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사막, 배낭 메고 신혼여행

우리의 청춘은 언제나 빛나고 있어

by 두부울꽃

"선물이에요."


빨간색 종이가방 안에 선물이라고 담겨 있던 것은 두 권의 책이었다.


"우와, 직접 쓴 거예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내 주변에 그걸 해낸 사람이 있다니! 게다가 두 권이다. 갑자기 훈이가 멋있어 보였다. 사실 여섯 살의 나이 차이와 차분한 느낌의 남성과 통화만 하던 때는 그리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그저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를 원했다. 내 말을 재밌게 들어주니 좋았고, 심심할 때 통화하면 재밌었달까. 특히 나를 먼저 찾아주는 모습이 싫지 않았다.


그가 적어낸 2권에 책에는 그만의 고비사막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첫번째 책에는 그의 첫사랑 이야기를 예쁘게 그리고 있었다. 고비사막의 매력에 빠진 훈이에게 나타난 사막을 걷는 여성은, 사막에 피는 꽃처럼 아름다웠다. 정말로 사막 같았던 그의 마음을 꽃밭으로 만들어준 인물이랄까. 그리고 두번째 책에는 이별 후 아픔을 극복하려 홀로 사막을 걷고, 새로운 삶을 찾아내는 이야기가 그려져 있었다.


그에겐 처음으로 사막을 알려준 스승이 있었다. 본인을 삼장이라고 일컫던 그 스승은 배낭 메고 고비사막을 행군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삼장은 고비사막을 함께할 일행을 모집했고, 일행을 훈련 시켰다. 훈이와 삼장의 연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아 새로운 인연들과 함께 했으며, 그때 훈이는 사랑을 배우기도 했고, 우정을 배우기도 했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의 사막을 청년은 어찌 그리 갈망했을까. 무엇이 그를 그렇게나 끌어 당겼을까. 왜 그곳에 죽음도 외면한 채 오직 두 발로 딛어야 했으며, 어찌 그곳에서 새로운 삶의 갈망을 찾을 수 있었을까. 사실 그도 그 자신의 마음을 다 모르는 채 살아가는 것 같았다. 그저 본능에 충실했을 뿐.


그곳에서 느낄 수 있었던 무수한 감정들을 내가 그대로 느낄 수는 없겠지만, 나도 가보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았다. 어쩌면 나도 공허한 사막을 그저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길도 없고, 답도 없는 그곳을 그냥 걸어보고 싶었다. 훈이의 청춘이 담겨있는 듯한 고비사막. 그곳엘 함께 갈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했다.


그에게 사랑에 빠진 후, 사막에 피는 꽃같던 사랑 이야기, 그 실화 기반 소설의 내용을 다 알고 있다는 건 꽤나 불행한 일이었다. 존재하지 않는 그녀에게 질투를 느끼는 건 답답했고, 사막이라는 특별한 요소는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를 되돌릴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았었다는 어이없는 부정을 듣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질투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마음이었고, 그때마다 훈이는 나를 토닥여주며 지금 사랑하는 사람은 나뿐이라고 늘 속삭여주었다.


"텐트에 곰팡이가 많이 쓸었는데, 새로 사는 게 어때?"

"닦으면 괜찮아 질 거야. 그리고 요가매트 깔 거니까 괜찮아. 내일 아침엔 텐트치는 연습도 하면서 닦아보자."

"그래, 잘 닦이면 좋겠다."


다 알겠는데, 분명 여럿이 함께한 추억이 있겠지만, 사막에서 그녀와 껴안고 잠들었던 텐트를 우리의 신혼여행에 가지고 가려는 모습은 꾸역꾸역 감추어왔던 내 마음을 지치게 만들었다. 다음날 아침, 공원에 나가 텐트를 펼쳐보고는 텐트에 붙여준 이름을 부르며 사진을 찍어 달란다. 그래, 여기엔 그가 함께한 많은 일행들과의 소중한 추억이 담겨 있겠지.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 결국 참았던 울음이 터지고야 말았다.


"내가 왜 신혼여행에 가면서 너랑 그 여자랑 잤던 텐트에서 자야 돼?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그래도 신혼여행인데... 내가 계속 새로 사자고 눈치 줬잖아! 신혼여행까지 가서 곰팡이 쓴 그 텐트에서 자야 되는 거야? 난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