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요?
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하지 않았으니까 1, 2학년 때 놀고 3학년 때 바짝 공부해서 서울대 가야겠다는 그 부류였죠. 근데 너무 재미없는 거예요. 그러던 와중에 그림 그리는 애가 영화 잡지를 가져왔어요. 보니까 공부 안 해도 영화과 갈 수 있겠더라고요. 책도 많이 읽었고 할만한 거 같은 거예요. 그때부터 영화과를 가보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PMP로 야자시간에 영화를 많이 봤죠. 그리고 다 떨어졌어요.
엄마가 대학은 가야 된다고 해서 공주에 있는 영상대를 반 학기 다니고 그만 뒀어요. 애들도 재미없고 나는 여기 있을 애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 영화제도 가보고 나름대로 경험도 많이 했거든요. 좀 더 높은 곳을 보고싶어서 자퇴했죠.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려고 했는데 그때도 준비를 덜 해서 떨어졌죠. 그때부터 학교에 굳이 갈 필요 없겠다 싶어서 교육기관에 갔죠. 거기서 배우면서 영화 현장도 갔는데 시나리오들이 좀 좆같은 거예요. ‘내가 써도 이거보다 잘 쓰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제가 만들기 시작했죠. 맨 처음에 만든 걸 단편영화 사이트에 올렸는데 인기가 되게 좋았어요. 제 기억에 나홍진 단편 다음이 저였어요. 아무튼 인생 역전하려고 했는데 안 됐죠. 영화제를 못 가서 심하게 좌절하고 더 만들지 않았죠.
그때부터 방황하기 시작했죠. ‘딱히 열심히 한 게 없구나’ 근데 성격이 원래 좀 낙관적이고 집도 좀 살아서. 제가 큰 욕심이 없어서 그냥 사는 대로 살면 살더라고요. 저는 영화 찍을 때 좋거든요. 천직이라고 느껴져요. 그냥 재밌잖아요. 근데 ‘천재들은 어떻게든 뚫고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나는 못 뚫을 것 같다는 생각이 확 들었어요. 근데 지금은 생각이 바뀐 게, 어떻게든 이야기가 있으니까 찍어보자는 정도입니다.
-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지금은 여자친구를 잘 만나서 여자친구를 위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돈 벌 궁리를 하고 사는 거죠. 영화도 할 수 있으면 하고 시나리오는 솔직히 집에서 써도 되니까 그런 느낌으로 해보자.
근데 집에서 쇼츠만 봐요. 그게 너무 중독적인 것 같아요. 보기 전에는 경멸하는데 침대에 누워있으면 보더라고요. 그걸 차단할 수가 없더라고요. 핸드폰이 좋은 친구니까 항상 제가 지죠.
- 일과가 어떻게 되세요?
근무하고 여자친구 만나고 쇼츠 보고(웃음).
요즘은 사업 생각도 하고 영화 생각도 하고 있어요. 낮에는 카페를 하고 밤에는 LP 바를 하려는 아이디어도 있고, 무역 방면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생각하고요. 제가 제일 하고 싶은 건 코인세탁소 옆에 코인노래방 차리는 거예요. 그게 제일 잘될 것 같다는 생각만 있어요. 그 중간에 영화가 있어요. ‘영화를 해볼까, 써야지’ 하는데, 아무것도 못 쓰는 상태. 나에 대한 어떤 사명감이 있잖아요. 근데 귀찮으니까, 쇼츠 봐야 하니까.
- 영화를 만드는 목적이 있나요?
내가 시작해놓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게 묻히는 게 아쉬워요. 제가 시집을 만들었잖아요. 그걸 지금 여자친구랑 사귀기 전에 줬었는데 그게 좋아서 저랑 만난 거더라고요. 전엔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대요. 그게 없었으면 못 만난 거잖아요. 삶도 안 바뀌었고. 요즘은 그런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어요. 내가 뭘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삶이 좀 긍정적으로 변했으니까.
-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나요?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 준비하고 사업도 몇 개 하고요. 얘기하다 보니까 쇼츠 보면 안 되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답게 살고 싶다. 그전에는 인간답게 살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너무 나를 놓은 채로 살았고 ‘그게 뭐 어때서’란 마인드로 살았어요. 근데 이제 정착이란 걸 하니까 마음가짐이 달라지더라고요. 여자친구랑 바람 안 피우고 행복하게 집에서 플레이스테이션 2 하고 LP로 음악 들으면서 동화 엔딩처럼 살고 싶습니다. 솔직히 둘만 있으면 전 딴 사람 필요 없는 것 같아요. 외롭지 않아요.
- 미래에 대한 걱정을 잘 안 하세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진짜 한심하고 너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엄마도 항상 그렇게 말하고요. 근데 제가 그런 걸 하루면 잊어요. 저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 너무 강해요. 근데 그렇게 안 하면 살 수가 없어요. 해놓은 게 없기 때문에.
제가 뭘 한다는 행위는 개그맨에 가깝죠. 누굴 웃기고 싶거나 내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 것보다는 ‘좋은 걸 만들어서 봤으면 좋겠다. 내가 만든 걸 봐라’ 이게 엔터테인먼트 마인드와 비슷한 것 같아요. 요즘엔 뭐든 최대한 넣어서 만들잖아요. 심플하게 좋은 걸 만들고 싶어요.
- 늘 옳다고 믿는 생각이 있나요?
“뭐든지 의심해봐야 한다.”
그 자체도 의심하는 문장인 거죠. 예를 들면 봉준호를 의심하지 않지만 의심해봐야 한다는 거죠. 대명사가 된 것들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잖아요. 근데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전 그걸 믿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