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훔쳐간 것들
얼마 전, 육아휴직에 들어간 동료가 우리 20대 시절 사진을 보내왔다.
코 옆으로 살짝 올라온 볼살. 눈가엔 아직 생기가 가득했다.
그때의 나는 몰랐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을.
30대의 나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회사 복도를 누볐다.
해외홍보마케팅. 야근은 밥 먹듯, 출장은 야식 먹듯.
이국의 바이어들 앞에서 더 '오픈된 사람'처럼 보이려 술잔을 비웠다. 4박 5일 내내.
커리어엔 도움이 됐을지 몰라도 몸은 그만큼의 대가를 치렀다.
스트레스는 단순히 마음의 병을 만드는 게 아니다. 우리 인생의 속도와 피부, 노화를 지휘하는 무서운 지휘자다.
40대가 되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한다.
이제 나이도 있고, 애도 있고, 결혼도 했고, 다시 연애할 것도 아닌데.
이제 와서 꾸미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사람은 타인을 보고 판단한다. 그리고 타인의 눈에는 나 역시 '보이는 존재'다.
코코 샤넬의 말이 떠오른다. "자신을 돌보는 건 남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예의다."
요즘 '영포티'는 비꼬는 말이 됐다. 제 나이도 모르고, 동안이라고 착각하는 세대쯤으로.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마음엔 '아직 나답게 살고 싶은 간절함'이 있다는 것을.
20대의 청춘이 어제 같았기에, 마음은 여전히 그때처럼 뜨겁다.
몸은 되돌릴 수 없지만, 되돌리려는 노력은 할 수 있다.
하루 종일 쌓인 업무와 스트레스 속에서도 나는 매주 한 번, 발레를 배운다.
자세가 바뀌며 키가 0.8cm 자랐고, 승모근도 사라졌다. 몸이 바로 서면 마음도 정돈된다.
올해는 스킨부스터 두 번. 5월 쥬베룩, 7월 힐로웨이브. 이브 타이탄과 온다 리프팅 한 번씩.
하이푸나 수술은 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움의 한계선 안에서 나를 지키는 것" 그게 내 피부 철학이다.
아침 블루베리, 서리태, 무가당 두유, 바나나 스무디. 하루 두 끼. 피부와 포만감,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저녁 측두근 방향으로 빗질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주말엔 침대에 거꾸로 누워 혈류를 돌린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의식들.
꾸미는 건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쳐가는 하루 속에서도 '나를 회복시키는 의식'이다.
영포티의 뷰티란,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나를 잃지 않기 위해 하는
작은 저항이다.
그래, 우리는 늙어간다. 하지만 우아하게 늙어갈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