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이 남는 지스타 참관기
1.
넥슨이 없었다면 올해 지스타 B2C는 폭망 할 뻔했다. 엔씨도 예년보다 부스 규모가 작아 보였고 메인스폰서인 433도 (디자인은 참신하긴 했지만) 의외로 부스 규모 자체는 크지 않았다. 물론 사이즈가 중요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선 커야 눈에 잘 뜨이지 않겠는가?
2.
유일하게 압도하는 느낌을 준 부스는 넥슨이다. 게다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게임 전시회의 목적에도 가장 잘 부합하게끔 부스를 구성하였다. 첫날 아침 일찍 줄 서서 기다리는 관람객의 모습이 연출된 것도 넥슨의 피파온라인 쿠폰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하긴 PC방의 유료 빈자리 오토의 장관을 만들어낸 피파온라인의 위력 아니었던가? 어쨌든 넥슨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3.
433도 메인스폰서로의 역할을 다 했다. 부스 디자인도 참신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지타산은 맞지 않았을게다. 작년 대한민국 게임대상(블레이드)의 영향인지 아니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433이라는 회사에 대해 좀 더 우호적인 시선이 생겼다.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그쪽에서는 전혀 관심이 없겠지만 말이다... ㅎ)
4.
엔씨는 딱 게임계의 맏형님 명분을 유지할 수준의 참여 정도만 한 것 같다.
파판은 LG전자의 도움으로 뜬금없이 거의 공짜로 대중들에게 다가갈 행운을 누렸다. 소니도 눈에 띄었다. (플스 가격이나 좀...ㅠ.ㅠ)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업적에 빛나는 레이븐의 넷마블과 주요한 캐시카우가 대부분 모바일 게임에서 나오는 카카오톡의 불참은 여러모로 아쉽다.
5.
B2B는 예상(?)했던 것 보다 더 썰렁했다. 매년 왔던 바이어들이나 올해 처음 왔던 바이어들이나 내년에 또 부스를 내는 것이 맞는 판단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것 같았다. 게다가 중국 회사 숫자도 기대에 비해 적었다.
200불짜리 B2B패스를 판매하기 위한 혹은 구매한 사람들의 보호조치이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패스 돌리기를 통해 입장을 제한하는 것도 썰렁한 B2B 부스를 더욱 썰렁하게 만드는 계기였던 것 같다. 지금도 아예 B2B 부스 없이 호텔을 잡아서 미팅을 하는 것이 유행인데 입장까지 제한을 두면 더더욱 B2B 유료 입장을 하는 바이어들의 숫자는 적어질 것이고 그럼 부스 낸 회사들도 궁극적으로 손해다.
200불의 티켓 가치를 폄훼하는 것이 아니다. 운용의 묘를 적당히 발휘할 수 있는 것을 굳이 꼬장꼬장하게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어차피 B2B 미팅이라는 것이 사전에 예약된 시간에 가는 것이 관례인데 미팅 하나를 위해 200불을 내고 입장하기보다 밖에 커피숍에서 만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누구나 할 것이다. 가난한 인디 게임사는 200불도 큰 돈이기 때문이다.
6.
올해도 각종 네트워크 파티가 경쟁하듯 불을 뿜었다. 요즘 트렌드에 맞춰 클럽형태의 파티 구성이 유독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그루브가 약해 시끄럽고 조명이 요란한 곳에서의 파티는 사실 개인적으로는 적성에 맞지 않기는 하다. 지금은 사라진 NHN의 파라다이스 호텔 네트워크 파티가 그립다. 그래도 거기는 우아하게 와인과 맥주를 마시며 차분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요즘 파티는 네트워크라기 보다는 아는 사람들의 친분을 더 강력(?)하게 만드는 친목 파티의 성격이 강하다. (개인적으로는 자꾸 영어로 말을 거는 사람들이 많아서 부담되는 탓도 있다)
7.
가장 좋은 것은 역시 늦은 밤 해운대 시장 어귀 꼼장어 골목이다. 과장을 조금도 안 보태고 어제 그 골목에서 아는 사람 100명도 넘게 만났다. 우리 일행이 들어간 집에도 4팀이 다 직간접적으로 아는 업계분들이었다. 그리고 새벽까지 주변의 각종 술집에서 게임인들이 배회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체력들도 정말 좋더라.
8.
총평을 하자면 B2B, B2C의 사업과 전시홍보를 위한 본연의 목적은 상당히 희석되었다. 중국처럼 정부의 압력으로 부스 참가를 강제해야 하는 것일까? 민간으로 넘어간 이후 점점 지스타 자체의 매력도는 떨어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경쟁 전시회라고 말할 처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차이나조이때의 북적거림과 너무 비교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에서 오는 힐링과 아름답고 먹거리 풍부한 부산의 풍광 속에서의 교류는 여전히 최고로 매력적이다. 업계의 네트워크를 쌓아가기에는 정말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킨덱스 시절에는 출퇴근을 해야 했으니 늦은 야근과 이른 출근의 그야말로 지옥의 레이스였다면 부산 지스타는 반대로 휴가와 힐링을 겸한 업계의 행사가 자리 잡아 가는 느낌이다.
지역경제에도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그러니까 게임을 때려잡던 정치권 해당 관계자들이 갑자기 말을 바꾼 것 아니겠는가? (신의진 의원의 말 바꾸기야 정치인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그런 사람을 지스타 콘퍼런스에 초청한 조직위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이해가 안된다)
9.
백성이 없는 왕과 귀족은 없는 것이다. 지스타 본연의 전시홍보의 기능이 약해지면 참가회사와 관람객들이 줄어들 것이고 그럼 업계 관계자들이 부산까지 내려와야 할 명분도 약해질 것이다.
그러니 부산에서 먹고 마시고 놀기 위해서도 지스타는 지금보다 확실히 잘 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지스타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고 잘 되는 것인지는 조직위가 좀 더 고민을 많이 하셔야 할 것 같다. 첫날 아침 일찍 B2B 부스에서 실랑이하는 외국인 참관객과 보안요원을 보니 많은 생각이 들더라....
한 줄 요약:
- 일 년 중 흥겹게 먹고 마시는 지스타를 유지하기 위해서 업계 여러분들 함께 노력합시다!