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요?
저를 겉으로 봤을 때는 평탄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할 것 같거든요. 집안 환경도 나름 괜찮고 다복하잖아요. 솔직히 말하면 부족할 것 없이 살았는데, 저는 되게 힘들었어요. <인간 실격>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어요. 주인공이 그냥 나예요. 남들이 보기에는 평범하고 부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몇 년 전까지의 삶은 누구보다도 힘들었어요. 사람들 시선을 너무 신경 쓰고 살아서 그게 힘들었어요. 왜냐면 집, 학교, 교회에서의 괴리가 컸어요. 사람은 다 어딜 가나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저는 유독 그게 힘들다고 느꼈어요. 매번 내 모습을 바꾸는 게 에너지 소모가 장난 아니거든요. 저는 제 모습이 계속 똑같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게 없었으면 더 편하지 않았을까.
빈으로 유학 가서 그걸 확 느꼈어요. 밖에 나가서 자유롭게 혼자 살고 싶었고 1년 넘게 재밌게 잘 살았어요. 거기서는 저 혼자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고민을 많이 했던 시기예요. 집이랑 멀어지면 내 마음대로 살게 돼요. 왜냐면 저는 집에 가면 교회가 우선인 삶이 돼요. 집에서 멀어지면 내 욕망에 따라 사는 거예요. 근데 제가 좋아하고 원하는 모습으로 살려면 제 신앙을 포기해야 해요. 누구나 신앙이 생기면 자기가 추구하는 모습을 버려야 하는 순간이 온다고 생각해요. 내 마음대로 살아갈 수 없다고 느끼거든요. 어리숙한 신앙으로 살았던 거죠. 지금은 어디 있던 신앙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니까 좀 더 절제할 수 있는 거죠.
-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뭔가 할 게 너무 많아요. 인생에는 누구나 굴곡이 있잖아요. 저는 아직 더 내려가야 할 것 같아요. 올라갈 때는 아닌 것 같아요. 지금까지 고생을 안 했다는 게 아니라 이만큼 노력을 해야 나중에 따라오는 게 있지 않을까, 그런 희생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사실 지금 시기가 힘든데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공부도 해야 하고, 친구들이랑 목표 정하고 지키는 것도 해야 하고, 신앙인이니까 하나님과 함께하는 시간도 가져야 하는데, 뭔가 할 게 많아요. 근데도 저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쉬고 싶은데 쉬면 안 될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 하면 죄책감 느껴져도 좋아요. 근데 다음날 너무 힘들어요.
저는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살거든요. 그래서 오늘을 이상하게 보내버리면 마음이 어려워요. 평정심을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해요. 누군가랑 싸운 날에는 오늘 하루 망쳤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한편으로는 사람이 완벽할 수 없으니까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건데 싶다가도, 오늘이 마지막 날이면 죽고 나서 ‘너 왜 그렇게 살았어?’라고 물었을 때 할 말이 없는 거죠.
- 오늘을 마지막 날인 것처럼 생각하는 이유가 있나요?
제 신앙관이에요. 내일이 온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에요. 눈 뜨고 해가 뜨는 걸 볼 수 있는 게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게 아니거든요. 눈이 보인다는 것만으로 참 감사하고 맛있는 거 먹고 따뜻한 집에서 잘 수 있고 감사한 일이에요.
누군가 자기는 지금까지 계획한 걸 못 이룬 적이 없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저는 그 말 안 믿어요. 사람인데 어떻게 없어요. 제가 32살인데 이때까지 살면서 제가 계획한 대로 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어렸을 때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예고를 가려고 했는데 인문계를 갔어요.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려고 했는데 못 갔죠. 독일로 유학하려고 했는데 빈으로 갔죠. 빈에서 평생 살려고 했는데 못 살았죠. 한국에 돌아와서 1-2년 동안 포트폴리오 준비해서 외국으로 가려고 했어요. 면접 1차까지 붙었는데 포기했어요. 메일이 왔는데 답장을 안 했어요. 되게 기다리던 메일이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제 생각대로 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래도 저는 그게 저한테 최선의 결과라고 생각해요. 제일 좋은 길이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다른 길도 물론 좋은 길이었겠지만, 저는 뭘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시간 안에서 내가 어떻게 하느냐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도 사실 사서 고생하거든요. 제 만족이에요. 근데 만족대로 안 되니까 그게 스트레스인 거죠. 내가 지금 만족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나요?
오늘을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답이 되지 않을까. 목적이 분명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뜬구름 잡는 것처럼 살았거든요. 어영부영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항상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은 거예요. 제가 그리는 이상이 많았던 것 같아요. 영어를 하는 나, 독일어를 하는 나, 해외에서 사는 나, 작업을 열심히 하는 나. 이상적인 내 모습을 그리면서 그걸 충족시키려고 살았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렇긴 해요. 삶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저는 제가 스튜디오에서 일하게 될 줄 몰랐거든요. 그래서 하다 보면 뭐가 되는 것 같아요. 뭐라도 되지 않을까.
- 오늘을 잘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YOLO'의 뜻이 일생이잖아요. 일생이라는 말이 제가 느끼기에는 신앙적이거든요. 한 번뿐인 인생을 잘 살아야 하는 거예요. 잘 산다는 건 사람마다 다른 거죠. 저는 하나님 앞에서 살면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저한테 맡겨진 일이나 주어진 관계나 모든 것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야 해요. 저는 만약 종말이 임박했으면 두려울 것 같아요. 두렵지 않고 싶어서 매일 동일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목표로 하는 내 모습을 가지고 매일 동일하게 살아야 두려움 없이 오늘을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게 신앙적인 삶이니까 그걸 잘 지키면서 살아왔으면 후회도 없고 두려움도 없겠죠.
제가 두려운 건 딱 하나인데, 지옥 갈까 봐요. 지금까지 제가 믿는 건 지금을 잘 살아야 천국에 가서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영생을 살 수 있는데 저만 똑 떨어지는 게 싫은 거죠. 혼자 고통받는 거니까. 저도 천국에서 손잡고 같이 놀고 영생을 누리고 싶은데 제가 지금 잘 못 살면 못 만나는 거잖아요. 다시 만날 기회가 있는 건데.
- 최근 누구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나요?
기억도 안 나요. 친구한테 뭐 도와줘서 사랑한다고 문자 보냈어요.
아 있어요. 찬양을 보면 사랑이라는 단어가 되게 많이 나와요. 했네! 하나님한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