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가 필요한 시점
기원전 259년,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정(政)씨.
그는 스스로 자기를 신(神) 격인 '시황제'로 명명하고 천하에 군림하고자 했다. 자아도취된 그는 사치롭고 거대한 아방궁을 짓고 아무도 자신을 건드리지 못하게 무려 6천 킬로에 달하는 만리장성을 쌓았다. 또한 죽어서도 황제의 영광을 누리겠다고 70만 명을 동원해 자신의 무덤을 만들고 무려 7천 점이나 되는 토용(土偶) 군사를 배치했다. 무덤 안은 하늘과 땅의 형상으로 만들고, 수은으로 개울과 강, 심지어 바다를 만들었다. 그 안은 금은보화로 가득하고,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이 타올랐다.
자.. 이쯤 되면 천하무적이고, 이제 누릴 일만 남았는데 그는 두렵고 무서웠다. 자신의 권세와 인생이 무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는 미쳐가기 시작했고 급기야 늙지 않고 죽지 않는 '불로불사'에 집착해 '불로초'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호색과 폭정을 일삼는 광자(狂者)가 되었고, 미신에 심취해 사기꾼들의 호갱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말 어이없는 것은 안 죽겠다고 그 '난리'를 친 진시황은 자신이 재패한 전국을 순차 하며 행복 회로를 돌리던 도중 객사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의 나이 불과 마흔아홉 살..
마흔.. 아홉.
그가 지시한 황릉이 채 완성되기도 전이었다.
병과 죽음은 누구도 감당할 수 없다. 신의 영역이다.
몸에 해로운 짓을 하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정신은 요가니 명상이니 하며 일명 '정신승리'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육신은 습자지처럼 내 악습관을 그대로 투영한다.
여기저기 다닌다고, 온종일 운전하고 논다고 늦게 자고, 넷플릭스니 유튜브 본다고 잠을 설치고, 클럽이니 재즈 바니 이자까야니.. 즐겁자고 술 마시고, ‘세상에 이런 맛’이라며.. 폭식하고..
스트레스 해소는 될지언정
내 몸은 달라지는 게 뻔하다.
한 두어 달 전부터 약간의 가슴통증이 시작됐다. 병원 진료를 받은 결과 '역류성 식도염'이다. 현대인의 '디폴트 질병'이긴 하나, 세상 좋다는 치앙마이에서 아프니까 약간 '현타'가 왔다.
잘 안다. 왜 그런지.
사실 치앙마이 와서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하루하루가 너무 좋아서 술을 마셨다. 높고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그림같이 펼쳐지고 햇살이 쨍하게 비치니 시원하다고 마시고, 애들 등교 후 한가한 시간이면 나무 그늘 드리워진 초록빛 정원에 나가 라면 하나 끓여놓고 여유롭게 반주로 들이키고, 저녁이 되면 근사한 카페 분위기와 미식에 반해 이런저런 자극적인 음식과 술과 음악으로 밤을 보냈다.
다음날에 대한 부담도 없고, 술값에 대한 부담도 없으니 '아니 좋을 수가 없었다'. 다음날 몸이 찌뿌둥하면 차를 내려 마시고 타이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완벽했다.
지난주에 몸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평생 없던 알레르기 증상이 발견된 것이다.
무려 '새우' 알레르기.
어제 병원에 가서 알레르기 검사를 받았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단정하긴 어렵지만 알레르기가 나타났던 시점이나 전후 관계를 따져보면 거의 90% 새우 알레르기가 분명할 것으로 생각된다.
치앙마이는 내륙이라 신선한 해산물이 풍부하지 않다. 대부분 냉동 해산물이다. 냉장 해산물은 비행기로 운송해야 하니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곳 사람들이 원래 해산물을 날로 먹지 않는다. 그러니 기본적인 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고 코로나로 물동량도 줄어들어서 신선 해산물을 파는 곳이 아주 드물다. 팔아도 겨우 연어와 참치 정도?
