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잠이 오지 않아 음악을 틀고 글을 쓰고 있다.
다음 작품에 흡연하는 장면이 있어 내내 담배를 익히고 있어서 깨어있는데도 몽롱하다.
오늘, 아니 어제. 단편이지만 주연으로써 작품을 내내 끌고 가야하는 역할을 마침내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영화를 찍는 일 외에도 돈을 버는 일과 다음 작품을 위한 훈련, 창작활동, 나를 담고 있는 공간을 가꾸는 일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좋은 시간을 보내는 순간들을 동시에 해내면서 집에 있는 작은 생명을 진심으로 돌보는 일, 그리고 일인가장으로써 나를 돌보기까지 해야하는 스물다섯의 나는 바쁘다. 기다리는 것도 일이라 했던가, 버티는 것 바쁜 일과 중에 하나다. 너무나 부족한 나의 시간과 체력, 그에 반면 매일매일 비등비등한 내 능력치에 지칠대로 지쳤지만 오늘만큼은 쉬이 자고 싶지가 않다.
좀 쉬어, 나를 사랑하는 이들은 늘 그렇게 말하지만 원테이크로 마주하는 나 자신은 생각보다 게으르다. 쉰다고 쉬어지랴. 억지로 잠을 청한다고 쉼이 되는 것은 아니기에 새벽의 힘을 빌려 마음의 안식을 좀 찾아야겠다. 오늘 새벽은 내 마음을 들여다 보는 일, 그리고 내일 해야할 일들을 미리 함으로써 안식을 찾는다.
총 5회차의 단편영화를 끝낸 소감은 참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나의 연기도 나의 정신도 촬영현장에서 내 기운의 움직임도 여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떤 작품이든 배울 것이 있기에 이번 역시도 참 많이 배웠지만 아쉬운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전날 갑자기 바뀐 환경 덕에 촬영을 하는 순간에도 Y가 어떤 아이인지 Y가 어떤 마음인지 오락가락했다. 공동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나 나의 실력의 한계점을 확인하게 된 시간이었다.
다른 의미로 완성된 영화가 궁금하다. Y가 어떤 아이로 표현되었을지 보다 이번 작품에서는 Y라는 인물보다 나란 배우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 같은 곳에선 어디까지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될지를 보게 될 것 같다.
아직도 모자라구나. 아직도 나는 너무 거칠다.
아마 평생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