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함께 할 친구가 있어 이른 아침술도 마시고 점심으로 함박스테이크도 먹고 서울을 종횡무진하며다과를 나눈 뒤, 나는 묵향을 보러 예술의 전당으로 친구는 남은 시간을 즐기러 자기 아지트로출발했다. 즐거운 하루의 마무리를 묵향으로 한 소감은 이러하다.
안경을 갖고 가지 않아서 흐릿한 초점으로 공연을 보았지만, 버선코 움직임 하나에 가득 담긴 정성, 손날 움직임 하나에 묻어나는 노력이 인상깊었다.
그중의 으뜸은 묵향의 매난국죽 중 '죽' 부분에서 합을 맞추려 입으로 장단을 주고받을 때이다. 대나무를 표현하는 춤에서 긴 죽비로 바닥을 내려치고 쓸어내는데, 마치 바람이 대나무 숲에 이는 듯했다.부는 바람에 대나무 숲이 너울지는 듯도 했다. 공연을 보는 내내 눈으로 귀로 온몸으로 대나무 숲을 다녀왔다.
춤 선을 짠 안무가와 시각적인 효과를 고민했을 연출가와 몸으로 표현해낸 국립무용단 단원들... 그리고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관련자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그래서 묵향이라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널리 알려지기를 진심으로 바라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