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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ut peach May 26. 2019

“주말엔 복숭아 먹으러 유럽갈까?”

그러니까, 그냥 아는 맛이었다.

출근, 러시아로부터


‘자 여러분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동남아 순회공연을 막 마치고 돌아온~’


그놈의 동남아는 옆집도 아닌데 어떻게 동남아 순회공연을 막 마치고 돌아올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내가 그렇게 되었다. 하루 휴가와 오전 반차를 붙여 낸 휴가 일정이어서 러시아에서부터 회사로 바로 출근한 것이다. 선배는 “뭐? 주말에 러시아를 다녀왔다고? 뭐? 지금 러시아에서 출근했다고?”라며 놀라워했다. 다시금 블라디보스톡의 심리적 물리적 거리는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도착 사인을 보고 기분이 이상해 멈춰 섰다. 이 표지판을 기점으로 마치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 이상하기도 재미있기도 하다. 


이 여행을 기점으로 나는 정말 다른 사람이 되었는데, 이제는 지치거나 지루해지면 ‘음, 돌아오는 주말엔 유럽이나 가볼까?’라는 허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가능한 일이니 완전히 허풍은 아니지. 


 “돌아오는 주말엔 복숭아 먹으러 유럽엘 가볼까?”




에필로그


그러니까, 그건 그냥 아는 맛이었다. 그토록 찾았던 납작복숭아 말이다. 독특한 풍미와 특이한 향을 예상했지만, 애초에 예상치 못한 특이한 맛 복숭아라는 것이 있을 리 없다. 


다만 납작복숭아가 이끈 내 여행만큼은 내 스물여덟 기억 속 독특한 풍미와 특이한 향으로 남았다. 허준도 손을 놓을 ‘직장인 3년 차 징크스 중증 환자’인 나의 삶에 활력을 불어 준 납작복숭아와 블라디보스톡 여행에게 감사한다. 혹시 내 인생에 경사가 생긴다면 “이 영광을 납작복숭아님께 돌립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 아래와 같은 감상을 노트에 적어왔다.

스물 여덟 어떤 주말에 느낀 감상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1. 평범하지만 특이한 것에 관심을 두자. 괜히 계속 마음이 간다면, 그것이 나를 새로운 생각으로 데려다줄 테니까.

2. ‘일상의 납작복숭아’들을 찾자. 엉뚱한 생각도 좋지만, 언제나 일상에서도 즐거움과 활기를 느끼자.




주말엔유럽행:블라디보스톡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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