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실천은 현실이 된다.
꽤 오래전에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영화를 봤었다. 그 영화의 주인공 윌터는 본인의 불만족스러운 삶을 외면하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슈퍼히어로가 되어 악당을 물리치고 짜증 나는 사람에게 속 시원히 하고 싶은 말 다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상, 그는 습관적으로 상상에 정신이 팔려서 현실에 집중하지 못한다. 그래서 상당히 몰입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왜냐하면 내가 딱 저랬기 때문이다. 그래서 윌터가 상상으로 한 눈 파는 장면을 보자마자 눈을 못 뗐다. 마치 내 얘기 같아서..! 나도 현실과 다른 이상적인 나를 상상하며 시간을 보내며 현실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래서 상상에 정신이 팔려서 현실에 집중 못하는 얼간이 윌터를 보고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항상 현실에 만족하지 못했다. 초등학생 때는 친구들과 물장난을 치는데, 나 혼자 엄청난 양의 물을 조종해서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는 상상을 했다. 중학생 때는 나를 괴롭히는 녀석들을 짓밟는? 비교적 평범한? 상상을 했다. 예컨대 이런 식이 었다.
"야 이재영 너 화장실로 따라와 봐"
"하아.." (순순히 따라가며 한숨을 내쉰다.)
퍽퍽 윽 퍽 털썩 우당탕
"아 시간 낭비했네" (피 묻은 주먹을 휴지로 닦으며 혼자 화장실에서 나온다.)
고등학생 때는 맨몸 운동을 했는데, 학교에서 팔씨름을 하면 좀 이도 저도 아니게 센 편이었다. 대신 악력이 전교생들 중에서 제일 강했는데, 그때부터 악력에 집착성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 그래서 담배를 피우며 건들거리는 녀석들을 보며 이런 상상을 하기도 했다.
"야 나한테 담배 연기 날아오잖아? 눈치껏 꺼져"
"네가 뭔데? 네가 꺼져"
"너 뼈 부러져 봤냐?" (담배를 든 손목을 움켜쥐었다.)
"아! 아! 알았어 놔 줘!"
음악시간에 기타를 배웠는데, 나는 이미 어느 정도 기타를 배운 상태여서 수업 시간에 다른 애들보다 한 발 앞설 수 있었다. 하지만 간단한 연주밖에 못하는 실력이어서 눈에 띄지는 못했다. 그래서 나는 현실에서 기타 실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하는 대신에 상상 속으로 들어가서 기타리스트가 됐다. 그리고 전교생들이 보는 무대에서 아는 여자애와 함께 데파페페의 START를 연주했다.
길진 않지만 짧지도 않은 인생을 살면서 이런 상상들의 치명적인 단점들을 깨달았다. 바로 현실을 도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 속 윌터처럼 말이다. 내 머릿속에서 나는 물보라를 일으키고, 나를 괴롭히던 녀석들을 줘 패고, 악력만으로 양아치를 제압하고, 전교생 앞에서 여자애와 기타를 연주하지만 현실에서는 초라한 껍데기의 내가 얼빠진 상태로 다닌 것이다.
이렇게 보니 그동안의 시간, 기회가 굉장히 아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상상 속 이상적인 나 보다는 비록 초라할지라도 현실의 나에게 집중하고 어떻게 해야 이상적인 나와 가까워지게 될지 고민하고 실천하려고 한다. 상상은 현실이 될 수는 없지만 실천은 현실이 될 수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