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매력에 대한 갈망에서 시작된 질문
"남자들은 다 똑같아. 외모만 본다고."
친구의 볼멘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묘하게 마음이 아팠다. 그 말이 틀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치원 때부터 나는 늘 다른 아이들이 부러웠다. 기억나는 두명의 아이가 있었는데 공교롭게 이름이 같았다.
윤다혜와 고다혜.
우연히 이름이 같은 두 아이는 반에서도 투탑으로 인기가 많았는데, 무슨일인지 그 아이들은 나처럼 감추거나 어색한 마음이 없었다.
웃음소리가 청량한 여름 사이다 따르는 소리 같다고 그때 생각했다. 그때는 칠성사이다 광고가 꽤 인상적이었었으니까.
나는 그 두 다혜의 웃음소리와 그네들의 줄 달린 안경 패션아이템까지 따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초등학교 2학년, 외향적인 사촌이 우리 학교로 전학 오기 전까지 나는 나를 드러내는 것조차 어려운 아이였다. 공감하는 것도,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도 모든 게 어려웠다.
그런데 이상했다. 인기 많은 남자아이들과 짝꿍이 되면, 다른 여자아이들의 은근한 부러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도 특별해 보이는 것 같았다.
왜 그런가 지금 돌이켜보니, 내가 원했던 건 단순한 '예쁨'이 아니었다.
그 예뻤던 애들이 받았던 인정, 사랑, 존중이 내 심리적 목마름에 원인이었다.
어리지만 조숙했고, 조숙했지만 또 미숙했던 나는 인정받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었고, 존중받고 싶은 심리를
남 따라하기라는 꽤 우스꽝 스러운 방버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외모에 신경을 쓰는 이유도 그랬다. 매력적인 친구들은 무시당하지도 않고, 교우관계도 좋고, 뭔가 대단해 보였으니까. 외모가 그 모든 것을 가져다줄 수 있는 마법의 열쇠처럼 보였다.
그런데 심리학 연구를 찾아보니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남성이 여성의 외모에 끌리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로 보는 건 외모를 통한 건강함, 사회적 능력, 심지어 성격까지라는 것이다.
후광 효과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매력적인 외모를 보면 자동으로 '성격도 좋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인지적 편향이다.
결국 남성들이 외모를 본다고 할 때, 실제로는 외모를 통해 그 사람의 전체를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뷰티 인사이드』의 남주인공은 매일 얼굴이 바뀌는 여성에게 사랑에 빠진다. 외모가 계속 변해도 변하지 않는 그 사람만의 본질 때문에.
『화양연화』의 장만옥이 매혹적인 이유는 완벽한 외모가 아니라 절제된 감정과 깊이 있는 내면 때문이다.
영화는 현실이 아니라고, 누군가의 의도된 시선을 연출한것이라고 하지만 잘 팔린 스토리는 공감대가 있는법.
어린 시절의 내가 동경했던 그 '매력'은 단순한 외모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감, 진정성, 타인과 연결되는 능력—이런 것들이 진짜 매력이었을 수도.
MZ세대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최신 연구에 따르면, 그들은 단순히 '예쁘니까 좋다'가 아니라 **'나와 어울리는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가'**까지 고려한다고 한다.
결국 외모는 첫 번째 문일 뿐이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서 진짜 머무르게 하는 건 그 사람이 가진 이야기, 감정, 진정성이다.
어린 시절 내가 갈망했던 '인정과 사랑과 존중'은 외모만으론 얻을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갈망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다만, 그것을 얻는 방법이 나 자신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오늘도 거울 앞에서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진정한 매력은 외모와 내면이 조화를 이룰 때 완성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용기다.
어린 시절 나처럼 매력에 대한 갈망을 품고 있다면, 그 갈망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말자. 다만 그 해답이 밖이 아닌 안에서 시작된다는 걸 기억하자.
남자든 여자든, 우리가 진짜 끌리는 건 결국 진정성 있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PS. 유치원 때 인기 많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따라 하던 그 어린아이에게. 너의 갈망은 틀리지 않았어. 다만 네가 찾던 그 빛은 이미 너 안에 있었다는 걸 이제 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