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를 위한 자본주의 공략집 -1. 가치와 가격-

by 설다람

안녕하십니까.

자본주의 세계를 살아가는 창작자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글을 씁니다.

이 글은 저를 위한 글이기도 합니다.


[가격과 가치]


고전적인 의미의 '문학'이든, 현대적인 의미의 '문학'(주류 사회가 허락한 장르 소설) 또는 철저히 상업적인 '텍스트'이든, 자본주의 세계에서 모든 창작물에는 '가격'이 매겨집니다.

텍스트의 힘을 믿는 사람들은 창작물의 '가치'는 무한하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라고 하죠.

하지만 시장에서 작품은 가치가 아니라 유한한 '가격'이 작품의 가치를 정합니다.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없는 텍스트는 가치가 낮고,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텍스트는 가치가 높은 것입니다.


이건 비통해 할 일도, 비판할 일도, 분노할 일도 아닙니다.

자본주의는 확고한 논리로 중요도를 나누는 일을 실천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이 성실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습니다.

조금이나마 더 배당금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이 시스템에 시간과 노력, 심지어는 돈을 투자합니다.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오길 바라면서.


하지만 창작은 그리 쉽게 노력이 현금화되는 영역이 아닙니다. 물론 어떤 노력도 현금화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은 상대적인 차원에서, 그렇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돌을 금으로 바꾸려고 했던 연금술사와 지금의 작가는 서로 닮아 있습니다.

이룰 수 없는 것에 꿈을 꾸고, 끝없이 시도하고, 끝내 실패하는.


그러니 지속 가능한 창작을 위해서는 연금술사가 아니라 제약 회사 CEO가 되어야 합니다.

실패에서 유의미한 것들을 추려내고, 상품화시키고, 마케팅해야 합니다.


영업 사원이 되어, 이 플랫폼, 저 플랫폼을 뛰어다니며 작품을 소개하고 팔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조차 없는 세상입니다.

'존재'하기 위해서 가격이 필요한 세상입니다.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 팔려야 하는 세상입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조회수 1을 더 높여서, 50원을 더 버는 것입니다.

조회수 10을 더 높여서, 500원을 더 버는 것입니다.


돈을 많이 벌면

가족이 아플 때 병원비를 낼 수 있고,

방이 두 개인 집에서 살 수 있고,

막차를 놓쳤을 때 택시를 탈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가치는 부차적인 것입니다.

가격이 전부이고, 가격에서 결정됩니다.

팔리는 것이 되고 싶다는 건, 너무도 숭고한 희망이며,

반드시 이뤄야 할 사명이기도 합니다.



※이 글은 투비에 게시된 글입니다. https://tobe.aladin.co.kr/n/3894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