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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딘 Aug 20. 2022

시간이 지나야만 선명해지는 마음들

내가 걱정할 수 있는 일은 별일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야만 선명해지는 마음들이 있다. 그때 그녀가 나를 얼마나 아꼈는지 내가 그에게 얼마나 진심뿐이었는지. 그런 마음들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제때 알지 못한다.


내가 걱정할 수 있는 일은 별일이 아니다.


며칠 내내 몸 어디가 아프다거나 친구와 다퉈 학교가기가 싫다거나 그런 일들에 끙끙 고민하다 엄마에게 쪼르르 가서 걱정을 털어놓으면 매번 돌아오는 대답은 "에이 뭐 그런 걸로 걱정을 해"였다. 주제를 불문하고 내가 며칠을 엄마한테 어떻게 말하지 고민한 일들은 다 엄마에게 별 일 아니였다. 그렇게 달라지지 않는 대답을 들으면 마음이 편해져 금방 해결되곤 했다. 오히려 엄마에게 혼나거나 마음고생이 된 일들은 내가 알지도 못했던 것들이다. 점점 나빠져 어느날 시력검사를 하는데 이정도 시력으로 길거리를 다니면 위험할 정도라고 안과의사가 엄마에게 화를 낸 일, 다리가 종종 저려와 물리치료나 받을 생각으로 병원을 가니 골반뼈에 물이 찼다는 말을 들은 일. 그래서 나는 점점 내가 걱정할 수 있는 일은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별일은 내가 알지도 못한채 일어나있었다.


돌아보면 그건 다 엄마의 마음으로 걱정을 숨겨온 것이다. 딸의 고민걱정이 어찌 엄마에게 아무일도 아닐 수 있었을까. 단지 그렇게 말하면 내 마음이 편해질테니까, 내가 고민해서 털어놓은 걱정을 엄마마저 큰일로 여기면 내가 무서울테니까 매번 그렇게 대답하신 것이다.


덕분에 나는 종종 머릿속을 채우는 고민을 쉽게 털어낸다. 내가 고민하고 알고있는 일은 큰일이 아니니까, 별일 아닌 만큼만 적당히 고민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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