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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Oct 30. 2024

공통 플랫폼 제품을 운영한다는 것


대한민국의 공통 플랫폼 제품을 운영하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분들,

오늘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안내, 인증, 백오피스 어드민을 비롯한 각종 공통 어플리케이션과 다양한 인프라 및 네트워크 등, 주로 공통 서비스(common service)팀 , 핵심 서비스(core service)팀 또는 플랫폼(platform)팀 등으로 불리는 우리네 어려움을 이야기해 볼까요.


우리끼리라도 이야기해야지, 누가 대신 입장을 대변해주진 않더라구요.

우리는 어떤 제품을 운영하고 있을까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길고 고난한 일상의 반복

쟤네 뭐 하는 거야? 우리는 직접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습니다. 다른 팀의 업무가 가능하도록, 그들이 잘 돌아가도록 뒤에서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죠. 그래서 눈에 띄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평소엔 관심도 없던 모두가 우리에게 눈을 흘기죠. 잘해도 본전인 셈입니다. 하지만 요청은 많고 대응할 일은 계속 쏟아집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난의 연속입니다.


거절하고 반대하는 회의의 반복

공통 업무의 정책은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 따라서 딱딱하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해진 리소스 안에서 수많은 기존 레거시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된다는 거예요 안된다는 거예요?"라고 물으실 때가 가장 곤혹스럽습니다. 세상에 안 되는 일은 없죠. 어떻게든 분기 태워서, 꾸역꾸역 예외 만들어 처리하면 '되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 건, 두 건 처리할 때마다 코드는 스파게티 누더기가 됩니다. 공통 제품은 영향도를 최소화하고 장애를 줄이는 방향으로 보수적인 정책을 펼 수밖에 없습니다. 수백 개가 넘는 서비스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안정성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니까요. 이러다가 공통 업무에서 장애라도 나면, 한 마음 한 목소리로 비난하실 거잖아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요청 회의 때마다, ‘그렇게 큰 변경은 곤란합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거절해야만 하는 입장. 나는 이 거대한 서비스에서 어떤 역할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장애라도 나면 회사 내 역적

공통 업무기에 자칫 잘못하면 전사 1급 장애로 이어지는 아슬아슬한 하루하루입니다. 공통 업무에 장애가 발생하면 모든 서비스가 멈춰버리죠. 고객 안내가 제대로 발송되지 않는다거나, 인증에서 문제가 생긴다거나 하는 일이라도 생기면, 서비스에서 득달같이 달려듭니다. ‘너희 때문에 얼마가 손해인지 알아?!‘ 평소에는 칭찬이나 감사의 한마디 없던 분들이 말입니다. 안정성을 따져 거절하면 유연하지 않다고 비난하고, 유연하게 처리했다가 장애가 나면 안정적이지 않다고 비난합니다. 이건 무슨 파라독스도 아니고 말이죠.


매출과 직접 연계되지 않기에 낮은 관심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돈 벌어오는 서비스를 서포트하기에, 관심도는 낮고 지원은 별 볼 일 없습니다. 매출에 직접 기여를 한다거나, 수익을 창출하지 않죠. 공통 플랫폼 서비스는 그림자 속에 숨어 조용하고 묵묵히 일을 처리합니다. 다른 서비스들이 잘 구동하도록 지원합니다.


보잘것없는 보상

관심이 낮다 보니 고과 우선순위에서는 밀리고, 보너스 지급 공헌도에서는 뒷전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박수받을 일은 거의 없습니다. 다들 ‘당연히 되어야 하는 기능’ 정도로 생각합니다. 보상은 기대하기 어렵고, 인력 지원이나 증원은 요원합니다.



구구절절 이야기가 길었네요.



다행히 오늘 하루 별일 없었던 우리 제품. 수많은 문의와 요청, 개선, 운영 건들. 우리 공통 제품 운영자들의 고충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팀 내 광팔이들은 형이상학적 도형들이 가득 찬 PPT를 띄워놓고 신나게 글로벌 서비스 어쩌구를 떠들어대며 입으로만 일합니다. 뒤에서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조용히 하루를 마칩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오늘 하루, 장애 없이 마무리하게 되어서 말이죠.


공통 IT 제품 담당자분들 화이팅입니다.

우리는 잘하고 있습니다.

부디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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