우리는 한국에 있을 때 주 4회 정도 회를 먹던 사람들이다. 회 마니아다. 회뿐 아니라 뭐든 날것(raw food)을 좋아하는 편이다. 홍어, 낙지, 굴, 새우 등 해산물을 비롯해 육회, 육사시미, 생간 등 육류는 물론이고 채즙, 샐러드, 과일 등.. 아내는 무려 로푸드 전문 자격증도 있다.
그러다 보니 얼마나 그 '신선한' 무언가가 당겼겠는가.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음식이 '꿍채남쁠라'다.
생새우에 고추와 라임으로 만든 양념장을 뿌리고 민트와 여주(Bitter melon), 생마늘, 고추 등과 함께 먹는 음식인데, 한국인의 입맛에는 아주 그만이다.
거의 중독 지경으로 주 4회 정도를 먹었다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요즘 태국에서 한국식 새우장이나 게장이 유행을 하고 있어서 시켜봤더니 꽤 먹을만해서 꿍채남쁠라와 새우장이 야식의 단골손님이라고 보면 된다.
최근에 푸껫 여행을 갔었는데, 그곳은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라 Rawai 지역의 수산시장을 찾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사시미'를 판매하고 있었다. 재료는 한국처럼 다양하진 않았지만, 오히려 한국에서 먹어보지 못했던 다금바리(Grouper, 능성어)와 랍스터를 회로 먹게 되었다.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흘 연속으로 먹었다.
역시 너무 과하면 탈이 나는 법이겠지. 수산시장에서 너무 과하게 시켜서 남은 꿍채남쁠라를 포장해서 호텔에서 먹는데, 갑자기 온몸에 울긋불긋한 반점들이 올라오는 게 아닌가. 순간 무서웠다. 다행히 호흡곤란이나 가려움증은 없었고, 바로 먹는 것을 멈춰서 반응이 몇 시간 있다가 그쳤지만.. 정말 두려웠다.
죽을까 봐 두려운 게 아니라...
새우를 다시 먹을 수 없게 될까 봐
일단 의사는 새우 섭취를 중단하라고 했다. 알레르기에 대한 명확한 원인과 증상 파악이 돼야 하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우선 익힌 새우를 조금 먹어보고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는 등 테스트를 해보자고 했다. 새우가 골치 아픈 것이 새우 종류마다 다를 수 있어서 어떤 물질에 반응하는 알레르기인지 다양한 시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새우 알레르기..
수년 전에 아는 선배가 새우 알레르기라고 하길래.. 무슨 먹는 것에 알레르기가 있나 하며 아주 먼 남 일로 생각했다. 병원에서 무슨 알레르기에 대해 물으면 끝까지 듣지도 않고 고개를 저었다. 그랬는데 내가 알레르기... 일지도 모른다고..
아주 경미한 증상들이지만,
내 몸은 경고를 보내고 있다.
식도염, 알레르기, 번스킨.. 약간의 불면증
웃긴 것이 이 모든 것들이 일상이 너무 즐거워서 생겨난 일이라는 것이다. 하루에도 행복감을 몇 번을 느낀다. 이렇게 좋은데.. 내 몸은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다.
'닥치라고'
절제가 필요하다. 뭐든 '과유불급'인데. 너무 지나쳤다.
이런 것들이 자각되었다는 것은 오히려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절제한다. 마음을 가다듬는다. 마음을 가다듬는데 글쓰기만큼 좋은 것이 없다.
예전에는 글을 정말 많이 썼는데, 요즘은 그럴 겨를이 없었다. '논다고'
하지만, 조금 생활 습관을 바꿔볼 예정이다. 아침에 허송세월 보내지 않고, 차라리 글을 쓴다.
막글이라도 그냥 내 기분과 마음을 정리해본다. 무언가를 계획하고 다짐한다. 나를 다시 정상적인 궤도로 올려둔다.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실행한다.
다시 평안이 올 것이다. '알 이즈 웰'
아..
그리고 이 모든 아픔의 원인은.. 어쩌면
온통 파랗게 멍든 주식 잔고 때문일 수도 있다..
What’s happening in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