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서로에게 전부니까
"그런 생각은 미처 못했어. 지금 나에겐 네가 전부니까, 내 마음 속엔 그녀가 전혀 없는 거야. 속상하게 해서 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훈은 미안하다고 나를 꼭 안아주며 달래주었고, 문제의 그 텐트는 그대로 버려졌다. 그래도 이미 상한 마음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바깥 공기를 쐬고 싶어 함께 운동하던 야외운동기구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 혼자 앉아 다시 눈물을 훔쳤다. 무심하게 텐트를 버리던 훈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의 마음은 중요치 않다는 것처럼 바로 내다 버리던 모습.
텐트를 펼쳤을 때 코끼리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상록'이었다. 고비사막에서 다른 일행들은 모두 1인용 텐트를 가지고 다녔을 때, 상록은 5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큰 텐트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고 들었다. 그곳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술도 마셨다던 훈이었다. 텐트를 함께 펼쳐보고 곰팡이를 닦으면서도 상록의 장점을 늘어놓던 훈이었다. 결국 나는 텐트를 찾아서 다시 집으로 들고 왔다.
"자기에겐 소중한 추억이 담겨 있을텐데, 내가 너무 몰아간 것 같아서 미안해. 이 텐트는 버리지 않아도 돼. 곰팡이가 많이 쓸긴 했지만, 그래도 자기의 추억이 담겨 있잖아."
"고마워. 그래도 텐트는 새로 사자."
"응, 고마워."
이 이야기를 울면서 겨우 이야기 했다. 그의 청춘은 고비사막에만 있는 것이 아닌데. 그 텐트에도 그의 청춘이 담겨 있었고, 많은 이야기에도 그의 청춘이 담겨 있었던 것인데.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 내뱉은 바람에 그가 상처받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됐다. 그래도 그가 나를 배려해주지 못했었다는 토라진 마음과 겹치면서 내 마음은 스스로 위안 삼으며 풀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