러 방송에 나왔나 보다.


내려왔더니 꽤 넓다. 원래 기사식당이라고 한다. 예전 상호도 ‘가나 기사식당’ 이었단다. 30년이 넘는 가게라니 이 정도면 노포라고 불러도 되려나.


자리에 김치와 고추가 놓여 있다. 주문하자마자 바로 장국과 포크/나이프가 세팅된다.


나왔다. 돈가스. (돈까스가 아니라 돈가스가 올바른 맞춤법이라네요.)

특이하게 작은 것 세 조각이 나온다. 양을 가늠할 수가 없다. 이거 많은 건가?


빠지지 않는 양배추 샐러드. 나 이거 좋아함.


소스는 건더기가 들어있는 게, 비주얼이 마치 카레 같다. 하지만 맛은 카레와 전혀 상관없다. 오히려 새콤 달콤한 쪽에 가깝다. 짭짤한 느낌은 전혀 없다. 겨자맛이 흐릿하게 나는 달콤 새콤.


한 조각 잘라봤다. 두께는 이 정도. 튀김옷이 생각보다 두껍다. 일반적인 왕돈가스의 얇은 느낌과는 다르다.


밥은 잡곡밥. 건강 생각하면 잡곡밥이 좋지. 단가도 이게 더 비쌀걸.


튀김옷이 빵가루가 많은 건지, 빵 향기가 좀 난다.


양배추 샐러드로 느끼함을 잡는다.


계속 먹는다. 근데 좀 느끼하네.


그럴 땐 고추에 된장.


고추가 돈가스와 합이 좋다.

고추를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이유가 있구나.


두께는 대충 이 정도. 고기 씹는 맛이 있다. 근데 튀김옷과 고기가 자꾸 분리되더라. 섭섭하게.


밥을 올려서 먹는다. 옛날엔 돈가스가 밥반찬이어서, 이렇게 많이 먹었다. 아, 옛날 얘기 하지 말자.


나는 늘 궁금했다. 이건 먹으라고 주는 건가? 그냥 예쁘게 플레이팅 하려는 장식이 맞지? (이번에도 안 먹었다.)


마지막 조각.


다 먹었다.

완료


나는 오리지널 경양식 돈가스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그 점에선 여기보다 ‘윤화돈가스’ 쪽이 더 좋았다. 게다가 여긴 스프가 없어서 더욱 아쉬웠다.

https://brunch.co.kr/@dontgiveup/331


옛날 경양식 돈가스 스타일의 소스와 맛을 좋아하신다면 여긴 좀 결이 다릅니다. 일반적인 돈가스 소스 맛과 다른 점, 스프 대신 된장국이 나오는 점도 그렇고.


전형적인 왕돈가스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른 가게를 찾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하지만 독특한 소스와 식감이 경험해 보기엔 충분히 맛있으니, 근처 지나갈 일이 있다면 한 번쯤 방문해 보시길.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탑골순대국, 용인 전통의 순댓국 노포를 찾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